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부지...제가 열었어요.."

아빠 육아일기

by 도도쌤

딸, 아들, 그리고 나 셋이서 거실에서 몸으로 신나게 놀고 있다.

"아빠 놀이터다!"

"하하하하하"

아들내미 내 몸 위로 점프한다.

"악~~~"

딸내미도 사정없이 내 몸을 덮친다.

"윽~~~"

녀석들 몸무게도 많이 늘고, 뼈도 많이 튼튼해지고, 근육도 많이 늘었다.


신나게 놀고 있는데 어디선가 방귀 냄새가 난다.

"아들 방귀 뀌었어?"

"아니요."

"딸?"

"저 안 꼈는데요."

"아빠도 안 꼈는데 어디서 방귀 냄새가 나지? 이상하네."

아들 딸 표정을 스윽 살핀다. 아들내미 약간 자신 없는 표정을 짓는다.


"거짓말하는 사람이 제일 나쁜 사람인데.. 우리 아들 딸 착한 사람 할 거예요? 아님 나쁜 사람 할 거예요?"

살짝 운을 띄운다. 우리 아들 딱 걸려든다. 스윽 내 앞으로 와선 이런다.

"아빠 제가 그랬어요."

"우리 아들 왜 거짓말했어요?"

"부끄러웠어요"

"아들 용기 내어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아들내미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아빠 놀이터 다시 시작!!"

딸내미 분위기도 다시 바꿀 줄 안다.

신나게 아이들과 몸으로 놀아주는 목요일 저녁이다.




아이들 재우는데 내가 먼저 자버렸다. 많이 피곤했나 보다. 밤 12시가 조금 넘었나? 잠은 오는데 몸 이곳저곳이 근지럽다. 손으로 박박 긁는다. 퇴근 후 늦게까지 설거지하고 빨래 개고 자려는 부인. 내 긁는 모습을 보며 방 안으로 들어온다.

"방충망이 열려있네! 여기!"

"........"

"모기다"

자고는 있지만 다 들린다.

'뭐라고 모기라고.. 방충망이 열려 있었다고... 모기에 물려서 근지러웠던 거구나!!'

부인이 얼른 전기 파리채를 가져와선 모기를 잡는다.

"지이잉~~" 한 마리

"지이잉~~" 한 마리

두 마리가 즉사했다.

가렵던 곳이 더 가렵기 시작한다. 모기한테 물린 곳을 손가락으로 더듬는다. 불룩 튀어나왔다. 왼쪽 어깨 한 방, 왼쪽 팔뚝 뒤 한 방. 총 두방 물렸다. 일어나 물린 곳을 확인한다. 벌겋다. 모기약을 바른다. 혹시나 싶어서 방구석 구석 모기가 또 있나 확인한다. 없다. 불 끄고 다시 잠을 청해 본다.

"에에엥~~ 에에엥~"

반사적으로 소리 나는 곳을 향해 양손을 모아 탁 친다.

'잡았나? 놓쳤나?'

얼른 불을 켜고, 방문을 닫는다.

'넌 딱 죽었어!'

방구석 하얀 벽지 위로 작은 까만 생명체가 딱 달라붙어 있다.

'모기다!'

모기채를 가지고 올 틈도 없다. 손바닥 총 조준 완료! 쏴!

'탁'

피가 터지면서 벽지에 그대로 박제되었다.

내 피를 훔쳐간 모기에게 복수를 했다. 모기를 잡았다는 안도감이 몰려온다. 잠이 몰려온다.

그렇게 모기 때문에 잠을 설쳤더니 아침이 피곤하다.




퇴근 후, 부인이 박제된 모기를 발견했다.

그랬다. 어제 모기를 잡고 치워야 했는데 피곤한 나머지 그냥 출근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거 아직 안 치웠어요? 놔두면 안 되는데.."

우리 부인 물티슈를 한 장 뽑더니 피범벅 된 모기 시체를 치운다. 내가 치워야 하는데... 미안하다...

그런데 갑자기 왜 방충망이 열렸는지 궁금하다. 장난꾸러기 아들내미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아들! 아빠 방에 잠시 와봐요!"

"네~~"

"혹시 아빠 방 저기 문에 있는 방충망 열었어요?"

혹시나 하고 던진 말에 우리 아들 제대로 물었다. 들어오는 아들 표정이 시무룩하다. 뭔가 들킨 표정이다. 뭔가 미안한 표정이다.

'열었다.' 감이 온다.

"네,.. 아부지...제가 열었어요.."

우리 아들 착한 사람이 되고 싶은가 보다. 자주 하던 거짓말을 하지 않고 정직하게 말하는 우리 아들이다.

"아들 이제 방충망은 열지 않도록 해요. 여기로 모기가 '웽~~'하고 들어와 아들 이마를 물었잖아요."

그랬다. 어제 그 모기들이 내 팔만 물었던 것이 아니다. 자고 있던 아들 이마도 한 방 크게 물었다.

"모기가 들어와서 아들 물었으면 좋겠어요? 안 좋겠어요?"

우리 아들 고개를 돌린다.

"그럼 이제부터 방충망은 열지 않도록 해요. 할 수 있겠어요?"

"네" 우리 아들 자신 있게 대답한다.

그렇게 방충망 소동은 마무리되었다. 근데 왜 방충망을 열었는지 아들에게 물어보지 않았다. 한 번 물어봐야겠다.




에필로그


국민학교 몇 학년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근데 선생님이 가훈'이 뭔지 조사하라고 종이 한 장을 줬다. '가훈'이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른 채 부모님에게 종이를 줬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 아버님 두 분께서 급하게 상의하시더니 우리 집 가훈을 정해주셨다. 그 종이에 적힌 두 글자는 아주 간단했다.


정직

"아빠, 정직이 뭐예요?'라고 물어본 기억이 난다. 아빤 이렇게 대답하셨던 것 같다. "거짓말 안 하고 바르게 사는 것"

그래 그랬다. 우리 집 가훈이 뭔지 알고 나서부터 희한하게 거짓말하지 않고 바르게 살려고 노력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 두자가 뭐길래 가훈이 뭐길래 몇십 년을 내 나름대로 지키도록 노력한 게 신기할 정도다.


어른이 된 지금의 나. 그 '정직'을 실천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쯤은 안다. 하지만 그 정직한 삶을 내가 삶으로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그 삶을 우리 딸 아들이 이어나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아들 딸 거짓말할 때마다 무서운 아빠가 된다. "아빠 미워, 아빠 무서워"하는 아들이다. 그 말이 싫긴 해도 그래도 어쩌겠니? 정직하게 내가 살아야 하고 우리 아들 딸이 살아야 되는 거다. 할 건 하고 지킬 건 지켜야 되는 거다.


방귀를 뀌었어도 방충망을 열었어도

정직하게 내가 했다고

정직하게 내가 잘못했다고 말하는

아들 딸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이 세상을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