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덥다. 8월에 태어난 나 웬만한 더위는 다 참는데 요 며칠 더위는 참기가 버겁다. 그냥 덥기만 하면 되는데 거기에 습도까지 70~80프로라 조금만 움직여도 몸이 쩍쩍 달라붙는 그런 불쾌한 날씨다.
우리 아들 어린이집에서 전기절약에 대한 수업을 배웠는 가 보다. 주말에 할머니 집 다녀왔는데 전기를 많이 쓰는 할머니 때문에 걱정이 많이 되었나 보다. 집에 가는 길에 내한테 이러는 게 아니겠는가?
"전기를 계속 쓰면 북극곰이 사냥을 못한데요. 할머닌 근데 계속 선풍기 틀어 놓던데요."
"뭐...? 북극곰?"
"네. 북극곰이 사냥을 못한데요."
"아~ 우리 아들 전기 많이 사용하면 얼음이 녹아 북극곰이 사냥을 못할까 봐 걱정됐나 보네."
"네. 그래서 전기 아껴 써야 해요!"
"아이고! 우리 아들 다 키웠네. 전기 소중함도 알고!" 그렇게 북극곰과 선풍기 이야기는 그날 그걸로 끝이 나는 줄 알았다.
며칠 째 찌는 날씨가 계속 이어진다. 7시도 안 됐는데도 아침부터 무덥다 오늘도. 우리 부인 세수했는데도 더워서 안방에서 선풍기를 켜 더위를 식힌다. 그런데 선풍기 켜자마자 우리 아들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 전기 아껴야 해! 전기 아껴야 해!"
그렇게 말하면서 선풍기 전원을 끈다.
우리 부인 멍해 보인다.
결국 선풍기는 못 키고 아들에게 묻는다.
"아들, 그럼 더우면 어떻게 해요?"
부인이 아들에게 물어본다.
어떤 대답이 나올지 궁금하다.
뭐 먹느라 순간 못 들었는데 부인이 어이가 없어서 웃는다.
"부인? 아들 뭐라고 하던데?"
궁금해서 아들 안 들리게 살짝 물어본다.
"시원한 물 먹는 수밖에 없다네!!"
"하하하하하"
웃을 일도 잘 없는데 아들 때문에 아침부터 웃는다. 부인 북극곰 사냥을 위해서 당분간 선풍기는 못 키고 시원한 물 먹고살아야 할 것 같다. 불쌍한 우리 부인!!!
"더울 땐 시원한 물이 짱이지"하며 벌컥벌컥 물 마시는 아들이다. 우리 아들은 시원한 물만 있으면 더위도 피하고, 전기도 아낄 수 있고, 북극곰이 사냥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마음이 참 곱다. 그런 순수한 마음으로 나도 하나하나 시작해야겠다.
더우면 북극곰을 생각하며 선풍기 대신 시원한 물 한잔 마셔야겠다. 아침보다 더 더운 출근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