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도쌤 May 31. 2022

끊어진 올레길 3코스(B)를 잇다.

3월 말에 찾았던 올레길 3코스(B), 그 당시 '신산리 마을카페'라는 곳에서 시작해 표선해수욕장까지 걸었었다. 두 달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했는데 글과 그림을 보니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https://brunch.co.kr/@20be71c66813413/151


'아! 그때 신천 바다 목장 참 예쁜 길이었는데!'

'그 끝없이 넓은 표선해수욕장에 도착했을 때의 그 감동이란 최고였는데!

'보말칼국수의 구수하고 찐한 향이 끝내줬는데!'



다시 찾은 올레길 3코스(B), 3코스 시작점인 온평포구에서 시작해 그때 출발지였던 '신산리 마을카페'를 종착지로 하여 걸었다. 끊어진 길이 온전한 길이 되고, 퍼즐 조각이 완성되어 하나의 그림이 되었다. 찝찝했던 어두운 마음 한 구석이 환하게 밝아졌다.


201번 버스를 타고 온평초등학교에서 내렸다. 1시간 동안 버스에 꼼짝 않고 앉아 있었더니 몸과 마음이 답답했는데, 내리자마자 하얀 메밀꽃이 우리를 반긴다. 메밀꽃과 인사를 나누고 온평포구로 향해 내려가는 길, 생각지도 못한 빨강, 파랑, 보라색 예쁜 수국들이 우리를 또 반긴다. 첫 시작부터 꽃들에게 열렬한 인사를 받으니 발걸음이 참 가볍다.



3코스 시작점과 2코스 종착점 도장을 찍으려는데 올래 패스 들고 오는 걸 깜빡했다. '이 놈의 정신 머리'하며 하는 수 없이 빈 종이에다 도장 찍고 출발하려는데 고기 냄새가 코를 강타한다. 밥 생각이 별로 없었는데 냄새에 이끌려 밥먹기로 결심한다. 하하하. 가게명은 '성산 덕이네'다.


든든하게 밥 먹고 올레길을 걷는 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사실, '삼촌 반점'이란 곳에서 다 걷고 점심 먹으려고 했는데 계획이 바뀐 거다.  그러면 또 어떠랴? 여행의 맛은 자유로움이 아니던가? 구속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마음이 맞으면 변경 가능하다는 것, 그 자유로움을 점심 선택에서 배운다. 배도 안 고픈데 함께 해 준 아내가 고맙다.


다행히 음식점을 잘 선택했다. 왜냐? 밑반찬만 보면 단박에 알 수 있 때문이다. 8가지 밑반찬이 새하얀 그릇에 끔하게 나오는데 젓가락이 저절로 가진다. 비싸서 못 먹었던 오이를 된장에 찍어 먹었는데 아삭아삭 오이맛이 제대로다. 이어 나온 오늘의 메인 '돼지 두루치기', 콩나물과 무나물과 파의 조합이 침을 제대로 자극한다.


싱싱한 상추 잎에 고기와 콩나물을 넣고 마늘에 된장을 찍어 올려 한입 싸 먹는데, 입이 절로 호강을 한다. 뜨거워 호호호 불면서도 고기 향과 나물 향에 대로 취한다.


최근에 돼지고기가 너무 비싸 고기를 못 사 먹었는데 그걸 보상이라 하는 듯 너무 맛있게 먹었다. 쌈이 모자라 좀 더 달라고 했는데도 아주 친절하게 더 주시고, 가는 데도 아주 친절하게 인사를 해 주신다. 이 집 5점 만점에 난 4.7점다. 시작부터 꽃들 인사에 맛있는 두루치기까지 너무 즐겁다.



해안길을 걷자마자 저 앞에 '첨성대'가 하나 보인다. 여기 첨성대가 왜 있지, 하며 보는데 첨성대가 아니라 '도대'다. 고기잡이 어부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게 불을 밝히던 등대라고 한다. 어떻게 불을 밝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다림과 애씀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소중한 문화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위에 세차게 부딪혀 부서지는 하얀 포말과 검은 현무암, 그리고 그 돌 위로 힘겹게 생명을 뻗어가는 초록 식물들이 장관이다. 그런데 기 돌길, 생각보다 많이 울퉁불퉁하다. 너무 힘들어 걷기 좋은 평지길로 빠져서 걸었다.


여기 해안길을 따라 걸으니 작은 돌로 쌓은 성이 쭉 있는데 '온평 환해장성'이라고 한다. 삼별초군을 방어하기 위해 쌓았고, 이후 왜구침입까지 방어하였다고 한다.  무거운 돌덩이를 날랐던 제주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 들었다.

바다에 그물을 쳐서 낚시하는 어부도 만나고, 황금색 닭 조각상도 만나고(왜 있을까 궁금), 신산항 길가에 예쁜 하늘, 보라, 파랑 수국 꽃 만다. 'out of ordinary'란 카페를 지나니 드디어 오늘의 최종 목적지 '신산리 마을 카페'에 도착했다.



2시간 정도 딱 걸은 이 코스, 무릎에 무리 없이, 바다 감상하고 수국 감상하기에 참 좋았다. 녹차 아이스크림 와플 또 지쳐있던 육체와 영혼에 힘을 불어 넣어준다. 하하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란 창문의 문구가 참 마음에 들었다. 그 문구를 보며 나의 일은 뭘까,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나의 일은 제주에서 좋은 여행지 구경하며 사람들에게 소개해 주는 거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서 하는 독서가 여행이라는데, 오늘 여행이라는 마음의 독서를 제대로 했다. 걷고 걸으며 아내와 이야기하며 힘든 마음을 조금이나마 비울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아무튼, 오늘 드디어 올레길 3코스(B), 두 달 차이가 났지만 끊어졌던 길을 다시 이었다. 뿌듯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주민속촌, 돈값 제대로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