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가만히 책을 읽고 있는데 저 앞 나무에서 또렷이 들려온다. 들으면 들을수록 기분 좋게 만드는 이 새소리. 마치 내가 지리산 두메산골에 있게 만드는 소리. 이 새소리의 정체가 너무 궁금했다. 아내에게 몇 번 말했는데 어느 날 아내가 "여보, 여보" 하며 빨리 와보라고 한다.
"내가 찾았지롱! 이 새소리. 이거 휘파람 새래. 제주 휘파람새."
"어? 진짜? 진짜?"
"어. 여기 휘파람새 소리랑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 똑같지?"
"휘이이이이 휘리 휘리 휘"(폰에서 나는 소리)
"휘이이이이 휘리 휘리 휘"(집 밖에서 실제로 들리는 소리)
"어. 연달아서 들리네. 하하하하! 정말 똑같다. 우리 아내 한 건 했네! 고마워~그런데 생긴 건 어떻게 생겼어?"
아내가 검색해서 바로 찾아주는데 생긴 건 참새랑 비슷하게 생겼다.
제주휘파람새(출처:시사제주)
너무 귀엽다. 아내랑 나 책을 읽으며 밖에서 들려오는 제주휘파람새 소리를 들으며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한다.
올레길 5코스를 걷는데 휘파람새 소리가 "휘이이이이 휘리 휘리 휘" 하고 들린다. 진짜 휘파람새 누가 이름을 지었는지 몰라도 진짜 잘 지었다. 휘파람 소리랑 진짜 비슷하다. 내가 휘파람을 불며 휘파람새 소리를 따라 해 보는데 아내 별 반응이 없다.
"휘이이이 휘리리휘~"
"여보, 휘파람새 소리랑 똑같지?"
"......"
"잘 들어봐. 다시 한번 더 해 볼게."
"휘이이이 휘리리휘~"
"이번에는 똑같지?"
"..... 풋..."
진짜 똑같은데 아내가 인정을 안 한다. 그 덕분에 아내 피식 웃는다. 바다 옆 숲 속 길을 걷다 진짜 가까이 휘파람새 소리가 들린다. 아내와 나 순간 멈춰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본다. 소리가 또 들린다. 진짜 모습을 보고 싶어 눈을 씻고 쳐다봐도 나뭇가지 밖에 안 보인다. '아! 진짜 휘파람새 보고 싶은데!' 하며 아쉬움을 뒤로하며 올레길을 다시 걷는다.
그래도 아내 덕분에 새소리의 정체를 찾았다.
제주휘파람새
너 덕분에 여행 갈 때마다 귀가 호강한다. 소리에 예민한 나, 아마 제주살이가 끝나면 휘파람새 소리가 듣고 싶어 몇 날 며칠 제주 앓이를 할 것 같다. 그때를 위해서 집에서 들리는 휘파람새 소리를 녹음한다. 그리고 다시 듣는다. 역시나 너의 휘파람을 따라갈 순 없구나 아직 난! 너 소리를 들으니 진짜 깊은 산 숲 속에 있게 하는구나! 제주 있는 동안 마음껏 너의 소리를 들어줄게!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