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라 주라 주라 휴가 좀 주라~~~~~~가족 같은 회사, 내 가족은 집에 있어요.~~~~"
신나는 노래에 흥겹게 따라 부르니 한림항 도선 대합실에 금방 도착한다. 하하하.
도착하니 10시 20분, 제일 빠른 11시 20분 '비양도호' 티켓 2장을 끊는다. 남은 1시간 여기 한림항 근처를 걸어서 돌아본다. '제주 한림 매일시장'에서 뭐 좀 사려고 했는데 사람도 없고 가게도 많이 문을 닫았다. 한림항 메인 거리를 걷는데 비행기 소리에 깜짝 놀란다. 그동안 남쪽에만 살았더니 비행기는 정말 오랜만이다.
한림항과 한림항 주변 by도도쌤
바닷가 항구 근처라 그런지 확실히 기름 냄새가 진동을 한다. 힘겹게 찾은 편의점에서 과자 하나 음료 하나를 사서 비양도호에 몸을 싣는다. 참고로 천년호가 더 크고 2층에까지 올라가 앉아서 볼 수 있으니 시간이 맞으면 천년호를 꼭 추천한다.
배에서 바라본 비양도 by도도쌤
역시, 배는 언제나 정답이다. 파도를 가르며 출렁 출렁이는 배에 있으니 내 마음마저 다 설렌다. 그리고 저 멀리 비양도가 보이니 사람들이 '우와' 소리를 내며 연신 사진을 찍는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비양도호를 타고 비양도를 바라 보다. by도도쌤
사진으로 만족할 수 없어 영상으로 이 순간을 담아본다. 영상 속 비양도와 실제 비양도를 동시에 바라보고 있으니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둘 다 멋지다. 하하하. 10분 간의 짧았지만 설레었던 비양도호에서의 순간이 어느새 끝나버리고 진짜 비양도에 도착했다.
비양도에 도착하자마자 아내 남자목소리로 "나도 모르게 그대 사랑한다 말했죠~ ~~" 노래를 흥얼거리는데 왜 갑자기 노래를 부르나 싶었다. 알고 봤더니 아내가 부른 노래 가사는 여기 비양도에서 촬영한 '봄날'이라는 드라마 속 주제가 하이라이트 부분이다. 드라마는 꽝인 나 봄날에 봄 자도 모르겠다. 고현정 이혼 후, 첫 출현작이라고 인기 있었다는데 연예 기사는 그때나 지금이나 전혀 관심이 없는 나다. 하하하.
드리마 봄날 필름 조각상 by도도쌤
그런데 비양도에 오니 '봄날' 드라마를 알리는 큰 영화 필름 조각상을 보니 괜스레 보고 싶어졌다. 나도 아내처럼 조만간 "나도 모르게 ~" 부르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비양도 지도와 비양도 초입 풍경 by도도쌤
멀리서 바라봤던 비양도랑 비양도에서 바라본 제주도는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또 다른 세상에 있는 느낌이다. 길을 걷다가 너무 좋아서 이런 섬에서 살고 싶다고 아내에게 말했더니 우리 아내 나보고 혼자 퇴직하고 살란다. 하하하.
해안 산책로 by 도도쌤
비양도에서 바라본 비양도. 봉우리가 두 개다 by도도쌤
비양도 해안 산책로 by도도쌤
아무튼 해안 산책로 풍경이 예술이다. 몸 컨디션이 좋았다면 비양봉을 올랐을 텐데 저번에 녹고뫼 오름 갈 때 계단을 너무 오르고 내렸더니 아직도 몸이 안 좋아 가볍게 해안 산책길을 택했다.
가다 보니 내 눈엔 분명히 '스테고 사우르스'공룡 모양인데 아내 코끼리 바위라고 한다. 한 바퀴 도니 그제야 코끼리 코가 보인다.
내 눈에 보이는 스테고사우르스 공룡 바위 by도도쌤
반 바퀴 더 돌았더니 코끼기 코가 드디어 보인다. 코끼리 바위 by도도쌤
비양도 뒤편에 이렇게 신기한 바위와 풍경이 있음에 놀랍다. 그리고 여기 비양도에 천연기념물이 있다. 바로 '애기 업은 돌'이다.
마그마가 갑자기 식어 솟구쳐 올라와서 식은 돌이라 아주 희귀하다고 한다.
애기업은 돌 by도도쌤
한 30분 정도 걸어 한 바퀴 다 돌았나 하며 마음을 놓았는데 뭔가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 웬 습지?' 알고 봤더니 연못이란다. 그것도 염분이 있는 연못, '펄랑못'이라고 아주 희귀한 염습지라고 한다. 궁금하면 못 참는 나, 가서 뭐 있나 살펴보니 고동이 한가득이다. 물고기도 깜짝 놀라 도망간다. 그리고 저 멀리 하얀 백로 같은 새들이 서 있고, 몇몇 새들은 한가로이 물 위에 떠다니고 있다.
펄랑못 by도도쌤
비양도를 한 바퀴 다 돌았더니 배가 고파 미리 알아본 '고사리 2020 식당'으로 갔다. 손님이 아무도 없으니, 순간 '잘못 왔나' '여기 별론가?' 싶었다. 아저씨께서 혼자 운영하시는데 가게 안과 화장실 모두 깔끔하다. 뭐 시키려고 차림표를 보니 후들들 하다. 비싸다. 가장 기본인 보말죽 하나(12,000원)와 소라물회(13,000원) 하나를 시켰다.
아저씨 혼자 하시느라 반찬 담는 건 셀프다. 엄마가 해 줘야지 먹는 반찬인 미역무침을 언제 먹어보냐 하면서 음식 나오기 전에 엄청 먹었다. 드디어 도착한 소라물회와 보말죽. 비주얼이 끝내준다. 아내 소라물회 국물부터 먼저 한 숟가락 떠먹더니 눈이 똥그래진다. 그리고 외친다.
"맛있다!"
고사리 2020 식당에서 먹은 소라물회와 보말국수 by도도쌤
그래 소라물회 정말 맛있다. 파프리카와 오이 씹는 식감이 아삭아삭하며 국물 맛이 새콤 달콤한 것이 계속 손이 간다. 게다가 소라는 얼마나 싱싱한지 쫀득쫀득 살살 녹는다. 한 달 전에 된장 '자리물회'를 먹고 물회가 한 동안 너무 싫었는데 다시 좋아질 정도였다. 보말죽도 구수하다. 표선에서의 그 구수함은 아니었지만 맛있었다. 여기 비양도에서 나온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고 하니 먹는 내내 음식이 다 싱싱한 것처럼 느껴졌다. 난 밥 파라 밥이 모자라 공깃밥 하나 더 시켜 남은 소라물회와 함께 깨끗이 비웠다.
비양봉 올라가는 초입, 아직 바닥 공사중이다. by도도쌤
비양도 해안길 한 바퀴도 돌고, 밥까지 배부르게 먹었더니 비양도가 더 예뻐 보인다. 아내는 여기 그냥 그렇다는데 내 눈엔 멋지다. 비양봉도 욕심내서 올라가 보려다 계단 보고 기겁하고 다시 발길을 돌렸다. 언제 한 번 컨디션 좋은 날, 비양봉에 한 번 올라와야겠다. 오늘 잘 있다가 간다. 비양도야 그때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