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주식과 채권은 어떤 위치에 와 있는가
저번 포스팅에서 6월에 공개된 하워드 막스의 메모 「경제법칙 폐기에 관한 첨언」을 소개했었죠.
https://brunch.co.kr/@20ab5efe11054de/96
이번에는 그의 최신 메모, 8월에 발표된 「가치의 계산(The Calculus of Value)」을 다루고자 합니다.
https://www.oaktreecapital.com/insights/memo/the-calculus-of-value
막스는 늘 투자자들에게 가장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가치는 무엇이고, 가격은 무엇이며, 그 둘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
이번 메모에서도 그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지금의 시장이 어디쯤 와 있는지 가늠하게 만드는 통찰을 건넵니다.
막스는 먼저 "가치(Value)"와 "가격(Price)"을 명확히 구분합니다.
가치는 자산이 내는 현금흐름, 즉 ‘벌어들이는 힘’에서 나옵니다.
현재의 수익뿐 아니라 미래 잠재력까지 아우른 개념이지요.
반면 가격은 우리가 실제로 지불하는 금액이며, 투자자들의 심리와 기대가 합쳐져 형성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가치와 가격은 늘 일정한 거리를 두고 움직인다는 사실입니다.
가격이 가치 위에 있을 땐 언젠가 내려앉고, 가치 아래에 있을 땐 언젠가 위로 끌어올려집니다.
마치 자석이 철가루를 당기듯, 가격은 결국 가치와 수렴하려는 힘을 지닙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심리에 의해 가격이 훨씬 더 크게 출렁이고,
그로 인해 버블이나 폭락이 생기는 것이지요.
막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투자의 본질은 결국 적절한 가치를 산정하고, 그보다 낮은 가격에 매수하는 일이다.”
이 간단하지만 어려운 진리가, 지금과 같이 불확실성이 큰 시대일수록 더 빛을 발합니다.
막스는 흥미로운 현실을 지적합니다.
투자자들은 “가치”보다는 “가격”에 훨씬 더 집중한다는 것이죠.
TV 경제 채널이나 투자 커뮤니티를 떠올려 보세요.
사람들은 “이 주식이 오를까, 내릴까”에 매달립니다.
정작 그 기업이 장기적으로 얼마나 벌어들일 수 있는지, 진짜 가치는 얼마인지는 뒷전이 되곤 합니다.
예를 들어 많은 투자자가 단순히 PER(주가수익비율) 하나만을 기준으로 주식이 싸다, 비싸다를 판단합니다. 물론 편리한 지표이긴 하지만, 기업의 미래 성장성이나 무형자산 같은 복잡한 요소를 모두 반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요.
그래서 막스는 경고합니다.
“가치와 가격의 관계를 하나의 숫자로 단순화하려는 순간, 오류의 위험이 커진다.”
투자란 결국 모호한 영역 위에 서 있는 판단입니다.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으니, 오히려 투자자의 겸손함과 긴 안목이 절실해집니다.
그렇다면 지금 시장은 어떨까요?
막스는 이번 메모에서 주식과 채권 모두 ‘우려’의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말합니다.
S&P500의 주가수익비율은 역사적 평균을 훨씬 웃돌고, 시가총액 대비 GDP 비율도 최고 수준입니다.
채권 역시 금리 상승 압박과 재정적자 우려로 투자 매력이 줄어든 상태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AI라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기대, “미국 외엔 대안이 없다”는 인식, 그리고 오랜 강세장에서 길러진 낙관주의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스는 단호히 지적합니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생각은 늘 버블의 단골 손님이다. 가치와 가격은 결국 수렴할 수밖에 없다.
즉, 지금은 리스크를 줄이고 방어적으로 움직일 시점이라는 것이지요.
그가 제시한 ‘INVESTCON 5(방어적 투자 준비 단계)’는 바로 이 경계심을 보여줍니다.
하워드 막스의 글을 읽고 나면, 화려한 투자 기법이나 묘수보다도 기본을 지키는 태도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가치와 가격, 두 단어의 차이를 분명히 기억하는 것.
그리고 현재 시장이 ‘우려’의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경고음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것.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쩌면 단순합니다.
불필요한 욕심을 줄이고, 장기적 안목으로 방어적인 자산 배분을 고민하는 것.
이 단순한 원칙이 결국은 우리의 자산을 지켜주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