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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플로트를 가질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자금의 흐름을 읽는 법

by 유자적제경

안녕하세요, 유자적제경입니다.
오늘은 조금 낯설지만, 알고 나면 세상의 구조가 새롭게 보이는 단어 하나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그 단어는 바로 플로트(float)입니다.

‘돈이 돈을 버는 구조’에는 늘 어떤 시간의 비밀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그 시간을 자유롭게 조율하는 자만이, 남들보다 한 박자 먼저 부를 향해 걸어갈 수 있었죠.
그들의 손에는 언제나 남의 돈을 잠시 보유한 권리, 플로트가 쥐어져 있었습니다.


워런 버핏은 “나는 보험사업을 통해 아주 값싼 자금을 얻게 되었고,

그것으로 훌륭한 회사를 살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말한 플로트란, 간단히 말해 남의 돈을 잠시 빌려 쓰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보험회사는 고객에게 보험료를 먼저 받고,
그 고객이 사고를 당해 보험금을 청구하기 전까지 그 돈을 운용할 수 있죠.
이처럼 지급보다 수령이 먼저 일어나는 돈,
바로 이 시차에서 생기는 자금을 float라고 부릅니다.

이 플로트는 단순한 금융기술이 아닙니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지혜이며,
누군가의 신뢰로부터 만들어낸 잠정적인 자산이기도 합니다.


플로트의 예시

(1) 소매업의 선불 결제

카페에서 기프트카드를 미리 충전해본 적 있으신가요?
그 돈은 아직 쓰이지 않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당장 운용 가능한 현금이 됩니다.
스타벅스는 수십억 달러의 선불 충전금으로 투자와 사업을 확장해왔죠.

(2) 공급업체로부터의 외상 구매

많은 유통기업은 물건을 먼저 받아 팔고, 나중에 그 대금을 지급합니다.
아마존이 대표적이죠.
고객에게는 즉시 판매하고 돈을 받지만,
공급업체에는 30~60일 후에 돈을 지급합니다.
그 시차는 기업에게 플로트가 되고, 자산이 됩니다.

(3) 보험 아닌 금융업의 float

페이팔, 위챗페이, 증권사의 CMA 계좌처럼
고객의 돈을 잠시 보관하면서 운용 수익을 올리는 구조도 플로트입니다.
이 돈은 원래 고객의 것이지만, 운용의 권한은 기업에게 있습니다.

(4) 정기 구독 모델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의 구독료는,
서비스를 모두 받기 전에 미리 돈을 내는 구조입니다.
이 역시 ‘선금 후지급’의 전형적인 플로트 구조죠.

(5) 크라우드 펀딩

제품이 아직 존재하지 않아도,
우리는 개발자를 믿고 먼저 돈을 냅니다.
고객의 기대와 신뢰가 자금이 되는 구조,
이보다 플로트의 개념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을까요?

(6) 여행사·항공사의 예약금

비행기를 예약하면 돈은 그 즉시 빠져나가지만,
여행은 수개월 후입니다.
이 시간의 간격이, 기업에게는 운용 가능한 자산이 되죠.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플로트를 누릴 수 있을까요?
부자들만이 쓸 수 있는 금융기법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개인도 플로트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1) 집주인이 되어 전세자금을 받아 운용

전세는 세입자의 돈을 집주인이 일정 기간 무이자로 사용하는 구조입니다.
만약 내가 전세를 끼고 부동산을 보유한다면,
그 자금을 다른 투자에 활용할 수 있죠.
플로트는 곧 전세자금이라는 남의 돈을 굴리는 시간이 됩니다.

(2) 타인의 자금을 운용하는 구조 만들기

예를 들어, 전자책 예약 판매, 강의 사전 모집, 스몰 브랜드 사전주문 등을 통해
상품이 완성되기 전 자금을 먼저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작은 사업자라도 신뢰 기반의 플로트 구조를 만들 수 있어요.

(3) 세금납부·연금납부의 시차 활용 (세제 플로트)

IRP나 연금저축처럼, 지금 세금을 줄이고 미래에 납부하는 구조는
국가가 제공하는 플로트입니다.
연말정산에서 환급받은 돈 역시 일종의 유예된 자금이죠.

(4) 배당락 전 매수 & 배당금 지급 지연 활용

배당주는 배당락일 이전에 매수하면 배당금을 받을 수 있지만,
실제 입금까지는 몇 주가 걸립니다.
그 시간 동안 자금은 회사에 있고, 우리는 보이지 않는 이자를 기다리는 셈이죠.

(5) 커뮤니티 기반 공동구매 주최자

공동구매를 주최하면, 참여자들의 돈을 먼저 받고
그 후 공급업체에 결제를 합니다.
이때의 시차도 하나의 플로트입니다.
단기간이지만, 자금의 흐름을 내가 쥐는 순간이죠.


플로트는 거대한 부자들의 게임에서만 등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도 누군가의 신뢰를 얻고, 시간의 시차를 활용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작은 플로트를 만들 수 있어요.

우리 삶엔 눈에 보이지 않는 자금의 흐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흐름 위에, 우리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비자가 될 것인가,
플로트를 다루는 사람이 될 것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자신의 시간보다 앞선 돈을 굴리며
조용히 부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자금에도,
그런 플로트의 숨결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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