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약자석은 과연 누구를 위한 자리일까?

by 도도쌤


친지 결혼식에 가려고 우리 가족 넷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 안은 사람이 많았지만 천국일 정도로 정말 시원했다. 9살 10살 아들딸은 타자마자 자리가 있는지 확인했지만 앉을자리가 없었다. 내가 둘러보니 노약자 석에 빈자리가 두 개 보였다.


세 명이 앉을 수 있는 좌석에 7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할머니께서 이미 한 자리에 앉아계셨다. 그리고 남은 빈 두 자리 중 한 곳에는 할머니의 짐이 놓여있었다. 아내가 아이들 보고 앉으라고 했더니 그 할머니께서 이러시는 게 아닌가!


"어른들 타는 데예요."


내가 잘 못 들었나 싶을 정도로 기분이 언짢해졌다. 자기처럼 나이 많은 어른들 타는 데니까 아이들은 앉지 말라는 거였다. 자기 짐을 자기 무릎 위로 가져가는 게 귀찮은 표정이었다. 그 상황에 아내가 과감하게 이런다.


"약자도 되는 데요."

아내 말에 그 어르신이 느릿느릿 자기 짐을 자기 쪽으로 당긴다. 그제야 빈자리가 나오니 아들딸이 자리에 앉는다. 어르신이 아내 말이 맞는지 인상을 구기며 뒤로 돌아보며 노약자의 약자를 기어이 확인한다.


노약자석엔 나이 많은 어르신만 타는 자리인가 싶어 '노약자'를 급히 검색해 본다.


'늙거나 약한 사람'


이라고 나온다. 약한 사람이니 어린아이들도 해당되는 게 아닐까? 아님 정말 나이 많은 어르신만 타야 되는 곳인가? 그분들은 대게 나이도 많고 힘도 없으시니 말이다. 아내와 내가 약자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 할머니 말이 맞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두 정거장 정도 가더니 한 무리의 노약자분들이 타신다. 딸이 뭔가 엉거주춤하더니 일어서서는 내게 오는 게 아닌가? 내려야 할 역이 다 와서 일어났다 싶어 물어보니 아니다.


"왜 일어났어?"


"할머니들 앉아야 할 것 같아서."


"앉으시라고 말하지 그랬어?"


"했어. 이야기하느라 못 들으신 것 같아."


아이고, 10살 우리 딸 다 키웠다. 머니들께 자리를 양보하는 딸을 보며 순간 울컥했다.


딸은 좀 전의 자리 비켜주기 싫어하는 할머니 때문에 그 자리에 앉아서 계속 불편했던 것이었을까? 그래서 할머니들이 타시니까 그 불편한 마음에 일어섰는지도 모른다.


노약자석 때문에 그 할머니 때문에 노약자가 정말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게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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