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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May 24. 2022

올레길 7코스를 드디어 끝내다. (점심 맛집 포함)


참 오랜만에 올레길을 걸었다. 띄엄띄엄 걸었던 길들이 정확히 다시 이어졌다. 기억 속에 헤매고 있었던 조각들이 '올레길이 7코스'라는 이름으로 정확히 머릿속에 자리매김했다. 이제는 스스로 자신 있게 올레길 7코스 완주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어디 갈까?"

"저번에 못 걸은 산방산 갈까?"

"음... 산방산 쪽은 너무 자주 가서 좀 지겨운데..."

"그럼 저번에 다 못 걸은 근처 7코스 마저 걸을까?"

"어. 그거 좋은데. 오랜만에 바닷길 좀 걷고 싶었는데 잘 됐네."



아내와 그렇게 시작한 오늘의 코스는 서건도부터 외돌개까지 코스다. 이 구간을 걷지 않아서 항상 마음속 짐이었는데 드디어 해결을 했다. 아내 모처럼 바닷길이 걷고 싶었는데 길도 완성하고 집도 가까워서 일석이조다.


버스를  타고 서건도에 내려 해안 쪽으로 쭉 걸어오니 저 멀리 범섬이 보인다. 여기서 이렇게 가까이 보이는 범섬은 처음이다. 그 범섬 풍경이 멋진지 아주머니 대여섯 명 분께서 범섬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다고 야단이시다. 활짝 웃고 있는 표정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너 또 여기서 보니 새롭다!'

'역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섬이 범섬 너 맞는구나!'

'설문대할망 발이 뚫어놓은 두 구멍도 아주 자세히 보이는구나!'


가장 가까이 보이는 범섬을 한동안 뚫어져라 쳐다본다. 여기 집 하나 짓고 너를 매일 쳐다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래서 그런가? 여기 범섬과 한라산을 뒤로해서 지은 펜션들이 참 많다. 여기가 비양도처럼 해수욕장이었으면 범섬 너 더 인기가 많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봤다.


아내와 손잡고 오른쪽으로는 범섬을 보며, 왼쪽으로는 한라산을 또 한 번 보며 걷는 이 바닷길 참 좋다. 이 얼마 만에 걷는 신선함인가? 왜 그동안 이 좋은 올레길을 안 걸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시작이 너무 좋았나? 코너를 돌자마자 법환포구 쪽 길이 나오는데 다소 실망스럽다. 바다는 크레인 두 대가 공사 중이고, 걷는 길엔 왜 그렇게 인공적인 설치물들이 많은지. 자연스럽게 뒀더라면 훨씬 더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카페' 벙커 하우스가 저 멀리 보인다. 바닷가 앞에 자리 잡은 이곳, 외돌개부터 여기까지 걸었던 올레꾼을 위한 쉼터로서는 최고다. 사람들이 시끌벅적할 정도로 많다. 바다 돌멩이 길을 걸으니 해안 숲길이 나온다. 더웠던 기운이 순간 숲 속에 들어오니 시원해진다.


숲 속에서 바라본 범섬 풍경이 또 그렇게 멋있다. '찰칵' 너를 또 찍어본다. 우리 아내 지금껏 너무 좋은 풍경을 많이 봐서 오늘 길은 너무 평범하다며 한 번도 폰을 꺼내지 않았는데 드디어 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다. 시원하게 뚫린 바닷길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속골'이라는 물길이 이어진 곳도 제법 특이했다.  서귀포여자고등학교 쪽으로 오르는 오르막과 해안도로 그리고 내리막은 둘러 걷기엔  좀 별로였다. 바닷길로 쭉 이어서 걸었더라면 참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가득 들었다.




앞서 걸었던 길이 1차전이었다면 지금부터는 2차전이다. 이곳부터 외돌개까지 해안 절벽 위를 걷는 데크길인데 길이 참 잘 닦여 있다. 그래서 그런지 걷기도 편하고 범섬을 보며 걷는 풍경이 예술이다.  내 생각엔 올레길 7코스 메인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좋은 것 같다.  예전에 한번 혼자서  걸었던 곳인데 아내와 다시 걸으니 또 새롭다.



"우와! 여기 시작부터 너무 좋은데!"


우리 아내 저 멀리 범섬이 보이는 풍경, 이 길이 너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폰을 꺼내서 연신 사진을 찍는다. 유람선도 저 멀리 범섬 주위를 한 바퀴 돌기 위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중간에 힘들어 카페에서 차 한잔 먹고 가려했는데 가격에 후들후들해서 포기했다. 대신 외돌개 근처 넓은 공원에서 지친 다리와 몸을 쉬었다.



'외돌개' 홀로 외로이 우뚝 서 있는 너를 다시 보니 반갑다. 얼굴 없는 장금이 배경으로 사람들이 사진을 많이 찍으신다. 결혼 전에 아내와 왔던 이곳이 올레길 7코스였다니 새롭다.  그때는 연애 초라서 좋았는데 지금은 무엇보다 마음이 여유로워서 더 좋다.  


오늘 가볍게 한두 시간 걸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올레길 7코스가 길다. 다리도 아프지만 무엇보다 배가 고프다. 뭐 딱히 먹고 싶은 게 안 떠오른다. 면 종류는 최근에 너무 많이 먹어 싫고 고민하다 생각해낸 곳이 바로 '한옥집'이다. 예전에 한번 맛있게 '김치찜'을 먹었던 곳인데 그 김치 맛이 다시 먹고 싶어졌다.


여기 외돌개에서 버스를 타려니 2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아내와 나 기다리는 것보단 걷는 것을 선택한다. 여기는 걸매 생태공원 근처고 아들이 좋아하는 칠십리 시 공원 놀이터가 있는 곳이라 길을 아예 외우고 있어 편했기 때문이다.  '한옥집'까지 있는 힘을 다해서 걸었다.



너무 배고파서 그렇나? 오늘 시킨 '김치찌개'가 아주 훌륭하다. 아내와 나 김치찜에는 못 넣었던 라면사리를 하나 넣어서 먹는데 술술 넘어간다. 김치찌개 국물도 감칠맛이 일품이고 고기에 김까지 곁들여서 같이 먹으니 속이 든든하고 뜨뜻하다. 3시간 가까이 걸었던 피로와 배고픔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얼마나 맛있게 먹었던지 먹는 동안 아내와 나 아무 말이 없었다. 하하하하. 다 먹고 아내한테 물으니 여기 김치찜 전문집 '한옥집' 점수를 5점 만점에 4.7을 준다. 나는 4.8이다. 가격도 8,500원이면 적당하고 맛도 좋았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올레길 7코스를 다 걸은 셈이다. 올레길 센터에서 시작해서 칠십리 시공원, 외돌개,  법환포구와 서건도. 그리고 강정천을 지나 월평 아왜낭목까지. 끊어진 길을 이었더니 마음이 편하다. 올레 7코스는 개인적으로 한 번에 가기엔 너무 무리다. 만일 두 코스로 나눈다면 이렇게 걸을 것 같다.


올레길 7코스 추천 코스



1) 제주올레 여행자 센터- 칠십리 시 공원- '한옥집'(점심)-삼매봉-외돌개-돔베낭길(서귀포여자고등학교)


2) (서귀포여자고등학교)-법환포구-서건도-강정천-켄싱턴리조트(애슐리 점심)-강정항- 해안길(강추)+스르륵 카페(강추)-월평 아왜낭목 쉼터


<그동안 걸었던 올레길 7코스>


https://brunch.co.kr/@20be71c66813413/156


https://brunch.co.kr/@20be71c66813413/167

https://brunch.co.kr/@20be71c66813413/165

https://brunch.co.kr/@20be71c66813413/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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