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발전이 없는 것처럼 사람을 찾습니다
19살, 청소년 프로젝트를 시작한 뒤부터 나는 눈에 띄게 바뀌었다.
예전에는 학교와 집이라는 정해진 동선만 반복하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아침에 등교하고, 수업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면 방에서 휴대폰을 보다가 잠드는 하루.
어느 날 문득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아까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조금씩 다른 방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 변화는 고3 9월, 수시 전형을 넣던 순간부터 이미 시작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일반전형과 농어촌 전형이라는 나만의 강점을 살려 지원했고, 면접이나 최저를 보지 않는 전형들도 있어서 마음이 조금은 편했다. 남은 빈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면 금방 후회할 것 같았다.
'지금이 아니면, 나는 이런 만남을 시도할 용기가 있을까?' 이 고민했던 생각이 내 발을 밖으로 내밀게 했다. 그래서 움직였다. 청소년 활동과 프로젝트를 하며 지역의 어른들을 만날 기회가 종종 있었다. 문화도시 사업에서 만난 사람들은 각자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분들이었고, 모두가 나에게는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존재였다.
나는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정말 궁금했다.
그래서 용기를 냈다. 인스타그램 DM을 보냈고, 직접 연락했고, 시간과 장소를 맞추며 약속을 잡았다. 문화기획자, 공무원, 서울에서 영월로 귀촌한 부부, 지역에서 오래 여행업을 해온 분, 청소년을 위해 묵묵히 움직이는 분들까지.
만나고 나면 꼭 한 가지씩 배웠다. 대화는 늘 짧았지만, 그 안에 담긴 무게는 길게 남았다. 그들의 말투, 삶의 태도, 일에 대해 말하는 방식, 지역을 바라보는 눈.
나는 이야기를 듣는 동안 메모장을 펴서 깨알같이 적기까지 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는 단순히 '진로 탐색'을 위해 사람을 만난 게 아니었다. 그보다 깊은 마음 때문이었다.
'사회로 나가기 위해 조언을 얻고 싶은 마음.'
'사람은 어떤 생각으로, 어떤 기준으로 살아가는가'에 대한 호기심.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신기하게도 그들이 지나온 길이, 언젠가 내가 가보고 싶은 길과 닮아 있었다. 어떤 분은 내가 관심을 가진 직업을 이미 경험해 본 사람이고, 어떤 분은 언제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이미 해보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들의 대화, 경험담 하나, 짧은 조언한 줄이 내 삶의 방향을 조금씩 바꿔놓았다. 나는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발전이 없는 사람이다. 성인이 되어보니 그 사실이 더 분명해졌다. 청소년 시절에는 부모가 자연스러운 울타리였다. 하지만 조금만 나이를 먹고 나니, 내 울타리는 내가 직접 쌓아야 한다는 걸 너무 일찍 깨달았다. 그래서 관계도, 조언도, 기회도 기다리는 대신 내가 먼저 다가갔다.
처음엔 떨렸다.
누군가에게 연락하는 건 늘 망설여졌다.
'이러면 실례 아닐까?', '어색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늘 따라붙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용기를 낼수록 새로운 문이 열렸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나는 친구들보다 더 많은 어른들을 만나러 다닌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사회에 대해 듣고,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내가 알지 못했던 방식의 삶을 듣는다. 그렇게 조금씩 나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나고 있었다.
덕분에 영월이라는 지역도, 이곳의 사람들도, 그리고 나 자신도 더 잘 알게 되었다. 어떤 관계는 짧았지만 따뜻했고, 어떤 관계는 길었지만 묵직했다. 조언을 들으러 가는 일은 결국 내가 원하는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가끔은 장난처럼 들리는 잔소리도, 지나가는 말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막힌 길 한가운데 서 있을 때, 문득 떠오르는 말들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했다.
23년도에는 청소년 신문사 프로젝트를 하며 인터뷰를 자주 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는 묘한 공허함이 밀려오기도 했다. 인터뷰 뒤에 남는 적막함은 언제나 어색했지만, 그 공허함조차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에너지가 든다. 때로는 용기보다 두려움이 크고, 때로는 결과가 없을 때 실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관계를 잇는다.
누군가를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는 분명히 조금 더 나아지는 사람이 된다.
오늘도 나는 고민한다.
'또 어떤 사람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그 질문이 내 발을 계속 앞으로 밀어낸다. 그리고 그 질문 덕분에, 나는 사회초년생이라는 낯설고 불안한 시간을 조금 더 단단하게 통과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