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살겠다-글로

by 눈누난나 리



7장.영원히 살겠다 – 글로

어릴 적엔 오래 산다는 것이 단순히 ‘나이를 많이 먹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80세, 90세까지 살면 오래 산 거고, 100세면 장수했다고 말하는 것.
그렇게 오래 사는 건 유전이 좋거나 건강 관리가 뛰어난 사람의 몫이라고 여겼다.

50을 맞은 지금, ‘오래 산다’는 말이 전혀 다르게 들린다.
나는 육체의 나이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오래 사는 게 아니라고 믿게 됐다.
내가 세상에 남긴 무언가가, 내가 떠난 뒤에도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준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오래 사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글을 쓰기로 했다.
살아 있는 동안만이 아니라, 내가 사라진 뒤에도 남아 있을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서다.
말은 바람에 흩어지지만, 글은 남는다.
누군가의 서랍 속 노트로, 책장 위 한 권의 책으로, 또는 인터넷 어딘가의 페이지로.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사실 거창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하루하루의 생각과 경험을 남기고 싶어서였다.
적다 보니 깨달았다.
내가 쓰는 글은 단순히 나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작은 등불이 될 수 있다는 걸.

한 번은 블로그에 쓴 글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이웃님 글을 읽고 시작해 볼 힘이 났어요. 저도 다시 시작해 보려고요.”
그 순간, 전율이 일었다.
내가 쓴 짧은 글이, 누군가의 멈춰 있던 시간을 다시 움직이게 만들었다는 사실.
그건 생각보다 엄청난 일이었다.
내가 직접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의 마음에, 내가 존재한 흔적이 닿은 것이다.

이후로 나는 글을 더 열심히 쓰게 됐다.
잘 쓰려고 애쓰지 않았다.
대신 ‘진짜 내 이야기’를 썼다.
성공담만이 아니라 실패담도, 기쁜 날뿐 아니라 무너진 날도.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아,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라고 느낀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글쓰기는 나를 영원히 살게 하는 일이라는 걸 알아가고 있다.
내 몸은 언젠가 사라지겠지만, 내 글은 내가 알지 못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누군가를 만날 것이다.


그 사람이 내 이름을 기억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내 문장이 그 사람의 하루를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만든다면, 나는 그 순간에도 살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매일 쓴다.
하루에 한 문장이라도, 하나의 생각이라도.
그것이 쌓여 내 삶의 발자국이 된다.
누군가는 그것을 책이라고 부를 것이고, 누군가는 블로그 글, 누군가는 짧은 메모라고 부를 것이다.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남기는 일’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달리기 기록도 마찬가지다.
나의 숨 가쁜 걸음과, 그날의 하늘과, 그때의 생각을 남겨둔다.
그 기록을 다시 읽으면, 그날의 공기와 온도가 그대로 되살아난다.
글이 하는 일도 그렇다.
그 순간의 감정과 온도를 고스란히 봉인해 두었다가, 다시 꺼내면 살아난다.

언젠가 내 아이들이, 혹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손주들이 내 글을 읽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들은 알게 될 것이다.
자신들의 엄마, 할머니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어떤 도전을 했는지, 무엇을 두려워했고 무엇을 사랑했는지.
그건 내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솔직하고 값진 유산이다.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나는 이제 죽음 자체보다, 아무 흔적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지는 게 더 두렵다.


나는 오늘도 쓴다.


글로, 내 삶을 새긴다.


그 글로, 영원히 살 것이다.

사진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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