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선 밟으면 안 돼요!"
아빠 육아일기
월화수목금 스트레이트로 1학년 애들과 보냈더니 정신적으로 쓰러질 것 같다. 내일이 주말이라 그나마 힘이 난다. 애들 손잡고 하원 하는 길 신이 나서 외친다.
"오늘은 금요일. 주말이다!"
"예! 내일은 어린이집 안 가는 날이다."
"일요일도 어린이집 안 가는 날이다."
아들의 말에 '헉' 놀란다.
우리 아들 이제 토요일 일요일은 어린이집 안 가는 날로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요일 순서도 알고 많이 똑똑해졌다.
아빠 기분 좋은 거 아는지 훅 들어온다.
"아빠, 맛있는 거 사줘요!"
"그래, 오늘 금요일이니까 아빠가 쏜다. 집 근처 큰 마트에 가서 맛있는 거 사자!"
"아니! 거기 말고! 여기 여기!"
장난감이 보이는 편의점에 가자고 한다.
참새가 방앗간 근처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아들 새로운 장난감이 사고 싶은 모양이다.
"아빠, 제발! 한 번만!! 아빠! 아빠!!"
"아빠랑 집 앞 큰 마트 가자!"
"싫어 싫어 싫단 말이야!"
편의점 출입구 앞 장난감 코너가 달갑지 않은 육아 아빠다. 이해는 당연히 된다. 팔아야 되는 현실을. 자녀들과 실랑이해야 하는 육아 엄마 아빠의 현실도 잊지 말아 달라.
편의점은 그나마 낫다. 약국 안에 있는 각종 장난감은 왜 있는지 모르겠다. 약도 아니면서 버젓이 한편을 차지하고 있다. 약 기다리면서 장난감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가고 사달라는 자녀와 사지 말자는 엄마 아빠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진다. 그 신경 하나쯤은 안 쓰고 싶다.
아무튼 내일 어린이집 안 가는 날이라 기분이 좋았던 아들. 편의점에 안 간다고 그러니 바로 토라진다.
"아빠 미워! 미워! 이젠 안 놀 거야!"
저 멀리 한참 떨어져 서 있는 아들
오라고 해도 오지 않는다.
나쁜 아빠가 되는 건 한순간이다.
입이 툭 튀어나왔다.
"나 사고 싶은데.. 사고 싶은데." 혼잣말을 하며 연신 중얼거린다.
"아들! 아빠 손!"
그래도 아빠 손을 잡아주는 아들이다.
잘 삐지지만 금세 돌아오는 아들이다.
다시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한다.
"아빠! 하얀색만 밟는 거예요!"
아들 갑자기 하얀색만 밟으라고 한다. 내 손을 잡고 횡단보도 하얀색 위로만 폴짝폴짝 뛰는 아들이다. 기분이 다시 좋아져 다행이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어릴 때 하얀 선만 밟으려고 안간힘 쓰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어째 그래 똑같은지..
"아빠! 이젠 선 안 밟기예요!"
보도블록 사이사이 연결된 선을 안 밟으려고 요리조리 발을 움직이는 바람에 내 손이 늘 아들 손에 끌려다닌다.
"아빠도 해야죠! 어서요!"
"그래!"
대충 하면 바로 또 뭐라 한다.
"아빠, 선 밟았잖아요! 안 밟고 와야죠!"
아들과 똑같이 선 안 밟으려고 발끝을 세워 총총총 걷는 나다.
"아빠, 이젠 노란색 안 밟기예요."
그나마 노란색 안 밟기는 쉽다. 보도블록이 다 회색이고 노란색은 군데군데 있다.
"아빠! 됐어요! 이제 그냥 걸어요!"
우리 아들 쿨하게 다시 그냥 걸으라고 한다.
선 안 밟기, 노란색 안 밟기 모든 미션이 끝났다.
아들 딸 손잡고 어린이집에서 집에 오는 길
미션들이 참 많다. 오늘은 다행히 놀이터는 안 갔다. 놀이터라도 갔으면 1시간은 기본이다. 오늘은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애 둘 손잡고 집에 오는 길.
편의점 가자고 치이고 놀이터 가자고 치이고 몸과 마음은 힘들지만, 거리에서 애들 양손에 잡고 셋이서 걷는 느낌 뭐라고 해야 할까?
세상 하나도 부러울 것 없다.
최고 마음 부자 아빠다.
최고 당당 아빠다.
내 손 안에 쏙 들어오는 아들 딸 손
자그마한 손의 체온이 따뜻하다.
오래도록 이 느낌, 이 순간 간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