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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May 25. 2022

녹고뫼 오름에 오르다.

영실코스 쉼터에서 만났던 할머니가 추천해주신 오름, 내 친구가 좋다고 꼭 한 번 가 보라고 소개해 준 오름, 오름이 바로 '녹고뫼 오름'이었다. 가야지, 한 번 가야지 했던 오름이었는데 오늘 드디어 가 보게 되었다.


그런데 갔다 오긴 왔는데 아직도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다.  안내표지판에는 '녹고뫼'라고 나오고,  네이버 지도에는 '큰 녹고메'라고 나오고, 발음대로 '노꼬메'라고 까지 또 표지판에 적혀 있다. 뭐가 맞을까? 하하하.




할머니께서 추천해주는 코스대로 '궷물오름'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갈래길에 이정표들이 없어서 가는 내내 어디로 가야 할지 참 힘들었다. 결국은 녹고뫼 오름 오르는 길을 못 찾아 같은 길을 두 번이나 왔다 갔다 하는 바람에 오름 오르는 길이 김이 팍 샐 정도였다.


우리 아내 제주시에 바로 민원 넣어야겠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했는지 모른다. 하하하.  최소한 갈래길에는 여기가 어디로 가는지 이정표 정도는 정확히 해 줘야 할 것 같다.



아무튼, 궷물오름을 통해 녹고뫼 오름 올라가는 분이시라면 족은 녹고뫼 이정표로 가면 녹고오름 길이 나오니 혼동하지 않기 바란다.


녹고 오름 초입 삼나무 길이 참 매력적이다. 영화에 나올 정도로 수려하다. 아내와 나 이 길에 감탄해서 사진을 계속 찍었다. 삼나무 숲길은 참 많이 가 봤는데  양쪽으로 줄 맞추어 일자로 나란히 서 있는 삼나무 숲길은 처음이었다.



뭔가 나를 맞아준다는 느낌, 레드카펫을 밟는 느낌, 꽃길처럼 삼나무 숲이 양 옆에서 열렬히 손뼉 쳐주고 환영해 준다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녹고메 오름 초입은 둘레길 걷듯이 편했는데 어느 순간 60도 이상 경사의 계단이 계속 나온다. 헉헉헉 거리며 걷다 쉬다를 반복한다. 꼭대기를 보니 숨이 막힌다. 못 오를 것 같아 정말 계단 한 칸 한 칸만 보면서 올랐.


수도 없이 찍힌 스틱 자국들이 나무에 보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여길 올랐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한 칸 한 칸 오르다 그러면서 잠시 쉰다고 뒤를 돌아봤는데 그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초록 세상에 풍덩 빠지고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문득 깨달음이 있어 녹음까지 했다.


역시 멀리서 보는 거랑

직접 가 보는 거랑 천지 차이다.

가 봐야지 안다.

본다고 아는 게 아니다.


아래 저 멀리서 보는 풍경이랑

여기 위에서 보는 풍경이랑 천지차이다.

안다고 하지 마라. 보인다고 안다고 하지 마라.

직접 가 보지 않고서는 말이다.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주위가 뻥 뚫린 것이 속이 시원하다. 군산오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각종 오름이 다 보이고, 저 멀리 비양도까지 보이는 뷰가 가슴속을 시원하게 해 준다. 힘겹게 오른 등산 분들도 빼어난 녹고뫼 오름 정상에 취해 한껏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으신다.


내려가는 내리막길이 또 장난 아니다. 스틱이 없었다면 생각하기도 싫다. 그렇게 힘들어서 일까? 왜 이렇게 힘든 오름을 사람들이 오를까 하고 아내가 물어본다.


"궁금해서 안 그렇겠나? 저 위에 올라가 보면 뭐가 있을까? 그리고 저 위에서 보는 풍경은 어떤 느낌일까? 그 궁금증에 사람들이 이렇게 여기를 오르지 않을까?"라고 대답했는데 잘 대답했는지 모르겠다.



정상에서 멋진 풍경도 보고, 사진도 찍고, 김밥도 맛있게 먹었다. 여기 녹고뫼 오름 5점 만점에 4.5점이다. 가볍게 생각했는데 오르막과 내리막에 고생을 했는지 양다리가 다 근육통으로 당긴다. 내일은 무조건 쉬어야겠다. 하하하.


아무튼 여길 갔다 오니 왜 할머니께서 추천해주시고 친구가 추천해줬는지 알 것 같았다. 첫째 이유는 초입 부분의 수려한 삼나무길, 두 번째 이유는 정상에서의 시원한 뷰다. 한 번은 꼭 올라와서 초록 풍경을 꼭 보기 바란다. 물론 삼나무 숲 풍경도 빼먹지 말고 말이다. 


아! 무엇보다 갈래길 이정표 좀 제대로 부탁립니다.



도전하고 도와주는 쌤, 도도쌤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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