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차, 버그 많은 프로그램이 된 인간
돌이켜보면 입사 1년 차 때가 가장 열심히 일하던 시기였다. 매일이 낯설고 두려웠지만, 그 두려움 덕분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었고, 작은 실수조차 크게 배워가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런데 3년 차가 된 지금은 다르다. 익숙해져서 여유가 생겼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실수가 늘어난 것 같다. 1년 차 때는 분명히 알고 있던 지식조차 희미하게 느껴지고, 순간순간 헷갈리는 일이 잦아졌다. 마치 뇌가 나도 모르게 공장 모드로 전환된 것 같다. 생각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손은 기계처럼 반복되는 일을 따라간다.
확실한 건, 이게 성장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일을 이어간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일지도 모른다.
또한 예전처럼 ‘열정으로 타오르는 나’ 대신 ‘버티는 기술을 익힌 나’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다.
직장 생활의 진짜 비밀은 열정이 아니라, 이런 버티기의 리듬 속에서 스스로의 의미를 다시 찾아내는 데 있진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