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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Nov 04. 2023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은 화가 날 때, 어떻게 풀까?

개인적으로 감정을 다루는 그림책에 손이 쉽게 간다. 이유인 즉, 나도 그렇고 요즘 아이들이 감정을 조절하는 걸 너무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학교 도서관에서 어떤 그림책을 읽어줄까 기웃거리다가 '화'와 관련한 그림책이 눈에 쏙 들어왔다. 그래, 우리 반 아이들 나처럼 자주 화를 내는데 잘 됐다 싶었다. <화가 호로록 풀리는 책>이라... 어떻게 그림책이 화를 다루고 있는지 궁금했다.


주인공이 화가 잔뜩 났다. 사자처럼 어흥 소리를 지르고, 하고 싶은 말을 종이에다가 마구 쓰기도 한다. 그러다가 안 되면 맛있는 아이스크림도 먹고, 푹신한 이불을 안으며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때론 멍멍이에게 자기 마음을 이야기하기도 하면서 화를 푼다. 그러더니... 화가 났던 이유를 잊어버렸다. 화가 난 이유를 잔뜩 이야기했더니 자연스럽게 풀렸던 거다.




그림책을 읽어주고 나서 우리 3학년 아이들도 어떻게 화를 푸는지 궁금했다.

"선생님, 전 마라탕 엄청 매운 거 먹고 나면 화가 금방 풀려요."

"아, 맛있는 건 진리죠. 선생님도 맛있는 거 먹고 나면 화가 줄어든답니다."

"선생님, 전 화가 나면 자면 돼요.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져요."

"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 없나요?"

"선생님, 전 친구랑 놀면 금방 화를 잊어버려요. "

"아, 맞네요. 노는 것도 참 좋은 방법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종이 한 장을 줄 테니 나만의 화를 푸는 방법을 그림과 함께 적어볼게요."

"선생님, 화를 푸는 방법이 여러 가지인데 여러 개 다 적어도 되나요?"

"네. 좋은 생각입니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도 여러 방법이 있네요."


실물화상기를 켜놓고 아이들이 티브이로 나의 화 푸는 방법을 보면서 같이 했다. 아이들도 예시가 있어야 잘 따라 하기 때문이다. 방금 전 아이가 말한 것처럼 나도 자세히 생각해 보니 여러 방법이 있었다.

나의 화 푸는 방법

1. 목욕탕

2. 산책

3. 자기

4. 화난 이유 글로 쓰기

5. 샤워 후 과일 먹기

6. 친구랑 대화하기


"선생님은 화가 날 때, 목욕탕을 갑니다. 뜨거운 물에 들어가 있으면 화가 저절로 솔솔 풀리더라고요."

"선생님, 저도 샤워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화가 나면 산책을 해요. 걸으면서 생각을 하면 굳이 화가 날 일이 아닌데 왜 그랬을까 하면서 저절로 화가 사그라들어요.

"전, 걷는 거 대신에 유튜브 보면 기분이 다시 좋아져요."

"아, 그리고 화난 이유를 글로 써보면 정확하게 화를 낸 이유를 알 수 있어서 선생님은 너무 좋아요."


그리면서, 쓰면서 아이들과 이야기하면서 우리 반 모두가 화 푸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얼추 마치자 아이들이 하나씩  화 푸는 방법 가져왔다. 어떤 친구는 책 모양으로 만들어서 가져왔는데 그것도 아주 인상 깊었다.


1. 이불킥

2. 매운 거 먹기

3. 인형 때리기

4. 게임하기

5. 혼자 짜증내기

6. 친구랑 통화하기


한 아이의 화 푸는 방법이 나보다 솔직해서 더 좋았다. 특히 '혼자 짜증내기'는 남한테 피해도 안 가고 자연스러운 거라 너무 좋았다.(나도 사실 종종 한다)


1. 따뜻한 물로 샤워

2. 시원한 아이스크림 먹기

3. 명상하기

4. 맛있는 거 먹기

5. 등산

6. 수영


두 번째 아이가 만든 화 푸는 방법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명상'이었다. 조용히 혼자 화난 이유를 생각해 본다는 그 생각을 아이가 어떻게 했을까? 나도 화가 나면 조용히 눈을 감고 명상을 해봐야겠다.


그 밖에 우리 반 아이들이 화 푸는 방법이다.

* 매운 것 먹기

* 두더지 게임

* 인형 때리기

* 멍 때리기 (좋은 생각이다. 창 밖을 보든, 하늘을 보든,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면 기분이 한결 좋아지니까)

* 똥( 보자마자 하하하하 엄청 웃었다.)

* 과자 먹기(3학년 아이들에게는 역시 과자가 화를 푸는 데 도움이 되는 모양이다.)

* 유튜브 보기(요즘 아이들은 유튜브 보는 것도 화 푸는 데 도움이 되는 모양이다.)

* 친구랑 놀기(역시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화 푸는 방법이었다.)

* 속 마음으로 욕하기

* 강아지 껴안기(또 좋아했던 방법. 강아지를 집에서 키우는 데 화가 나면 강아지를 껴안으면 화가 풀린다고 그랬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화가 난다. 화난다고 때리거나 욕하는 아이들이 요즘 너무 많은데 그렇게 남에게 피해가 가는 방법을 안 했으면 좋겠다. 대신, 우리 반 아이들이 생각해 놓은 아이디어 아이들이 잘 실천하면 좋겠다.


아이들과 수업하면서 나도 성장하고 우리 반 아이들도 성장한 수업이었다. 화 풀리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여러분은 화가 날 때 어떻게 푸나요? 아이들의 방법에서 좋은 방법이 떠올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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