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올레길 7코스, 외돌개 가는 길(맛집 포함)

by 도도쌤

오늘의 코스 소개

한옥집(점심)- 올레길 7코스 걷기(cu)- 삼매봉 꼭대기(팔각정)- 외돌개-615 버스 타고 집으로 오기


서귀포 예술의 전당에서 4.3 뮤지컬 <동백꽃 피는 날에>을 보고 나니 11시 40분. 배고 너무 고파 일단 점심을 먹고 외돌개 가는 올레길을 걷기로 결정한다. 아내와 여행을 좀 하다 보니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딱이다. 무조건 배 부르게 하고 여행길에 올라야 한다.


"점심 뭐 먹지?"

"음.. 저번에 집으로 오는 길에 봤던 사람 많았던 김치 찜 거기 어때?"

"좋아! 맛있어 보이더라!"

"오케이!"


아내와 나 서귀포시를 자주 걸어 다니다 보니 가게를 꼼꼼하게 살핀다. 사람이 많이 있는 곳은 잘 기억해뒀다가 다음에 꼭 가기로 결정한다. 저번에 찜해둔 집 <한옥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멀리서 보니 가게 앞에 이미 사람들로 북적인다. 발걸음이 빨라진다.


"여기 번호표 같은 건 없나요?"

"없고요. 앞에 먼저 온 사람들이 주문해 놓았거든요."


우리보다 먼저 온 팀이 3팀이다. 우린 네 번째. 이 집의 대표음식 '김치찜'을 미리 주문한다. 한 10분 정도 기다리니 들어오라고 한다. '오! 안이 꽤 넓다' 특이한 점은 주방이 엄청 크고 주방 안에서 요리하시는 분들이 못해도 대여섯. 음식 준비하느라 바쁘시다. 사람들 먹는 표정이 다들 밝다. 저 멀리 나무판에 세긴 문구가 참 마음에 든다. 노트를 꺼내 적어본다.

지혜는 들음에서 생기고
후회는 말함에서 생긴다.


가슴을 울린다. 자기 말만 하지 말고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라고 한다. 듣는 걸 잘 해라라고 나무판에 새긴 사람이 게 말을 하고 있다.

음식은 어머니다.

주방 입구 위에 적힌 또 다른 문구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마음에 든다. 어머니가 제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좋은 재료와 정성으로 요리를 해서 손님에게 드리겠다는 가게의 의지와 사랑이 보인다. 음식 나오기 전에 어떤 맛일지 이미 한껏 기대로 부푼다.


'짜잔'

드디어 김치찜이 나왔다. 묵은지 하나가 통째로 나왔다. 김이 솔솔 나는 김치 하나를 얼른 집어서 먹어본다. '호호호' 뜨겁다. 김치가 입에 살살 녹는다. '근데 고기는 어디 있지?' 하며 보는데 묵은지 속에 폭 담겨 있다. 돼지 고긴 여기 흑돼지다. 그래서 그런지 진짜 보들보들하다.


김치, 고기, 김, 그리고 밥이랑 같이 먹는데 뜨거워 호호 거리면서도 입은 계속 씹고 있다. 깔끔하다. 손이 계속 가는 맛이다. 아내와 나 아무 말 없이 김찌 찜과 초대형 계란말이를 다 먹어치웠다. 입가심으로 숭늉을 먹었는데 그게 또 뜨뜻하니 좋다. 5점 만점에 4.3 정도 주겠다. 여긴 관광객 말고 주위에 일하시는 서귀포 도민들이 많이 찾는 곳 같다.


배가 든든하다. 든든하다 못해 너무 배부르다. 배를 꺼주기 위해서라도 걸어야 한다. 알고 보니 외돌개 가는 길이 올레길 7코스 일부다. 워낙 자주 왔던 거리라 여긴 이제 외운다. cu 외돌개 지점에서 올라가니 올레꾼들이 보인다. 도민 모드에서 올레꾼 모드로 급 바꾼다.


삼매봉으로 올라가는 초입, 왼쪽으로 바다가 펼쳐지고 '범섬'이 보인다. 장관이다 연신 사진을 찰칵찰칵 찍는다. 아내가 "사진 멋지지?" 하면서 보여주는데 끝내준다. 올라가는 길에 벚꽃도 만개를 했다. 아내 저 멀리 걸어가는데 벚꽃 속에 참 잘 어울린다. 아내와 걷는 이 길이 마냥 좋다. 정상 팔각정에서 앉아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하며 풍광을 둘러보니 시원한 바람에 모든 게 다 아름답게 보인다. '여기 올라오길 참 잘했다' 생각이 든다.


그런데, 문제는 내리막길이다. 끝없는 계단으로 이어진 내리막길. 이건 진짜 예상 못한 변수다. 내려가고 내려가도 끝이 없다. '이 길은 절대 안 온다!' 속으로 다짐하며 겨우 겨우 내려왔다. 하하하하. 내리막길이 힘든 분은 계단 말고 둘러 가는 길을 추천한다. 여기 내리막길은 비추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외돌개'가 아니라 '별표 한 곳'이다. 나도 사실 외돌개를 두 번 정도 왔는데 두 번 다 여기 외돌개 주차장에 주차하고 외돌개만 보고 왔었다. 외돌개가 관광지지만 여기 살다 보니 전체를 보는 게 중요함을 느낀다. '별표 한 곳' 쪽으로 가려면 왼쪽, '외돌개'는 오른쪽이니 왼쪽부터 가길 꼭 추천한다.


'별표 한 곳' 이곳, 뭐 이건 진짜 360도 환상 4D 그림 속에 풍덩 빠진 기분이다. 바람은 세차게 부는데 하늘과 바다는 푸르고 세상엔 아내와 나 둘 밖에 없는 기분이다. '뭐 이런 곳이 다 있어?' 절벽 가까이 가 봤는데 떨어지면 진짜 죽을 것 같다. 무섭다. 바람이 순간 내 몸을 들었다 놓았다. '아 무서워!' 기어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휴~~" 죽다 살아났다.


"여기 근처 살면 매일 아침 산책하면 정말 좋겠다! 맞지? 여보?"

"어, 정말! 여기 걷기도 너무 좋고 바다 너무 아름답다."



그래 여기 길. 아내가 말한 것처럼 정말 아름답다. 그래도 오늘은 여기까지다. 올레길은 무리하지 않고 나누어서 걷기로 했다. 남은 길은 다시 와서 걸으면 된다. 아쉬움을 달래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탄다. 서귀포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옥집> 맛집 사진들


올레길 7코스와 별표 한 지점 사진과 영상


올레 7코스, 외돌개 가는 길 by 도도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