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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매봉 153' 식당

by 도도쌤
좋았던 곳은 꼭 다시 찾게 되어 있다.
by 도도쌤


2주 전, 삼매봉 도서관에 왔다가 여기 '삼매봉 153'을 처음 방문했었다. 아이들은 배가 고파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미역국에 밥을 한 그릇 뚝딱 말아먹었다. 짜장면에 돈가스, 비빔밥, 그리고 쫄면을 시켰는데 정말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아이들 키우는 집은 다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 여기 6,000원이라는 가격치곤 괜찮다! 다음에 또 와야지!'하고 발걸음을 나선 기억이 난다.


그러곤 2주가 흘러 기억이 잊힐 때쯤 '서귀포보건소' 갈 일이 있어 나왔다.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여기 보건소랑 '삼매봉 153'식당이 근처다. '걸매 생태공원'과 '칠십리 시공원'을 좀 걷다 점심 먹으러 가면 딱이다. 여기 길은 언제나 찾아도 마음을 설레게 한다. 벚꽃은 한창이고 울창한 숲에 도시에 있다 밀림 속으로 들어온 기분이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상쾌한 숲 공기를 마시며 걸으니 여기 서귀포에 잘 정착했다 싶다.


"근데, 삼매봉 도서관 공사하는데 식당 안 하는 거 아닌가?"


아내 말에 나도 살짝 걱정이 된다. 그런데 올라가는 입구에 들어서니 저 멀리 플래카드에 '식당 정상 영업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어디 어디?"라고 물어보자마자 확인하는 아내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가 보다. 11시 30분에 여는데, 도착을 하니 11시 20분이다. 우리가 오늘의 첫 고객이다.


저번에 오후 늦게 와서 못 먹은 '백짬뽕'을 난 시켰다. 아내는 고민하다 '수제 삼매봉 돈가스'를 고른다. 저번에 그 정신없었던 와중에 먹었던 돈가스 맛이 기억난 모양이다. 이 넓은 식당에 우리 혼자 있으니 세상 여유롭고 좋다. 커다란 밥솥에 밥이 있어 원하는 만큼 밥을 담을 수 있어 나같이 밥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최고다. 게다가 미역국도 원하는 만큼 담을 수 있고, 김치에 기본 반찬도 항시 있어 눈치 볼 필요 없어서 너무 좋다. 무엇보다 최고는 6,000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맛있다는 거다.


일반 제주도 식당은 최소 7,000원에 기본이 8,000원, 9,000원 10000원이다. 이렇게 음식점 가격이 비싸니 마음 편하게 식당가는게 어렵다. 어른 두 명 가면 기본 20,000원은 쓰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긴 6,000원에 맛까지 좋으니 다시 안 찾으래야 안 찾을 수가 없다.


"1번 손님"


"네"하며 달려간 아내, 백짬뽕과 돈가스를 가지고 왔다. 세상에나 백짬뽕은 처음 먹어보는데 국물 맛이 일단 중간 이상은 간다. 숙주나물도 가득이고 국수를 쌀로 시켰더니 쌀로 나와서 더 좋다. 아내 한 번 먹어보더니 "음. 맛있네."그런다. 그런데 또 놀랄 일이 있다. 아내가 한 점 준 돈가스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저번에 아이들과 왔을 땐 분명 이 맛이 아니었는데.. 아이들이 없고 마음이 편하니 돈가스도 갑자기 맛있어졌나 보다. 하하하하. 근데 정말 소스와 고기의 부드러움이 계속 먹고 싶게 할 정도다. 아내도 눈치를 챘는지 한 점 더 준다. 하하하하. 진짜 맛있다.

"그냥 백짬뽕 두 개 시키는 것보다 돈가스랑 먹으니까 훨씬 맛있네. 내 잘 시켰지?"

"진짜 진짜. 조합이 예술이다."


그렇게 맛있게 먹는데 아내 문자 하나를 보더니 기분이 더 좋아진다. "성과급 나왔네. 생각지도 못했는데.. 받으니 너무 기분 좋네." 좋아하는 아내 모습에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 인생이 생각지도 못한 일에 가슴 설레는 일인 것을. 이렇게 돈가스가 살살살 입에 넘어갈지, 성과급이 하필 이 타이밍에 와서 이렇게 기쁘게 할지 전혀 알 수 없는 게 인생인 모양이다. 게다가 밥 잘 먹고 '서귀포 예술의 전당'에서 우연찮게 본 그림들이 마음을 울린다.



뜻밖의 일에 이렇게 가슴 뛰고 즐거워지는 게 인생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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