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찾아오는 이별과 시작, 그리고 그 파동들
안녕하세요. 유자적제경입니다.
7월, 바람이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 바람은 제 책상 서랍을 닫게 하고, 낯선 책상을 열게 만들었습니다.
공무원에게 있어 이 시기는 ‘이사 시즌’이나 다름없어요.
한 자리를 오래 지키기보다는, 주기적으로 자리를 바꿔야 하는 운명을 안고 살아갑니다.
기관마다 다르지만, 1년에서 4년 정도가 지나면 우리는 새로운 곳으로 발령을 받습니다.
어느 날은 익숙한 동료와 눈을 마주치며 커피를 마시다가도, 어느 날은 낯선 사무실에서 명함을 꺼냅니다.
저 역시 7월 1일 자로 새 부서로 옮겨왔습니다. 익숙했던 책상은 이젠 다른 사람의 것입니다. 어색한 웃음과 함께 새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복사기 위치부터 새로 외워야 하죠.
그리고 이 모든 건, 수백만 원짜리 이사보다 훨씬 큰 감정의 움직임을 동반합니다.
정든 자리에서 떠나는 건, 단순한 배치 변화가 아니에요.
그 안에는 새로운 업무, 낯선 인간관계, 갑작스러운 소비의 변화가 따라옵니다.
예를 들어 이삿짐을 꾸릴 때, 새로운 부서에서의 점심값이나 교통편을 미리 계산하게 돼요.
조직이 바뀌면 회식 문화도, 요구하는 업무 스킬도 바뀌니까요.
이 모든 변화는 은근한 ‘경제적 스트레스’를 수반합니다.
송별회에선 감사 인사를 담은 선물을 고민하게 되고,
환영회에선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술값을 조금 더 낼지도 몰라요.
그저 인간적인 마음에서 비롯된 작지만 반복되는 소비들.
한 부서에 오래 있다면 경험할 수 없는, 끊임없는 만남과 이별은
어느새 조직 전체의 소비 흐름에도 영향을 줍니다.
어쩌면 인사이동이야말로, 조직 안의 ‘순환 경제’를 만들어내는 가장 강력한 동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사람은 항상 새로운 바람을 불러옵니다.
그 바람은 조직에 생기를 불어넣기도 하고,
때로는 익숙했던 체계에 혼란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반복 속에서 우리는 유연해지고, 한 발짝씩 성장하게 되죠.
인사이동이 없었다면 우리는 편안했을지 몰라도, 정체되어 있었을지도 몰라요.
지금 저는 새 사무실에서, 낯선 커피 맛에 적응하고 있어요.
익숙했던 동료는 옆 부서로 떠났고,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서류를 넘깁니다.
익숙해질 때쯤, 또다시 인사이동이 찾아오겠죠.
하지만 그게 공무원의 삶이고, 그 안에 작지만 묵직한 ‘경제학’이 존재합니다.
이직이 아니라 인사이동이지만, 마음은 늘 새출발이에요.
우리는 매년 작은 이별을 경험하고, 작은 시작을 맞이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조용히 책상을 정리합니다.
바람이 부는 곳으로 다시, 천천히 걸어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