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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Apr 14. 2022

제주에 '서건도'라고 들어보셨나요?(점심 맛집 포함)

고3 때 친구가 제주도에 내려온다고 한다. 중문 근처에 집을 좀 봐 달라고 해서 아내랑 집을 봐줬다. 제주 현지에서 살고 있는 게 이렇게 도움이 되다니 마냥 기분이 좋다. 그 기분 좋은 마음으로 가볍게 올레 7코스 한 부분을 걷는다.

*오늘의 일정
켄싱턴리조트-강정천-서건도-켄싱턴리조트-애슐리 퀸즈(점심)

오늘의 코스는 아내의 생각을 적극 따랐다. 시작점은 바로 '켄싱턴리조트'다. 우리 가족이 제주 1일 차에 처음 묵었던 곳이기도 하고 시설도 깔끔하고 주변이 올레길이라 경치도 매우 훌륭하다. 게다가 여기 '애슐리 퀸즈' 뷔페가 있는데 가격도 적당하고 맛까지 좋다. 첫날 아들딸과 같이 왔을 땐 아이들 걱정에 먹는 둥 마는 둥 너무 정신없게 먹어서 다음에 꼭 아내랑 둘이서 여유 있게 먹자고 한 곳라 아내가 이곳을 정했나 보다.

제주 1일차 첫날 사진을 잠시 소환한다.by 도도쌤

여기 지형이 참 독특하다. '도순천'(=하류에서는 '강정천'으로 불린다고 함)과 '악근천'이 양 옆에서 흘러 바다로 만나는 지형이다. 제주도에 살다 보니 보통은 하천에 물이 말라서 허옇고 검은 돌덩이만 있는데 여긴 물이 실제로 흐르고 있다. 게다가 물 양도 많고 물도 깨끗하다. 이렇게 깨끗한 물이 흘러 바다랑 자연스럽게 만나는 모습을 보고 있다니 감개가 무량하다.


강정천을 따라 올레길을 걷는데 아이들이 천에서 놀고 있다. 멀리서만 보다가 잠시 내려갔는데 강정천 한 복판에서 보이는 풍경이 예술이다. 구름과 하늘 천과 범섬이 절묘하게 한데 어우러져 신비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세히 보니 물속에선 버들치들이 요리조리 나를 피해 쌩 도망가고 있다.


아내가 찍어준 사진, 범섬과 하늘 천 구름이 예술이다. 나 빼고 하하하 by도도쌤


켄싱턴리조트를 한 바퀴 걸어 다리를 걷는데 '은어 방류사업'을 한다고 한다. 악근천이 바다랑 자연스럽게 만나는 지점이라 이런 사업을 하는 것 같다. 은어들이 마음껏 놀고 크고 자라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유채꽃밭을 조금 지나니 바닷길이 펼쳐진다. 분홍 하양 무꽃과 노란 유채꽃 그리고 빨간 동백꽃이 어서 이 길을 걸으라고 미소 짓는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휘파람새 소리를 들으며 걷는 이 길 한적하고 참 좋다. 7코스 여기 오길 참 잘했다.


7코스 가는 길이 참 예쁘다. by도도쌤


그런데 저 멀리 범섬과 함께 조그만 섬 하나가 보이는데 그 풍경이 또 예술이다. 한 달에 10번 정도만 물길이 열려 섬을 볼 수 있다는데 운 좋게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바닷길이 열려 수많은 검은색 바위들이 서건도와 이어져 있다. '우와! 서건도를 걸을 수 있다니.. 생각지도 않았는데.. 어서 가서 섬 한 바퀴 돌고 싶다.'라는 마음에 발걸음이 빨라진다.


무꽃과 서건도와 범섬 by도도쌤


서건도로 이어지는 돌들이 엄청 미끄럽다. 잘못 딛었다가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최대한 조심조심 걷는데 마음은 계속 급하다. 바닷물이 언제 빨리 들이닥쳐 못 나오지는 않을까 걱정이 살짝 된다. 서건도 가는 돌길 중간에서 보는 풍경이 또 예술이다. 범섬, 문섬, 섶섬이 한눈에 쫙 들어오는데 서건도 산책을 해야 하는데 산책은 안 하고 풍경만 열심히 찍고 또 찍는다.

범섬, 문섬, 섶섬 by도도쌤
서건도 가는 돌위에서 한 바퀴 풍경 by도도쌤


아무튼 아내와 나 미끄러지지 않고 서건도에 도착했다. 계단을 올라 한 바퀴 도는데 이름 모를 열매들이 한가득 열려있다. 아기자기길도 잘 만들어져 있고 한 5분 정도 걸으니 금세 한 바퀴가 돌아진다. 그런데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용을 써서 그런지 몸과 마음이 힘들다. 아내와 나 곧바로 돌아가 '애슐리 퀸즈'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돌아오는 길 아내가  "여기 거꾸로 걸어도 좋고 바로 걸어도 좋다. 맞지?"그런다. 그렇다. 제주 올레길은 거꾸로 바로 다 한 번씩 다 걸어봐야 한다.

서건도 풍경과 돌아가는 길 by도도쌤


드디어 '애슐리 퀸즈'에  도착했다. 아내 여기 자기 집처럼 아주 편안하게 들어가 자연스럽게 손을 씻고 들어간다. 한 번 와 본 곳이라고 편한 모양이다. 하하하하. 평일 점심시간이라 사람이 얼마 없을 줄 알았는데 식당 안에 사람이 가득이다. 음식을 보는 순간 마음이 급해진다. 아내와 나 자리에 앉자마자 접시를 들고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고른다.


둘이서 먹는 이 여유로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순간인걸 알기에 이 순간이 마냥 고맙고 고맙다. 각종 채소와 다양한 음식들이 한결같이 신선하고 맛있다. 우리 아내 왈 "다들 평균 이상이네!"라고 그런다. 런치 19,900원 가격으로 이렇게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니 한 번씩 생각나면 들르고 싶은 곳이다. 5점 만점에 4.5점 준다.

에슐리 퀸즈에서 점심을 먹다. by도도쌤

배도 부르고 멋진 풍경도 걷고 친구도 도와주고 이래저래 기분이 좋다. 제주도에 살지 않았다면 몰랐을 '서건도'도 알게 되고 강정천의 아름다운 모습도 보게 되었다. 역시 시간이 있고 여유가 있으니 그냥 지나쳤을 이곳이 보이고 새롭게 보이고 아름답게 보다. '서건도'와 '애슐리 퀸즈' 잊지 못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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