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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Apr 30. 2022

비온 뒤 제주, 그 아름다운 그림 속으로 풍덩 빠지다.

귤꽃, 황금보리


4월이면 따뜻할 줄 알았는데

아침저녁으로 아직 춥다.


특히, 오늘은 비가 내려서 그런지

훨씬 더 춥다.


제주도는 부산보다 남쪽이라

4월이면 아침저녁도 따뜻할 줄 알았는데

낮에만 뜨겁고 아침저녁은 아직도 한참 춥다.


특히, 내가 사는 곳 여긴 한라산 중턱이라

아침저녁으로 더 추운 것 같다.


옷걸이엔 아직도 반팔 얇은 바지 옷 한 세트

긴팔 두꺼운 바지 한 세트가 각각 걸려있다.


언제쯤 긴팔 두꺼운 바지가

완전히 옷장으로 들어갈까?


왔다 갔다 하는 날씨 속에

아이들 콧물도 쪼르륵 흘러내렸다가 들어갔다가

왔다 갔다 하는 그런 날씨다.


이제 이틀 후면 5월이다.

5월엔 제주도의 아침저녁도

따뜻해지겠지.




오늘은 아내와 나

걷다가 만 올레길 7,8코스를 걸었다.


못 찍은 올레 패스 도장도 찍고,

저번에 '스르륵' 카페에 왔다 반한

여기 풍경을 다시 한번 마주하고 싶었다.


비가 막 그치고 개인 하늘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하늘이 일단 예술이다.


구름이 마법을 부리는 것처럼

하늘을 올려볼 때마다 그림이 달라진다.


역시나, 여기, '스르륵' 카페 주위 풍경에

넋을 잃고 몇 번이 곤 감탄한다.


한라산 주변엔 하얀 뭉게구름이 쫘악 펼쳐지고

능선을 타고 군데군데 볼록 솟은 초록 연두 오름은

막 갓 내린 햇볕을 받아 찬란하기 그지없다.


오른쪽은 그렇게 한라산 풍경이

나를 숨 막히게 하는데


또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이번엔 새파란 바다와 하늘하늘 구름이

날 멍하게 만든다.


아내와 나 이 멋진 360도 올 어라운드

'비 온 뒤 맑음'제주도 풍경에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또 찍고 또 찍는다.


아내와 나 종종 이야기하는데

딱 그 말을 이 타이밍에 다시 해야겠다.


딴 데 외국에 갈 필요 없겠다.
여기 제주도 말도 통하고 경치도 이렇게 좋은데
굳이 외국에 갈 필요 있겠나?


그렇다.

우리나라 제주도 풍경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굳이 외국에 나갈 필요 있겠냐고

바로 그 순간이 지금 이 순간이다.


이 아름다운 순간을 남기기 위해

우리 말고도 다른 관광객들도

사진 찍기 바쁘다.


나도 다른 관광객들처럼 해안 바위로 내려가서

조금 미안하지만 이 아름다운 그림 속으로

살짝 발을 담가 본다.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런지

내가 들어가도 별 차이가 없다.

다행이다. 하하하하하.


그렇게 한참을 아내가

나를 위해 사진을 찍어줬다.

비 온 뒤, 제주 바다 풍경 by도도쌤( 올레 7코스)


7코스 종점인 아왜낭목에 도착해

종점 도장과 출발 도장을 동시에 찍었다.


뭔가 이어지지 않았던 느낌이

도장으로 인해 한 순간에 싹 사라졌다.

도장으로 길이 다시 이어졌다.


배가 조금 출출해 아내가 미리 산

김밥을 먹는데 맛도 좋고 시원한 바람도 참 좋다.


게다가

안 읽던 비석의 한자까지 눈에 다 들어온다.


'여기 원래 마을 출신들이 마을을 위해 전기를 들여와서

사람들에게 공덕을 기렸다는 의미에서 비석을 세웠구나!'


아내와 나 한자를 읽어가며 해석까지 해 버렸다.

하하하하.


그런데 기분이 너무 좋아서 일까?

해안도로를 너무 걷고 싶어서 일까?


지도에 없는 길을 가려다 한 번 막히고

또 가려다 또 한 번 막히고

나의 돌발 행동에 아내가 기분이 나빠졌다.


올레길은 무조건 길대로 가기로

아내와 약속했다. 미안해 아내!



아! 맞다!

잊지 못할 풍경이 또 떠오른다.


뚜벅뚜벅 걸어가는데 어디서 향긋한 향이

코를 기분 좋게 한다.


그 향을 따라가 보았더니

정체가 바로 귤꽃이다.


"이게 귤 꽃이야!"라고 했더니

우리 아내 이런다.


"귤꽃은 귤처럼 주황색일 줄 알았는데

흰색이네. 귤꽃은 태어나서 처음 보네."


맞다 맞아

나도 귤꽃은 태어나서 처음 본다.


냄새가 아카시아 향이다.

너무 좋아서 코를 꽃에다 갖다 대고

몇 번이나 그 향을 들이마셨는지 모르겠다.


귤꽃 너를 이렇게 처음 만나 무지무지 반갑구나!

다음에 또 보자!!

그렇게 귤꽃과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귤꽃. by도도쌤




저번에 한 번 방문했던 '약천사'가 저 멀리 보인다.

이번에도 그냥 멀리서 보고 지나치기만 한다.


그런 마음으로 그 앞을 걷는데

뭔가 하늘하늘 금빛 물결들이

춤을 추고 있다.


풍경이 멋져 사진을 찍는데 아내가 그런다.

"저거 보리네!"


맞다. 황금빛 보리와

익지 않은 초록 보리가 섞여서

장관을 이루고 있다.


한참을 아내와 나 보리와 함께

요리조리 사진을 찍었다.


너 아름다운 황금보리

잊지 않을 거야


여기가 만일 올레길 코스였다면

정말이지 여기 보리가 또 어떤 운명에 처해졌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올레길 걷다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고 안으로 들어가서

유채꽃밭과 보리밭이 엉망으로 되어 있는 걸 자주 목격했기 때문이다.

금빛 보리 풍경 by도도쌤
초록보리와 황금보리 by도도쌤

2만 보 가까이 걸어서 그런지

다리에 힘이 없다.


대포항에서 버스 타려고 열심히 뛰었지만

버스도 눈앞에서 놓쳤다.


다음 버스까지 30분을 넘게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기 아까운 아내와 나


대포 주상절리까지 못 찍은 도장을 찍으러

그렇게 열심히 걷는다.


'나도 대포 주상절리 보고 싶은데..'

그 생각이 굴뚝같은데


시간이 늦어

다음으로 미룬다.


눈앞에서 약천사도 제대로 못 보고

대포 주상절리도 제대로 못 봤다.


다음엔 꼭 여기 두 곳을 제대로 봐야지 하며

마음먹었다.




머릿속엔 비가 갠 후 맑아진

바다 풍경과 한라산 풍경이 계속 아른거린다.


하늘하늘 금빛 보리가 춤을 추고

하얀 귤꽃에 아카시아 향이 난다.


못 간 약천사와 대포 주상절리도 눈에 보인다.

아픈 다리를 이끌고 겨우 탄 버스도 생각난다.


하루가 그렇게 기억 속으로 들어갔다.

그 소중한 기억을 이렇게 글로 남긴다.


고맙다 제주야!

우리에게 이렇게 멋진 풍경을 선사해줘서!


이름 모를 간이 포구에서 들어온 풍경 by도도쌤



전하고 와주는 , 도도쌤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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