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런 말 하면 조금 부끄럽지만 내가 좀 인사를 잘한다. 다 엄마 덕분이다. 어릴 적 우리 엄마는 날 그렇게 데리고 시장에 다니셨다. 다니시면서 오만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라고 했다. 생전 처음 보는 아주머니한테도 인사를 하고, 우연히 만난 동네 아줌마한테도 인사하고, 내복 아줌마, 나물 아줌마 포함 엄마가 사는 모든 가게 아줌마한테 인사를 하였다. "아이고 아들내미 인사 참 잘하네." 이렇게 말하면서 나를 칭찬해 주시곤 하였다. 그 칭찬이 뭔지 기분이 되게 좋았다. 어떤 아줌마들은 한 술 더 떠서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그렇게 말하면서 사탕 하나라도 내 손에 쥐어 주신곤 하였다. 엄마손 꼭 잡고 시장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인사교육을 마스터 한 샘이었다.
그 영향인가? 우리 반 아이들도 인사는 1등이다. 그렇게 반갑게 인사를 잘한다. 줄 서기도 꼴등, 수업도 꼴등인데 인사 하나는 1등이다. 아 맞다. 1등이 하나 더 있다. 장난도 1등이다. 하하하하하하!
"안녕하세요. 선생님"
"친구들아. 안녕"
아침부터 아이들의 힘찬 인사 소리에 교실이 쩌렁쩌렁하다. 헐크 목소리로 우렁차게 인사하는 아이들이 참 많다. 내 닮아서 목소리까지 엄청 크다. 하하하하하.
반면에 모기 목소리로 겨우 들릴락 말락 인사하는 아이도 있고, 하이톤 꾀꼬리 목소리로 노래 부르듯 인사하는 아이도 있고, 단체로 와서 벌떼처럼 코러스 화음을 넣고 인사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렇게 아침부터 인사 전쟁을 치른다. 즐거운 전쟁이다. "너희는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니?"라고 물어보면, "그냥 좋아요!"라고 대답하는 우리 반 아이들이다. 반갑게 인사하는 우리 반 아이들. 그 인사의 좋은 기운이 하루 종일 지속되면 좋으련만 자기 생각이 뚜렷하고, 목소리가 큰 아이들 때문에 종일 진정시키느라 힘이 든다. 아이러니한 세상이다. 하하하하하. 어쨌든 즐겁게 반갑게 인사하는 우리 반 아이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사실, 또 내가 특별한 사람에게 인사를 하는 습관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버스기사님들이다. 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고맙게 나를 태워주는 기사님들한테 인사를 해야지 하면서 시작했던 것 같다. 그냥 아무렇지 않게 버스를 타면 그만이겠지만 계단을 밟고 버스 기사님을 한 번 보며 반갑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열에 아홉 분은 "네~~"하며 인사를 받아주신다. 내 자그만 인사가 그분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남의 눈치 볼 필요도 없이 옳은 일이고 바른 일이고 기분 좋은 일이면 하는 거다.
기분 좋게 기사님한테도 인사하고 학교에 들어선다. 그런데 기분 좋은 인사들이 날 더 기쁘게 한다.
"안녕하세요. 어 어 우유를 나눠주네. 5반 선생님이 우유를 나눠준다."
아침에 내가 7개 반 우유를 카트에 실어서 나눠준다. 3반 앞에서 우유를 나눠주는데 일찍 온 3반 아이가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겠는가. 머리가 순간 띵하다. 고마운 띵이다. 네 글자 나눠준다가 머리에 쾅 박힌다.
'나눠 준다.'
그래.. 내가 나눠주는구나!!! 나눠주는 맘을 내가 잊고 살았구나!! 너희들이 다시 잊었던 그 마음을 일깨워주는구나! 앞으로 더 나눠주면서 세상을 살아야겠구나.. 그렇게 아이들에게서 배운다 배운다.
7반으로 가는 길. 모르는 3학년쯤 되는 여자 아이가 아침에 반갑다고 허리를 잔뜩 굽혀 아주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게 아니겠는가?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라고 대답해 주었는데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내가 언제 저렇게 극진한 인사를 받아보겠는가?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그 생각에 마음이 울컥했다. 아침부터 그 아이의 임금님 인사에 더위가 싹 가신다.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더 잘하라고 하는 인사인 것 같다. 아무튼 내가 선생님이라서 너무 고마운 순간이다. 이 직업 하길 참 잘했다는 순간이다. 눈물이 난다.
교실에서 수업 준비를 하고 있는데 장난기 많은 아이가 내게 색다른 인사를 한다.
"이파라파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시멜로 친구들아 안녕"
속으로 피식 웃었다. <<이파라파 냐무냐무>> 그림책은 대단하다. 그 책 영향이 아침 인사까지 파고들었다. 인사를 잘하는 우리 반 아이들 덕분에 하루가 꽉 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