4. 이름을 다시 붙여보는 용기
‘이제는 좀 내려놓아야 할 나이 아닌가요?’ ‘이 나이에 뭘 더 시작 하시게요?’
그 말은 생각보다 자주 듣는다. 내 나이가 쉰이 넘었고, 그동안 아이 둘을 키우고, 집안일과 학원 운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오랫동안 붙잡고 달려왔으니 이제 좀 쉬어야 하지 않겠냐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말 속에는 걱정과 안쓰러움, 그리고 익숙한 고정관념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말들이 가끔은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마치 더 이상 욕망을 가지면 안 되는 사람, 새로운 걸 시작하면 철없는 사람처럼 여겨지는 듯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나는 여전히 배우고 싶다. 책도 더 읽고 싶고, 달리기도 더 잘하고 싶고, 더 좋은 글도 쓰고 싶고, 더 의미 있는 일도 해보고 싶다. 가르치는 일을 하며 얻은 경험들을 더 넓은 세상에 나누고 싶고, 그 과정에서 또 배우고 성장하고 싶다.
어느 날, 나 자신에게 물어봤다.
“너 지금 뭐 하고 싶은데?”
“나?”
나는 대답했다.
“살아 있는 걸 느끼고 싶어. 설레고 싶고, 뿌듯하고 싶고,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어.”
그래서 나는 새로 시작했다.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고, 매일 5~7km를 달리고, 학원에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도 런칭했다. 그리고 가맹사업도 시작했다.
글쓰기, 심리학, 마케팅, 자기계발서, 철학책을 오가며 나는 ‘지금의 나’를 계속해서 다듬고 싶어졌다.
이 모든 과정에 붙일 수 있는 단어는 많다.
‘늦깎이?’ ‘욕심?’ ‘중년의 위기?’
하지만 나는 다르게 말하고 싶다.
도전. 시작. 다시 쓰는 프롤로그.
사람들은 나를 다양한 이름으로 불러왔다.
엄마, 아내, 선생님, 원장님, 며느리, 엄마 친구.
그 이름들은 나의 역할이었고, 책임이었고, 때로는 무게였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그 모든 역할을 내려놓고 난 뒤의 나, 정작 나는 누구지?’
나를 위한 이름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누군가의 뭐뭐가 아니라, 오롯이 ‘나’를 설명하는 이름.
그렇게 나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눈누난나 리.
가볍고 유쾌하고, 자신감 있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는 사람. 다른 사람의 성공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나도 매일 조금씩 성장하며 살아가는 사람.
새로운 이름을 붙인다는 건 내 삶의 태도를 바꾸는 일이다.
나를 ‘엄마’로만 불렀던 아이들이 이제는 ‘엄마, 참 멋져’라고 말할 때, 남편이 ‘하고 싶은 거 다해. 당신은 다 해낼거야’라면서 웃을 때, 친구들이 ‘나도 뭔가 해보고 싶어’라며 용기를 얻을 때,
나는 이 이름을 잘 붙였다고 느낀다.
눈누난나 리. 삶을 가볍게 하지만 얕지 않게, 유쾌하지만 진지하게.
이 나이에 시작하는 게 맞는 걸까? 지금 이 선택이 잘하는 짓일까? 고민스러울때는 거울을 본다. 하루 10km를 뛰고 난 후, 땀범벅이 된 얼굴을.
그 얼굴 속에는 확신이 있다. 적어도 후회하지 않을 거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그게 바로 내가 원하는 삶이었다.
이제는 말하고 싶다. 나는 지금이 참 좋다고.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수 있어서, 나에게 다시 이름을 붙일 수 있어서, 그래서 다시 설레고 있다고.
X세대 여성, 쉰을 넘긴 중년, 그 수식어들 뒤에 숨지 않기로 했다.
내가 붙인 이름으로, 내가 시작한 길을 걸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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