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선해수욕장 바로 맞은편에 '제주민속촌'이 있다.모래 놀이한다고표선해수욕장은 세 번 왔는데여기는 한 번도 안 가 봐서 어떤 곳인지 너무 궁금했었다.
가격을 미리 알아봤는데 생각보다 비싸다. 어른이 11,000원에 어린이가 7,000원이다. 보통 어른 두 명에 어린이 두 명 가면 35,000원이라는 제법 비싼 입장료가 된다.
제주도민이 된 우리 가족, 도민 찬스를 사용하니 만원 정도가 할인된 가격 25,200원에 가 진다. 이럴 땐 도민인 게 아주 자랑스럽다. 하하하.
민속촌에 뭐가 있는지 검색을 안 해서 그런지, 아님 정말 기대를 하나도 안 해서 그런지, 여기 정말 볼거리가 풍성하다.
실제 예전에 살았던 제주 집의 모습을 그대로 구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체험 장소가 정말 많다.제일 먼저, 나를 깜짝 놀라게 했던 건 다름이 아니라 '송아지'다.
첫 집 구경을 하고 돌아서는데 누런 아기 송아지가 보이는 게 아니겠는가? 딸은 짚풀을 송아지에게 주면서 신기해하는데 아들은 "아빠 무서워"하며 뒷걸음을 치며 도망간다. 알고 봤더니 2월에 태어난 소돌이 소순이 형제들이다. 오랜만에 가까이서 송아지를 보고 있으니 내가 다 아이처럼 설렌 순간이었다.
그다음 나를 놀라게 한 건, 흑돼지다. 휴애리에서 흑돼지에게 먹이도 주고, 새끼 돼지들을 많이 봐서 덜 신기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다. 다시 봐도 또 신기하다. 흑돼지 5마리가 먹이경쟁을 하며 서글픈 눈을 보여주는데 그 모습이 잊히지가 않는다. 사람들이 '통시'를 실제 체험하기 위한 곳으로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즐겁게 여기서 한 때를 보낸다.
통시 근처에 우리 아들이 좋아했던 두 가지 물건이 있다. 둘 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건데, 하나는 절구고 또 하나는 맷돌이다.
있는 힘을 다해 절구를 내려 찧어 가루를 만드는 절구질이 재미있나 보다. 쿵더쿵쿵더쿵 쉬지 않고 절구질을 하는 아들이다. 흑돼지 보러 가자고 해도 듣지도 않고 그 무거운 절구를 계속 내리 찧는다.
그리고 옆에 있는 맷돌 사용 방법도 알려주니, 옥수수를 넣고 또 그렇게 열심히 돌려 가루를 만든다. 예전 사람들이 사용한 물건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어서 마냥 신났던 아들과 딸이다.
이 집 구경하고, 저 집 구경하면서 직접 지게도 져보고, 물을 기르던 허벅도 어깨에 져 본다. 예전 사람들이 나무를 얻기 위해, 물을 얻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을지 느껴 볼 수 있는 좋은 체험이었다.
집만 구경하니 약간 아이들이 엄청 심심해한다. 다행히 '미로 찾기'가 나와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이곳에서 신나게 길 찾으며 놀았다.
그리고, 미로 앞에 '당신의 뱃살, 건강햄수꽈?'라는 대나무로 만든 코너가 있는데 사람들이 정말 재미있어한다. 자세히 보면 홀쭉해-날씬해-어떡해-조심해-말 못 해-답 없음-아이고ㅠ.ㅠ 순으로 대나무 간격이 점점 커진다.
아이들은 쉽게 '홀쭉해'를 통과하는데 아내와 난 어림도 없다. 우리 아내 '어떡해'에 딱 걸려서 또 한참을 웃었다.
오락실과 만화책이 있는 곳도 아이들이 무지 좋아했다. 아내가 그렇게 오락을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지 처음 알았다. 테칸을 나랑 했는데 두 판 다 내가 졌다.하하하.
그리고, 고무줄놀이도 했는데 아내 예전에 한고무줄 한 것처럼 발놀림이 장난 아니었다. 아내 덕분에 딸 생전 처음으로 고무줄놀이도 엄마한테서 배웠다.
제주민속촌, 여기 생각보다 엄청 넓다. 2시간 정도 걸었더니 다리도 아프고, 배도 너무 고파제대로 보지를 못했다. 동물 먹이 체험, 그네, 곤장체험들은 시간이 없어서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나온 게 많이 아쉽긴 하다.
여기 방문하시는 분이라면 김밥을 사 가지고 와서 먹고, 여유롭게 천천히 종일 보고 가면 참 좋을 것 같다. 아 그리고, 수국이 여기 참 많은데 조만간 5월 말이나 6월 초에 온다면 수국 꽃에 정말 예쁜 곳이 될 것 같다.제주도 여행 오시는 분이라면 여기는 꼭 방문하라고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