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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었지만 바다 색깔 하나만은 끝내줬던 금능해수욕장

by 도도쌤
강정동 3066, 고래놀이터

네비에 '강정동 3066'을 찍었다. 집에서 18분 거리. 고래놀이터에 도착했다. 아이들이 놀이터를 원했기에 이곳을 찾았다. 고래놀이터와 한라산 이거 또 예술이다. 찰칵찰칵. 그런데 노는 건 딱 30분이다. 놀이터 두 군데에서 15분 놀고, 놀이터 옆 '악양천'에서 돌멩이 던지고 15분 놀았다. 30분이 지나니 덥다느니 심심하다느니 난리다.


딸이 덥다니까 갑자기 해수욕장이 생각난다. 그리고 불현듯 도서관에서 빌린 <에이든 제주여행 가이드북>에 봤던 '금능해수욕장' 푸른 바다 사진이 떠오른다. 날씨도 덥고 해수욕장에 가서 발 담그고 게도 잡고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아내가 아이들 옷에 해수욕 준비물을 하나도 안 했으니 내일 가자고 한다.


"내가 아이들 옷 버리고 하면 내가 다 책임질 테니까 가자! 아이들도 심심해하고 가자! 내가 책임질게!"


아이들은 당연히 오케이고 아내도 승낙했다. 네비를 찍었다. 금능해수욕장까지 40분. 모처럼 관광객이 되어 해안가 길은 아니지만 시원하게 뚫린 제주도 도로를 달린다. 속이 뻥 뚫린다. 아내랑 아들 피곤했는지 쿨쿨 잔다. 노란 유채꽃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바다가 보인다. 처음 보는 금능 바다 쪽빛에 "여기 하와이 아니야?"란 소리가 나도 모르게 나왔다.


2022.4.2일, 비양도가 보이는 금릉쪽빛바다 by도도쌤


이 바다다. 설명이 안 된다. 어떻게 이걸 말로 설명을 하나? 그래서 첨부한다. 이 사진 찍는 다고 아이들이랑 쇼를 쇼를 다 벌였다.


귀신에 홀린 것처럼 바다색을 보는 순간 바다색에 '홀렸다.' 마음과 정신이 완전히 바다색에 뺏겼다. 내가 아니었다 그 순간만큼은. 저 바닷속에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형용할 수 없는 파랑 초록 연두 하양검정 쪽빛에 홀려서 딸아이 손을 잡았어야 했는데 폰을 잡았다. 바로 그 순간 기어이 사달이 났다. 딸아이 주차공간 차 뒷바퀴 고정 검정 턱에 걸려 넘어져 무릎을 찧었다. 딸아이 아프다고 피가 난다고 하는데도 일단 걷었던 바지를 내리라고 했다. 딸아이 손을 잡아끌며 바다 앞에 다가가 이 사진을 찍었다. 바다 빛에 홀려 딸아이 무릎에 상처만 냈다.


또, 다들 화장실이 급하다. 근데 화장실이 주차장에서 제법 멀다. 바닷바람은 왜 그렇게 차가운지 우리 아들내미 춥다고 난리난리다.


"추워, 추워. 어서 잠바! 잠바! 추워! 못 걸어가겠어!" 아들내미 고래고함을 지른다. 거기에 우리 딸도 한몫한다. "무릎 아파. 아파! 아파서 못 걷겠어!" 멋진 바다를 옆에 두고 춥다는 소리에 아프다는 소리에 세찬 바람에 오만 후회가 다 밀려온다.


'내가 미쳤지. 괜히 오자고 해서.. 추워서 해수욕도 못하고.. 딸아인 내 때문에 넘어져 다치고..'자책만 자꾸 했다. 화장실 볼일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딸아이 무릎 다친데 보지 말라고 다시 울어대고 아들도 춥다고 계속 그런다. 성난 파도처럼 '아~~~~' 정말 화가 솟구쳤다. 오랜만에 작년 1학년 아이들 데리고 있는 심정이었다.


그런데 역시 우리 아내다. 이 오묘하고 복잡하고 정신없는 상황을 한 마디로 정리해버린다.

"배고파서 못 참겠다. 일단 먹으러 가자!"

바로 그 한 마디에 일단락되었다. 그 정신없는 상황에서 찾은 쌀 국숫집 전망이 끝내준다. 게다가 식당 안도 따뜻하니 아이들이 춥다고 하지도 않는다. 아이스크림 사 달라고 또 난리다. 따뜻하고 깊은 국물 맛에 지친 나의 영혼이 달래 진다.


가족 모두 음식 하나에 평정심을 찾았다. 아내가 너무 고맙다. 배가 부르니 딸 아들 몸이 근질근질하다. 아깐 춥다고 집에 빨리 가자고 하더니 물 빠진 해변가에 가서 미역도 만지고 셀 수 없이 많은 고동을 보고 신이 났다. 내 특기인 돌멩이를 들어 '게'를 몇 마리 잡아주니, 딸내민 혼자서 게 잡겠다고 금능해수욕장을 누비고 다닌다. 돌멩이 들어 올리고 게 잡고 다시 보내주고를 수없이 반복한다.


"아! 이제 덥다 더워! 게 잡는 거 너무 재미이쎠!" 그런다. 할 말이 없다. 이 감당할 수 없이 아름다운 쪽빛 바다를 바라보며 천천히 해변을 걸으며 협재까지 쭉 걸어가고 싶은 맘 간절한데 딸아이랑 30분 내내 게만 잡고 놀았다. 딸아이 즐거우면 됐지 하는 마음으로 다음을 기약한다.


'기다려라! 다시 올 거다! 그땐 이 바다해변길 마음껏 걸으며 감상할 거다! 따뜻해지면 풍덩 빠져 스노클링도 하고 물고기도 보고 낮잠도 자고 여기 바다색에 흠뻑 빠져 살리라!'


집에 왔다. 몸이 천근만근이다. 너무 피곤해 소파에 멍하니 앉아있으니 아들내미 나 위로한답시고 이런다.


"아빠, 힘들면 쉬세요. 그래도 오늘 많이 했어요. 게도 잡고, 거북손도 보고, 미역 점액도 만지고 많이 했죠. 그러니까 아빠 수고 많았어요!"


다 키웠다. 샤워하고 잠시 누었는데 아내 나 보고 2시간 잤다고 한다. 다음부턴 아내랑 미리 계획 잡고 가리라! 절대 즉흥적으로 가지 않으리라 마음먹는다. 내미 무릎 다친데 아프다고 그러는데 다 내 탓 같다. 금능 바다 다 너 때문이야!!!


2022.4.2. 금릉해수욕장 풍경 by도도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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