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밥도 잘 먹고, 운동도 제대로 해요."

아빠육아일기 ​

by 도도쌤

다섯 살 아들, 여섯 살 딸을 키우는 아빠다.

나이 사십이 넘어가니 체력이 많이 떨어진다.

나의 1차전은 학교다.

오전 내내 1학년 아이들과 학교에서 진을 뺀다.

'승패 승패패.'

이번 주 2승 3패로 내가 졌다.

아이들과 잘 맞았던 날 월수 2일, 힘들었던 날 화목금 3일이다.

오늘도 패.

학교에서 벌써 에너지 70을 썼다.

남은 에너지는 30프로 다다.


나의 2차전은 집이다.

집에 와도 쉴 수가 없다.

놀이터에서 놀고 오면 에너진 바닥. 0이다.

허기짐이 밥을 하게 만든다.

육아하면서 느낀 진리다.

밥심으로 아들 딸 둘 샤워를 겨우 끝낸다.




부인 퇴근 시간이 늦다.

어린이집 애들 하원은 내 몫이다.

"또 아빠예요? 엄마 보고 싶단 말이에요. 엄만 도대에 언제 와요?"

겨우 시간 맞춰 어린이집 갔겄만 아빠 보고 반갑게 맞아 주기는 커녕 엄마만 찾는다.

입이 한입 툭 튀어나왔다.

"아빠, 좀 더 늦게 와요. 아빠 일찍 와서 우리 못 놀았단 말이에요."

오늘도 우리 딸 아빠 보고 늦게 데리러 오라고 투정 부린다.

여섯 살 우리 딸. 어린이 집이 이렇게 좋다.

"제가 어린이집 오래 있었는데 부모님 보고 늦게 오라고 하는 애들은 처음 보네요."

어린이집 선생님이 내게 하는 말이다.

그렇다.

우리 아들 딸. 남아서 친구들이랑 놀 수 있는 어린이집이 마냥 좋다.




왼손엔 아들 손, 오른손엔 딸 손을 꼭 붙잡고 주차된 차로 간다.

"딸, 안전벨트 혼자 할 수 있어?"

"네."

"아들도 안전벨트 혼자 할 수 있어?"

"아니요. 아빠가 좀 도와주세요."

한 살 차이가 이렇게 크다.

딸은 금방 '찰칵'소리를 내며 안전벨트 성공이다.

우리 아들 혼자 줄 당기기를 수차례.

징징거리기 시작한다.

손길이 아직 많이 필요하다.


집으로 가는 차 안 뜬금없이 아들이 내게 그런다.

"1살 때 할머니가 많이 업어줬어요? 저?"

"그래 정 00 할머니가 100일 동안 아들 업어줬지. 김♡♡할머니도 너 자주 업어줬지."

"엄마도 많이 업어줬어요?"

"그럼 너거들 키운다고 많이 업어 줬지."

"그럼 아빠, 삼촌도?"

"그래 한 번씩 아들 볼 때마다 업어줬지."

그러다 아들 불쑥 이런다.


할아버지는 힘이 세서 지금도 업어주는데 맞지? 아빠?


사실이다.

외할어버지는 힘이 세다.

우리 아들 딸 '아기 상어' 노래를 아직도 이렇게 부른다.

"할아버지 상어 뚜루루 뚜루 힘이 센 뚜루루 뚜루 할어버지 상어."

할아버지 상어는 멋있는 상어가 아니라 힘이 센 상어다.

우리 집에서 아빠 상어는 힘 약한 상어다.

라떼가 나오는 타이밍이다.

8년 전 허리 디스크 수핵이 터졌다.

아직도 무거운 걸 들면 바로 발바닥이 찌릿찌릿하다.

올해 왼쪽 무릎 연골이 찢어졌다.

계단을 조금 많이 걸어내려가면 무릎이 아프다.

"아빠 상어 뚜루루 뚜루 힘 약한 뚜루루 뚜루 아빠 상어."

그래 난 힘 약한 아빠 상어다.


어쨌든 아들 물음에 대답을 했다.

"그래 할아버진 힘이 세지. 우리 아들 좋겠네. 할아버지가 업어줘서."

그러자 요즘 한창 두뇌 회전이 빠른 딸이 그런다.

"할아버진 늙었는데 왜 힘이 세죠?"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다.

"할아버진 운동을 많이 하고 근육이 많아서 힘이 세지."

그러자 우리 딸 나에게 기어이 케이오 펀치를 날린다.


근데, 아빤 젊은데 힘이 왜 약해요?



띵하다.

맞다.

다 사실이다.

그리고 대답한다.

운동을 안 해서 그래.


그렇게 대답하자 딸이 내게 충고를 한다.

"그럼 아빠, 밥도 잘 먹고 운동도 제대로 해요."

"어, 알겠어. 하하하하하"

"아빠, 근데 왜 웃어요?"

"아, 그냥."

"아빠는 참. 이제부터 운동 열심히 해요."

쓴웃음이 난다.

운동 열심히 해야겠다.

우리 딸이 나의 스승 등극했다.


딸의 케이오 펀치를 맞고 운동하기 시작했다.

학교 출근길. 지하철에서 내려 학교까지 20분 무조건 걷는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그냥 걷는다.

2주 10일 꼬박 했다.

딸 덕분에 다리가 많이 튼튼해졌다.

주말 저녁. 예전이면 친구들과 한 잔 하고 있을 이 황금시간에 운동장도 돈다.

쓸쓸하다.

주말이라 사람도 없다.

휑하다.

하지만 딸의 한 마디가 생각이 난다.

"아빤 젊은데 왜 힘이 약해요?"가.


힘을 길러서 할아버지처럼 딸을 업어줘야겠다.

"아빠 상어 뚜루루 뚜루 힘이 센 뚜루루 뚜루 아빠 상어."

힘이 센 아빠 상어 등극. 그날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