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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하나 바꿨을 뿐인데, 마음이 가벼워졌다.

신용대출을 갈아탄 경험을 기록하다

by 유자적제경

4년 전, 저는 신용대출을 받았습니다.

부동산과 주식 투자에 관심이 많아서 레버리지를 활용하고자 했거든요.

2%대 금리여서 큰 부담 없이 대출을 실행하기로 결정했던 거 같아요.

하지만 큰 고민 없이 결정했던 탓인지, 숫자는 너무도 민감하게 반응해버렸죠.


몇 년 사이, 금리는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의 대출금리도 작년 5.94%까지 찍었다가 최근엔 5.17%의 금리로 이자를 내고 있었어요.

매달 나가는 이자가 눈에 보일수록, 마음속 압박도 함께 자라났습니다.

이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숨을 조이는 무게로 다가왔어요.




요즘은 작은 소리에도 귀가 민감해지는 걸 느껴요.

금리 인하 뉴스, 은행 광고 속 숫자들, 유튜브의 경제 해설까지.

무시할 수 없는 목소리들이 자꾸만 귓가를 두드립니다.


그저께 문득 계산기를 열어보았어요.

“이 금리로 앞으로 1년을 더 간다면, 난 얼마를 더 낼까?”

답은 무겁고 명확했죠. 신용대출 말고 다른 대출도 많은데

이 대출에만 매달 15%의 월급을 지출해야 했거든요.

그때서야, 결심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건 변명보단 행동이 필요한 순간이다.'




은행 창구를 찾기 전, 일단 먼저 데이터를 수집했어요.

3곳의 은행, 수십가지의 1금융, 2금융 대출 상품, 그리고 수수료 항목까지.

2금융은 신용점수가 떨어질거 같아 땡, 1금융 중에서 농협은 신뢰가 안가서 땡,

결국 최근 거래가 많고 여차하면 지점에 갈 수 있는 국민은행으로 선택했어요.

지방이라 지점에 꼭 가야할 일이 있을때 멀리 있으면 참 불편하더라구요.


마침내 선택한 국민 은행의 금리는 3.71%이었는데요.

5.17%에서 3.71%로 부담이 낮아지니,

어느새, 제 표정도 숫자처럼 환해졌어요.




갈아탄 뒤 은행을 나오면서

조금은 울컥한 기분을 느꼈어요.

대출을 갚지는 못했지만 이자부담이 줄어드니

“내가 내 삶의 운전대를 다시 잡은 기분”이 들더라구요.


1년 기준으로 줄어드는 이자만 약 40만 원.

작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매달 3만 원씩의 안도'라고도 부를 수 있죠.

카페 라떼 두 잔, 아내와의 저녁 한 끼.

돈의 크기보다 중요한 건, 마음의 공간이었다는걸 깨달았어요.




신용대출은 ‘빚’이지만, 때로는 삶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이었어요.

하지만 그 버팀목도 언젠가는 다시 점검해야 할 대상이 되죠.

이자는 은행에서 내라는대로 내야지 뭐’ 하고 넘겼던 순간들이

조금은 미련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졌더라면,

조금만 계산기를 열어보았더라면.

그 ‘조금’이 내 삶의 한 모퉁이를 바꿨을지도 모르니까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혹시 빚이라는 이름의 짐을 지고 있지 않으신가요?

그렇다면 한 번쯤 다시 들여다보기를 권하고 싶어요.

숫자 하나를 바꾸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 용기는 결국, 나 자신을 지키는 작은 방패가 됩니다


그리고 언젠가, 저처럼 말할지도 몰라요.

“숫자 하나 바꿨을 뿐인데, 마음이 먼저 가벼워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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