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처음’이라는 건 왜 이렇게 오래 남을까. 아마도 우리가 무언가를 처음 느꼈던 순간과 그때의 감정이 시간이 흘러도 쉽게 지워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 그 ‘처음’의 기억은 아주 어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전 10시 47분, 2.8kg으로 태어났다. 나는 낯을 많이 가렸고, 부모님 뒤에 숨어 세상을 구경하던 아이였다. 누가 이름을 불러도 대답을 잘 못했고, 새로운 곳에 가면 괜히 가만히 서 있던 그런 아이였다. 그때 세상은 무서웠지만, 이상하게도 궁금했다. 왜 이렇게 모든 게 낯설고, 그런데도 자꾸 알고 싶었을까. 그 질문은 오래도록 내 안에 남아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 답을 찾아가던 것이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길이었던 것 같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나는 조금씩 달라졌다. 학교, 동아리, 친구, 선생님, 수많은 대화 속에서 조심스럽게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법을 배웠다. 어느 날은 한마디로 누군가를 웃게 했고, 어느 날은 작게 내민 손길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기도 했다. 그때 처음 알았다. “나는 낯가림이 많은 게 아니라, 그저 세상을 천천히 이해하려는 사람이었구나.”
스무 살이 되던 해, 세상이 갑자기 넓어졌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단지 자유를 얻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선택에 책임이 따른다는 걸 알게 되었고, 부모님의 손길이 닿지 않는 세상 속에서 이제는 내가 스스로 나뭇가지처럼 뻗어 나가야 한다는 걸 느꼈다. 처음엔 설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막막해졌다. 그래도 괜찮았다. 그 혼란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나’를 알아가고 있었으니까.
스물두 살이 된 지금, 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다. 유년기의 나, 청소년기의 나, 그리고 지금의 내가서로 마주 보는 이 시점에서 나는 다시 한번 내 이야기를 꺼내보려 한다.
이 글은 마음의 기록이다. 내가 만난 사람들, 다녔던 학교, 참여했던 청소년 활동과 지역의 작은 프로젝트, 인턴으로 사회를 배웠던 시간들까지. 이 모든 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든 조각들이라고 믿는다. 누군가는 이 글을 읽으며 자기의 유년기를 떠올릴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20대를 지나며 느꼈던 혼란에 공감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억에 닿는 하나의 기록으로 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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