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에 정착한 지 한 달 반, 그 사이 서귀포가 좋아졌다. 서귀포만의 올레길 '하영 올레'가 도심 주변에 있어 어디를 걷든 예쁜 꽃과 나무와 경치가 내 맘을 사로잡는다. 또 서귀포에서 보이는 한라산 풍경은 다른 곳에서 보다 훨씬 더 멋지다.
서귀포만의 올레길 '하영올레'마크, 그리고 한라산 풍경 by도도쌤
게다가 서귀포 앞바다에 있는 세 개의 섬은 이제 이름을 외울 정도로 나랑 친구가 되었다. '범문섶'. 즉, 범섬 문섬 섶섬 순서다. 처음에는 이게 섶섬인가 문섬인가 헷갈렸는데 이제는 이렇게 외우니까 쉽게 외워졌다. 세 개 섬 정도는 정확히 알아야 서귀포 산다고 말할 수 있진 않을까?
이 세 섬을 한 번 그려보았다. 사진을 보면서 노트 펜으로 특징을 나름대로 살려서 말이다. 하하하하. 범섬은 일단 평평하다. 그리고 멀리서 보면 안 보이지만 조그만 섬도 옆에 있다. 그리고 문섬은 중간에 있다. 문섬도 옆에 조그만 새끼 섬이 있다. 섶섬은 아직 정면으로 못 봤는데 올레길 6코스를 걸을 때 자세히 봐야겠다. 참고로 이중섭 '섶섬이 보이는 풍경' 그림으로 유명하다.
서귀포 앞 바다위 3가지 섬, 범섬, 문섬, 섶섬 by도도쌤
왼쪽에서 오른쪽 순서대로 범섬, 문섬, 섶섬이다. 참고로 섶섬은 이중섭의 '섶섬이 보이는 풍경'(네이버 출처)그림으로 유명하다.
세 개의 섬 중에서도 난 '범섬'이 제일 좋다. 왜냐하면 제일 자주 보이고 볼 때마다 뭔지 모를 편안함과 신비스러움이 있어 저 섬에 한 번 가서 마음껏 탐험하고 실제로 한 번 살아보고 싶기 때문이다. '실제 50∼60년 전에는 가축을 방목하고 고구마 등을 재배하며 살았다고 한다.(네이버 출처)'
아무튼 저 신비스럽고 나에게 편안함을 주는 범섬, 올레길 7코스를 걸으며 다시 만났다.
올레길 거꾸로 걷는 표식, 주황색 올레길 마크를 따라 걷다 by 도도쌤
외돌개에서 시작해 오른쪽으로 쭉 걸으려고 했는데 정류장을 착각해 엉뚱한 '서귀포여자고등학교'에서 내렸다. 올레길을 거꾸로 걷는 건 처음이다. 아무튼 걷기 시작하자 파도소리와 함께 저 멀리 떡하니 위품 있게 서 있는 섬 하나가 내 시선을 강탈한다. '우와! 멋지다! 끝내준다!' 나도 모르게 감탄을 연발하며 사진을 찍고 또 찍는다. 그렇게 많이 본 섬인데 다시 보니 또 새롭고 좋다. 이 풍경을 매일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상상까지 해 본다.
그런데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여기 올레길 근처도 개발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건물이 지어지는 장면 by도도쌤
자연은 그냥 자연으로 둘 때가 가장 아름다운데 말이다. 뉴질랜드 여행할 때 자연관광지를 구경하면 그것 말고는 식당, 호텔 등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냥 자연 그대로를 감상할 수 있게 만든 뉴질랜드 사람들의 자연사랑이 느껴졌다. 제주도를 여행하면 할수록 '이 아름다운 풍경은 우리만 누려야지! 관광객이 많으니 돈 좀 벌어야지!' 하는 생각들이 보여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 지어지고 있는 호텔을 보며 씁쓸한 마음을 접고 다시 범섬을 바라본다. 멋지다. 하하하하. 저 범섬 소나무 아래에서 돗자리 깔고 누워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까지 해 본다. 처음에도 말했듯이 범섬이 좋으니 궁금하고 더 알고 싶다. 그래서 검색을 좀 하니 내가 모르는 것들이 나왔다.
'섬의 형태가 멀리서 보면 큰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 같아 호도라고 하였다.(네이버 출처)' 호도? 새로운 발견이다. 나한텐 호랑이가 웅크린 것처럼 안 보이는데... 다시 보면 그렇게 상상하며 보리라 다짐한다.
소나무와 범섬 by도도쌤
아 그리고 새로운 사실. 문섬과 함께 이 구역이 심지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있다고 한다. '섬 내에 희귀 식물들이 다량으로 자생하고 연안에는 학술적 가치가 큰 해산 생물이 다수 생육하고 있어 2000년 7월 18일 인근의 문섬과 함께 문섬 및 범섬 천연 보호구역(천연기념물 421)으로 지정되었다.(네이버 출처)'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아름다운 곳 맞다. 섬 위쪽과 바다 밑 속을 샅샅이 탐험하고 싶은 욕망이 다시 불타 올랐다. 하하하하.
끝으로 '해식 쌍굴'이 있다고 한다. '제주도를 만들었다는 설문대 할망이 한라산을 베개 삼아 누울 때 두 발로 뚫어 놓았다는 해식 쌍굴에 얽힌 전설이 전해진다.(네이버 출처)' 내가 찍은 사진을 두 손으로 확대를 하니 끝에 굴 두 개가 보인다. 하하하하. 또 새로운 발견이다. 설문대 할망의 두 발은 엄청 컸었나 보다며 혼자 피식 웃었다.
많은 관광객들이 '외돌개'를 보러 오면서 동시에 7코스 길을 걷는다. 파도소리에 해안 바위 절경에 문섬, 범섬과 바다와 하늘과 구름 그 자체가 아름다운 7코스 바닷길이다.
범섬, 문섬, 그리고 저 멀리 살짝 섶섬이 보인다. by도도쌤
이 아름다운 바닷길에 취해 다들 기분이 좋은지 어깨동무를 하며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사진을 찍는다. 이 아름다운 바다 풍경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는 저 '범섬'. 올레길 7코스를 보면 '아! 저 평평하게 생긴 섬은 그냥 섬이 아니라 '범섬'이구나!'라고 꼭 이름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