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건강검진 결과를 들고 집에 돌아왔을 때, 엄마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요즘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며 퇴사나 휴직을 권했다. 엄마는 늘 나를 걱정으로 감싸온 사람이다. 대학생 시절, 여름철 빈혈로 잠시 어지럼증을 겪었을 때도 입원을 시켰을 만큼, 엄마의 걱정은 언제나 과했다. 그 마음이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숨이 막히곤 한다.
문제는 엄마의 말처럼 회사를 그만둔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든든한 기반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부담은 언니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엄마 역시 자신의 일로 지쳐 있고, 아빠에게는 별다른 벌이가 없다. 가족 넷 중 세 명이 일을 하지 못한다면, 생활은 더 막막해진다.
아빠의 반응은 또 달랐다. 그는 내 건강을 걱정하는 듯 보였지만, 말끝에는 늘 현실적인 불안이 묻어났다. “이렇게 몸이 안 좋은데 호주에 갈 수 있겠냐, 거기서 바로 일할 수 있겠냐”는 말 속에는 단순한 건강 염려 이상의 속내가 있었다. 결국 내가 곧바로 돈을 벌지 못할 것에 대한 불안, 그리고 앞으로의 생계를 향한 두려움이었다.
나는 그 마음을 알아차린다. 부모의 걱정은 언제나 자식만을 향하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는 본인들의 삶을 지키려는 불안도 함께 섞여 있다. 그것을 이해하면서도, 동시에 나를 향한 과도한 기대와 우려가 무겁게 다가온다.
지금 현재의 기록은 결국 그때의 나를 담아두는 또 하나의 흔적이다. 시간이 지나면 이 마음조차도 조금은 다르게 보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