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 24
12시간을 내리 잔 건 아니었다. 시차 때문인지 한국시간으로 아침 6시인 밤 10시쯤부터 3-4시간마다 주기적으로 계속 깼지만, 비행기에서 누적된 피로 때문인지 기절한 듯 자버렸다. 그렇게 침낭 속에 들어가 있는 동안 2-3명의 룸메이트들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고, 내가 자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다들 조용하려고 귓속말하듯 대화하며 배려해 주는 소리가 잠결에도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밤새 들리던 그들의 코 고는 소리에도 이해심을 가득 품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침 6시쯤 되는 시점, 나는 더 이상 잠은 오지 않지만 어두컴컴한 바깥 조명으로 인해 침낭 속에서 눈을 뜬 채 누에고치로 빙의해 있었다. 그때 누군가 일어나는 소리가 들리고 나 또한 뒤척거리다가 순례길에 왔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섣부르게 조명을 켜기 조심스러워 핸드폰 플래시를 켜서 주섬주섬 짐을 싸는데 어떤 노년의 할아버지가 들어오셨다. 우리는 서로 웃으며 아침 인사를 하고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는 내가 오늘에서야 순례 여정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나는 그가 이미 산티아고를 다녀온 후 이제 집에 돌아가는 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과연 그의 모습은 내가 상상하던 연금술사 책 속 산티아고가 만난 노인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듯했다.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뭐라고 말씀하시고 자리로 가서 본인의 침대 곁의 조명을 켰다. 아마 나에게 자는 이들이 없으니 핸드폰 플래시를 꺼도 된다고 한 것 같다. 덕분에 나는 수월하게 짐을 마저 싼 후, 그 할아버지에게 “부엔까미노.”라고 말하며 숙소를 나섰다.
오늘의 날씨는 그렇게 맑지도, 그렇다고 비 오지도 않는 적당히 흐린 날씨였다. 맑지는 않지만 비가 오지 않아 아쉬운 다행스러움을 느끼며 지난날 난생처음 유럽 땅을 밟고 먹은 거라곤 에그타르트 두 개뿐이었기에 오늘은 기필코 맛있는 브런치를 먹으리라 다짐하는 단순한 나였다. 구글맵을 뒤져보니 한 시간 정도 걸어가면 있다는 후기가 좋은 카페를 찾았다. 마토지뉴스라는 포르투갈 해안 길의 시작점 도시에 위치한 카페였다. 위치가 나이스하다는 생각에 목적지로 설정하고 본격적으로 걸으려 하는 도중 길가에서 마주친 청소부 아저씨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이해가 안 되는 말들이었지만 얼핏
"Bom Caminho!"
“Buen Camino”의 포르투갈어.
그 응원의 말을 담은 듯한 말풍선을 내게 던졌지만 나는 그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해 얼굴에 어색한 미소만으로 잔뜩 꾸미며 그 풍선을 터트려버렸다. 그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면 왜 이리 미안함이 드는 걸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내가 이 나라에 멋대로 들어왔으면서 그들의 친절을 완벽한 문장으로 알아듣지 못함에서 오는 어색함이랄까.. 이들의 친절은 끊임없이 지속되었다. 내가 횡단보도 앞에 서 있을 때면 단 한 명도 빠짐없이,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무조건 차를 세워 나에게 먼저 건너가라고 양보를 해주었고, 우리는 암묵적으로 자동차 유리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미소가 담긴 인사와 함께 지나가곤 했다. 그런 순간들은 지난날들 속 나의 무표정한 가면으로 감싸고 있던 얇은 막들이 약간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렇게 한 시간 즈음 걸었을 때, 드디어 마토지뉴스 도시에 도착했다. 바다가 가까워져서 그런지, 갈매기들의 울음소리가 더 크게 울려 퍼졌고, 까미노 표식 또한 많아지며 확실히 본격적인 순례길의 시작을 알려주는 듯한 분위기의 도시였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 탓인지 마주치는 이들 모두가 나를 순례자로 바라보는 시선과 미소로 응원해 주는 듯했다. 그렇게 걷다 보니 목적지로 설정했던 카페에 도착했다. 조심스럽게 가게 안으로 들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크루아상을 시켜 가게 밖 테이블에 자리를 잡아 잠시 여유를 즐겼다. 유럽은 빵이 전반적으로 다 맛있다.. 별거 아닌 크루아상처럼 보이는데 정말 맛있었다. 내 옆에는 매일 강아지를 산책시키는듯하게 보이는 여성분이 앉아 있었고, 자연스럽게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받아 카페 사장에게 꼬리를 잔뜩 흔드는 강아지를 진정시켰다. 그러고는 선글라스를 낀 채 아침의 여유를 즐기는 듯해 보였다. 나도 괜스레 그녀와 같은 이미지로 비칠 것 같아 그 순간을 뉴요커마냥 만끽해 보기로 했다. 그러고 핸드폰 카메라를 켜 나의 몰골을 확인해 보니,,, 그냥 빠르게 마저 먹고 조용히 짐을 챙겨 나의 길을 출발했다!^^
점점 바다 내음이 코를 찌르기 시작하던 도중 스탬프 그림이 그려진 펍 카페를 발견하였다. 그곳에 들어가 쎄요를 받을 수 있을까 망설이던 나에게 카페 앞 테이블에 앉아있던 한 아저씨가 손으로 도장 찍는 제스처를 해주며 용기를 주었다. 나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용기를 받아 수줍게 인사를 하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의 인테리어가 정말 귀여웠지만 이미 커피를 마신 나는 뭐 하나 사지 못해 쭈뼛거렸지만 그런 나를 발견한 직원은 "Bom Caminho. Have a nice day."라고 호탕하게 인사해 주었다. 그 한마디가 괜히 나의 하루를 완벽하게 만들어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바다를 만났다.
본디 제주도 사람이라 바다를 보면 고향에 온 기분이 든다. 내 인생 많은 바다를 본 것은 아니지만, 최고의 바다는 역시나 제주바다이다. 그 마음은 여전했다. 하지만 북태평양만을 보고 자라다 처음으로 북대서양을 만났다는 사실에 새삼스럽게 마음이 웅장해졌다. 이곳에서의 수평선 너머로 흘러 불어오는 거센 바람은 사뭇 색달랐다. 서로를 경계하듯 익숙하게 눈도장을 찍으며 해안 길을 걷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까미노 길에 들어서자 해안 길을 따라 뛰고 걷는 사람들을 많이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 중 내가 까미노 길에서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 노란색 반팔 티를 입은 영국인 순례자. 그의 이름은 Tesso이며, 그는 나의 까미노길 첫 동행자였다.
길을 걷던 도중 처음으로 그와 마주했을 때는 서로가 혼자 온 순례자임을 어렴풋이 느끼며 어색한 미소로 부엔까미노라고 인사만 나누었다. 그리고 길을 걷다가 어느 순간 우리는 또다시 만나게 되는 지점이 생겼고, 나는 용기를 내서 쉬고 있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화의 꼬리를 붙잡고 일어서 자연스럽게 같이 걷기 시작했다.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물어봤다. 그의 이름은 테쏘이고, 나는 선경이라는 이름이 어렵다고 판단이 되어서 "Just call me Sun."이라고 답했다. 그때부터 까미노 길 위에서 나의 이름은 “Sun”이었다.
그는 올해 3월 프랑스 길을 이미 걸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때 당시 산길에는 아직 눈이 녹지 않은 곳도 있다고 말했고, 쉬는 알베르게가 많아 하루는 계속해서 숙소를 찾아 걷다가 70km를 걸었던 적도 있다고 했다. 그렇게도 힘들었던 시간이 가득한 까미노를 올해가 가기 전 또 온 것이다. 신기했다. 무엇이 그를 다시 오게 만들었을까. 궁금했다. 하지만 그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두 번째 순례길이라 그런지 나의 배낭이 과하게 보일 정도로 동네 걸어 다닐 때 들고 다닐 때 멜만 한 책가방과 1L짜리 물이 전부였다. 또한 포르투 대성당에서 걷기 시작했다고 했으나 크레덴시알조차 없는, 아무런 정보를 찾지 않고 그냥 무작정 이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2주를 잡고 온 포르투갈 해안 길을 6일 만에 완주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네..? 그게 가능한가요.. 아.. 하루 70km를 걸었던 그 라면,, 가능할지도.. 나는 그의 목표에 행운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부엔까미노라고 말했다.
그렇게 우리는 계속해서 "영어로" 대화를 했다. 나의 비루한 영어실력에도 그는 찬찬히 귀를 기울여 들어주었고, 내가 영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모르는 단어들로 인해 소통의 어려움이 있어 미안해할 때면 자신도 한국어를 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점점 나에게도 영어라는 언어가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한창 해안 길을 따라 걷는 도중에 쎄요를 받아 가라는 한 남성이 만났다. 그의 작은 데스크에는 가리비들과 까미노 관련 책처럼 보이는 안내 책들, 그 옆에는 목걸이인가 싶은 조개들이 펼쳐져 있었다. 우리 셋은 한참을 서서 포르투갈 까미노 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남성은 우리에게 세상의 끝, 피에스테라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난 그곳에 대해서 완벽하게 알지 못한 채 흘러갔다.
그리고 그가 팔고 있던 조개 목걸이를 테쏘가 선물이라며 각각 하나씩 목에 걸고 길을 나서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목걸이를 순례 여정이 끝날 때까지 한 번도 빼고 걸은 적이 없었다.
우리가 함께 걷기 시작한 지 2시간쯤 되었을까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한 가게에 들어갔다. 나는 오렌지주스를 골랐고, 테쏘는 오렌지 타르트처럼 보이는 디저트와 커피 한 잔을 골랐다. 계산을 하려던 테쏘의 손목을 붙잡으며 목걸이에 대한 보답을 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필사적 please를 남발했다. 결국 난 승리했다. 음료를 받아 들고 바다가 보이는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아 앉았다. 아침의 흐리던 날씨는 온데간데없이 강렬한 햇빛이 바다에 반사되었다. 거세지만 사납지 않은 바람으로 인해 파도가 활기차게 요동쳤고, 우리는 말없이 그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 그리고 나는 저 바다에 태양빛이 반사되는 것을 한국말로 윤슬이라고 알려주며 나는 저 윤슬을 참 좋아한다고 말했다. 테쏘 또한 마음에 들어 했다.
어느 정도 쉬고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서기 시작했다.
테쏘는 주변을 구경하는 것에 능했다. 길을 걷다 무슨 글귀가 있다면 관심 있게 살펴보았고, 전봇대에 붙어 있던 작은 스티커도 쉽게 놓치지 않았다.
"The Camino Song - The Way"이라고 적혀있던 스티커였다.
테쏘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휴대폰으로 해당 스티커의 큐알코드를 읽었고 노래를 재생시켰다. 꽤나 귀여운 노래였다. 멜로디가 나의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한적하고 평화로운 길을 걸으며 테쏘의 휴대폰으로 크게 울리는 노랫소리의 가삿말이 지금 나의 심정을 대변해 주는 듯했다.
"Buen Camino Peregrino nice to meet you on my way."
우리는 말없이 노래를 들으며 걸었다.
1시간쯤 더 걸었을까, 나는 점점 발에 무리가 왔다. 혼자서만 걷던 어제의 나는 거의 한 시간에 한 번씩 쉬었던 것 같은데 오늘은 테쏘와 함께 걸어서인지 그리 많이 쉬지 못했다. 지금 나에게는 양말을 다 벗어던진 편안한 휴식이 필요했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지난 시점임에도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기에 여러 상황을 고려하며 오늘 하루의 여정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테쏘는 좀 더 걷다가 함께 밥을 먹고 싶어 하는 마음인듯했지만 오늘 나의 목표는 2시까지 숙소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전날 숙소 예약을 진행했어야 했는데 잠에 취하느라 예약하지 못했고 가려고 하는 숙소 자체가 어플 예약이 안 되는 곳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일찍 숙소에 도착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나는 지금 당장 휴식이 필요했기에 더 걷다가 점심을 먹기에는 내 발의 체력이 안되었고, 지금 당장 식사를 하고 가기에 시간이 촉박했다. 나는 점심을 포기하고 잠시 쉬다가 숙소까지 가는 것을 택했고, 테쏘는 오늘 하루 걸어야 하는 여정이 더 길었기에 결국 우리는 헤어짐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훗날 다시 만나자는 포옹을 했다.
그가 떠나고, 나는 벤치에 앉아 양말을 다 벗어던져 쉬기 시작했다.
날씨가 정말 좋아서 낮잠을 자고만 싶었다. 바닷바람으로 인해서 걷다 보니 흘린 땀이 시원하게 증발되었고, 따뜻한 햇살이 나의 온기를 지켜주었다. 지나가던 몇몇의 순례자들과 가벼운 눈인사도 하고, 충분한 휴식을 하고 나서 나는 다시 길을 나서기 시작했다. 같이 걷던 길에서 혼자 걸으니 익숙하면서도 어색한, 평온하면서도 쓸쓸한 그런 길이었다.
걷다 보니 어느새 귀여운 항구 도시에 들어오게 되었고, 알록달록한 집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집들이 알록달록해서 그런 걸까 외국이라는 생각이 물씬 들었다. 계속해서 가다 보면 갈매기들의 쉼터처럼 보이는 작은 바다 웅덩이에서 100마리 정도나 되어 보이는 갈매기떼들이 목욕하는 모습도 보였다. 신기한 절경이었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물놀이하는듯하게 보이는 갈매기떼와 이름 모를 주황색 오리가 유유하게 헤어치고 있었다. 내 옆으로는 노부부 또한 있었는데 관광객인지 순례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도 그 광경을 사랑으로 바라보는 듯했다. 그리고 자리를 떠나 해안 길을 따라가다 보니 시원하게 파도치는 바다를 바라보는 작은 성당 또한 보였다. 해안 길을 걷기 시작하고 처음으로 보는 성당이었기에 호기심을 가득 품고 그 언덕 위로 올라갔다. 성당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닫혀있어 들어가지 못해 아쉬워하던 중, 과연 올라오길 잘했다는 풍경을 선물 받았다. 강렬한 태양의 빛으로 윤슬이 가득한 바다를 배경으로 한 노부부가 그 언덕배기 성당 옆 벤치에 앉아 있었고, 그 옆에는 그들의 수호신처럼 보이는 작은 강아지가 한 마리 있었다. 정말 아름다워서 카메라를 안 켤 수가 없었다. 이 풍경은 지금 이 순간 나만이 볼 수 있는 내 영화의 한 장면이라는 생각에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나도 언젠가 사랑하는 이와 이 광경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그 사랑을 오래도록 가득 품을 수 있기를 기도하는 마음의 가슴 뭉클한 사진 한 장을 품에 안고 나는 다시금 숙소를 향해 걸어갔다.
1시간 30분 정도 더 걸었을까, 오늘 하루 무리한 발이 칭얼대듯 아파질 때쯤 마침내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해안 길에 위치한 숙소라 그런지 바다를 상징하는 인테리어들이 돋보이는 알베르게였다. 흰색과 빨간색으로 색칠된 큰 배가 실내에 진열되어 있었고, 여러 모양의 바닷속 친구들이 군데군데 장식되어 있었다. 마을을 상징하는 하나의 박물관처럼 보이기도 한 공립 알베르게였던 것 같다. 순례 여정 2일 차라 아직까지는 어색하게 여권과 크레덴시알을 꺼내며 체크인을 하고 별채처럼 보이는 게스트 공간으로 넘어가 부엌과 가까운 침대에 자리를 잡고 잠시 숨을 돌렸다. 숙소에는 이미 한 명의 여성이 씻고 나와 와인을 마시며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고 우린 눈인사를 나누었다. 나 또한 뭘 먹어야 할까 고민하며 오면서 찾아둔 피자집을 가기 위해 짐을 두고 나가도 될런지... 씻고 나갈까... 고민하다가 어제오늘 밥을 한 끼도 먹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배가 정말이지 고팠기에 짐을 냅다 내팽개치고 밖으로 나왔다. 딱딱한 신발을 신다 크록스로 갈아 신으니 한결 내 발이 숨을 쉬는 듯했다. 알베르게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있는 피자집에 도착했고, 나는 눈대중으로 살펴보다가 머시룸 피자와 콜라를 시켜 먹었다. 맥주를 먹고 싶었지만 돌아가 근육 이완제를 하나 먹고 자야 할 것 같아 콜라로 선택한 나.. 그리고 피자가 나왔다. 분명 스몰이었는데 라지 사이즈는 되어 보이는 피자 한 판이 나왔다. 얇은 도우라 그런가.. 한판 클리어하지 못하는 나약한 나였지만 아주 맛나게 5조각이나 먹고 콜라를 벌컥벌컥 마셨다. 돌아다닐까 싶다가 발의 피로가 심한 나머지 숙소로 돌아와 씻고 여유를 즐기기로 결정했다. 씻고 나와 짐을 정리 중일 때 처음으로 내 또래인 것 같은 여성 순례자를 만나게 되었다.
며칠 후, 그녀는 나의 산티아고까지의 까미노 동행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