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살이, 아이 둘, 학습지 교사로의 첫걸음

by 눈누난나 리


2장. 시댁살이, 아이 둘, 학습지 교사로의 첫걸음

반찬가게가 망하고,
나는 시부모님의 35평 아파트 작은방으로 들어갔다.

창문은 있었지만,
햇살보다 현실이 더 선명하게 비치는 방이었다.

작은방 한쪽엔 화장대 겸 서랍장이 있었고,
그 앞에 요 두 장을 나란히 깔면
우리 가족 넷이 겨우 발을 뻗고 누울 수 있는 크기였다.

그날 밤,
우리 넷이 나란히 누워
“이만하면 다행이다” 싶었던 감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베란다에는
망한 반찬가게의 흔적들이 가득했다.
포장용 그릇, 라벨 스티커, 식재료 보관통…
정리되지 못한 실패의 잔해가
그대로 쌓여 있었다.

그 공간은
과거와 현재, 실패와 생존이 나란히 있는 풍경이었다.
나는 그 방에서
다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런데 무경력자, 전공을 살리지 못한 두 아이의 엄마에겐 설 자리가 없었다.



친정은 없었다.
그래서 도망칠 곳도 없었다.

엄마는 여섯 살에 돌아가셨고,
스물두 살에 아빠도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내게 ‘친정’은 단어로만 존재했다.

돌아갈 곳도, 기댈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나는 다시 벌어야 했다.

아이들은 시부모님이 돌봐주셨고,
남편은 회사에 다니고 있었지만
우리는 3,000만 원의 빚을 안고 있었다.

분가도 해야 했다.
아이들과 함께 언제까지 시댁에 머물 순 없었다.
방 하나에 네 식구,
어른 눈치 보며 사는 생활은
시간이 길어질수록 고통이 되었다.

생활은 늘 빠듯했고,
내 수입이 더해지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였다.

그래서 무조건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그게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단지, 돈을 벌 수만 있다면.

그때 내가 선택한 일이
학습지 교사였다.

누! 구! 나! 할 수 있는 일이어서.


학습지 교사라는 일,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냉정했다.

출근과 퇴근 시간을 내가 정할 수 있었고,
일한 만큼 수익이 쌓이는 구조라
그땐 그게 ‘기회’처럼 보였다.

하지만
첫 달 월급, 정확히 12만 8천 원.
잊을 수가 없다.

그로부터 3~4개월 동안은
100만 원을 넘긴 적이 없었다.
하루에 7집, 8집씩 돌며 상담하고 수업을 해도
월 80, 90, 많아야 95만 원.

수익 구조는 더 냉정했다.
1과목 회비는 24,000원.
그중 내가 가져가는 건 35%, 약 8,400원.
회사는 65%를 가져갔다.

학생이 해약하면 그 수당도 사라졌다.
고정 수입이 없는 구조,
불안정한 시스템 속에서
나는 내 몸값이 이렇게 작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주말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출근하기 일쑤였다



학습지 사무실 옆 블럭방에 앉혀놓고
3~4시간 상담을 다니는 동안
아이들은 조용히 그 안에서 놀았다.

울지도 않고, 찾지도 않고,
나를 방해하지 않던 아이들 덕분에
상담을 더 진심으로 하게 됐다.

아이들에게 고마우면서도
왠지 모를 미안함이 늘 따라붙었다.
그래서 나는
더 열심히, 더 오래, 더 많이 일했다.

이 일이 내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
회사보다 내가 더 많이 가져가는 수익 구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 결과,
5년 차에 수익률 50%를 돌파했고,
퇴사 직전에는 최고승률인 54% 근처까지 올렸다.

수입도 월 250~300만 원까지 올라갔다.
그렇게까지 되기까지
진짜, 미친 듯이 일했다.

하지만 여전히
노력은 내가 하는데,
성과는 회사가 가져가는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내 일이 아니라는 느낌.
늘 끌려가는 사람이라는 감각.
그게 나를 점점 지치게 했다.

일요일 저녁이면 출근 생각에
심장이 조여오듯 스트레스를 겪었다.


그즈음,
열심히 벌어 3,000만 원의 대출을 모두 갚았고,
드디어 24평 임대아파트로 분가하게 되었다.

방이 세 개 있는 집이었다.
그중 두 방을 아이들 방으로 정하고,
아이들이 그렇게 갖고 싶어 하던 벙커침대도 사줬다.

그날 밤,
아이들이 좋아서 방방 뛰며 웃던 모습.
서로의 이불을 만지며
“진짜 우리 방이야?” 하던 목소리...

그날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

“버티는 사람”에서 “변화하는 사람”이 되는 건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지금을 넘어서고 싶은 작은 자각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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