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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상효원(feat. 바운싱 돔)

by 도도쌤

아내가 한참을 고민하다 상효원 연간회원권을 끊자고 했다. 4 인권 10만 원이다. 제주살이 하면서 4번 정도 이상은 갈 것 같다는 아내의 합리적인 이유다. 게다가 끊은 결정적 이유는 바로 '바운싱 돔'이라는 놀이기구 때문이다. 부산에선 '에어바운스'라고 부산시민공원 갈 때마다 아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뛰고 구르며 좋아했던 놀이기구였다.


'상효원'. 집에서 18분 거리. 가까워서 무엇보다 제일 좋다. 도착하니 차들이 제법 많다. 저 멀리 하얀 구름 밑으로 한라산이 보이고 유리 피라미드 모양의 상효원이 보인다. 입구에 있는 빨간색 노란색 튤립이 방긋 인사를 하고 있다. '어떤 곳일까?' 하며 한껏 기대로 가득 차 발걸음이 나도 모르게 빨라진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간 곳은 다름 아닌 '바운싱 돔'이다. 출입구 근처에 있다. 부산에선 아이들이 많아 10분 놀고 줄서고를 반복했는데 여긴 기다릴 필요가 전혀 없다. 이른 시각이라 노는 아이들이 4명 정도밖에 없다. 물 만난 고기 마냥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어던지고 방방 뛰기 시작한다. 평소 아빠 엄마를 그렇게 불러대는데 여기선 덥다고 물만 찾늗다. 하하하하.


20분 신나게 점프하고 달리고 구르고 잡고 놀더니 주변에 다른 놀이기구도 탐색을 한다. 미끄럼도 타보고, 나무자동차도 탔다가 흔들리는 평균대 같은 곳에서 한참을 논다. 저 멀리 조그만 집 같은데도 들어가서 찾아보라는 아들이다. 또 그렇게 아이들과 숨바꼭질을 하며 신나게 놀았다. 그리고 다시 '바운싱 돔'으로 향하는 아들딸이다. 기승전 바운싱 돔이다. 하하하.


재미있게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는 아내와 나 흐뭇하다.


"연간 회원권 고민 많이 했는데 잘 끊었네."

"진짜 아이들 잘 논다. 별일 없으면 여기 자주 오면 되겠다!"

"그래. 에어바운스 놀이기구 이거 하나만으로 충분하겠다."


그렇게 만족하며 있는데 딸내미 갑자기 기차 타러 가자고 한다. 입구에서 본 기차가 타고 싶은 모양이다. 아이 4,000원에 어른 5,000원이다. 예쁜 꽃 머리핀이 여기 티켓이다. 아이디어가 좋다. "타요타요 개구쟁이 꼬마 버스 붕붕붕 싱싱싱 달리는 게 좋아!"노래를 부르며 기다리기 싫어하는 아들내미와 놀아준다.


기차가 왔다. 탔다. 기적소리와 함께 출발했다. '어! 근데 이거 탈만하다!' 안 걷고 편안하게 경치를 보는 재미가 생각보다 쏠쏠하다. "오! 좋다" 나도 모르게 나온 소리에 아들딸 이런다. "맞죠. 아빠. 그래서 저희가 타자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다음에도 꼭 타요." 한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는데 괜히 좋다고 말했다. 하하하하.


'소낭 아래'라는 곳에 내려주는데 여기 포토존이다. 어르신들, 아이들, 아가씨들 모두 모두 행복한 모습으로 부부 소나무를 배경으로 네모 모양의 액자 틀에서 웃음을 짓는다. 그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줄이 없는 틈을 타 아내와 나도 한 컷씩 추억으로 남긴다.


그런데 딸내미 입이 한껏 나왔다. 제법 툴툴거린다. 팝콘이 먹고 싶은데 사진만 찍고 있으니 뾰로통 거리며 사진 찍자고 해도 말도 안 한다. 딸내미한테 가서 "저 위에 아이스크림 팔던데 지금 더우니까 그거 먹자! 팝콘보다 낫지?" 그러니 그제야 마음을 연다. 카페 가는 길 제법 오르막인데 수국나무가 좌우로 쭉 심겨있다. 수국 꽃이 피면 이길 참 예쁘다는 상상을 하며 카페로 올라간다.


아이들 신나게 놀아서 그런지 제법 출출한 모양이다. 핫도그에 구슬아이스크림을 아주 맛있게 먹는다. 보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르다. 아주 더운 여름날 여기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편하게 누워 책을 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벅찬다. 조용한 곳, 음식 가격도 저렴한 곳, 경치도 좋은 곳을 운 좋게 또 찾았다. 그 좋은 기분에 난 동백꽃 손수건 아낸 수국 화장품을 하나씩 구입도 했다.


"점프하는데.. 점프하는데 가요. 점프하는데 얼른요!"


아들딸 배가 부르고 다시 심심하니 '바운싱 돔'에 다시 놀러 가자고 한다. 가는 길에 겨우 설득해서 튤립 있는 곳에 가서 튤립도 보고 사진도 찍었다. 튤립이 뭐가 중요하겠나 노는 게 마냥 좋은 아이들이다. 맹종죽이 있는 곳에서 판다 위에 올라가서 놀고 칼싸움도 하고 또 한참을 놀았다. 그리고 다시 찾은 '바운싱 돔' 이제는 노는 차원이 다른다.


서로 밀어서 넘어뜨리기, 가장 높이 점프하기, 달려가며 슬라이딩하기, 앞구르기 해서 떨어지기, 다리 잡아당기기 등 오만 창작놀이를 해 가며 노는 아이들이다. 한 명은 누워있고 다른 사람이 점프하면 재미있겠다고 하니 나보고 올라워서 누워있으란다. 아들딸 내 주위에서 한참을 뛰는데 내 몸이 들썩들썩 하늘이 들썩거린다. 그렇게 내 몸이 굴러서 떨어지는데 재미있다. 왜 아들딸이 그렇게 얼굴이 익어가며 땀을 뻘뻘 흘러가며 노는지 알겠다. 조금 같이 놀았는데 그 순간이 나도 꽤나 즐거웠다.


나무자동차에도 올라가긴 갔는데 못 내려와서 "아빠 아빠"하며 나를 찾는 아들. 내려오는 요령을 가려 쳐 주니 또 신세계를 발견한 듯 올라가고 내려오기를 무한 반복한다. "엄마, 저 보세요. 혼자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어요." 하며 한껏 자랑까지 한다.



1년 연간회원권 아내 정말 잘 끊었다. 잘 놀 줄 알았지만 이렇게 잘 놀지는 상상도 못 했다. 오는 길에 차 안에서 뭐가 제일 재미있었냐니까 딸내미 이런다.


1번 방방이
2번 대나무 칼싸움
3번 판다 올라가기
4번 기차타기
.....


튤립 보러 왔는데 튤립은 순위에도 없다. 뭐 그래도 좋다. 아이들이 신나게 놀았으면 그걸로 만족한다. 잘 놀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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