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내 생일이라고 천도복숭아 한 상자를 문 앞에 놔두고 갔다. 주황과 노랑이 적당한 비율로 섞여 있어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한 번 깎아 먹어 볼까요?"란 말에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천도복숭아!" "천도복숭아!" 노래를 한다. 깎아 놓았더니 과즙과 향이 장난 아니다. 우리 아들 얼른 달려들어 한 입 가득 입에 넣는다.
"아들 맛있어?"하고 물어보니 대답도 안 하고 엄지를 날린다. 좋을 때는 엄지 올리는 걸 어디서 배워온 모양이다. 할머니 집에서 밥도 안 먹고 과자만 먹더니 집에 와선 천도복숭아 3개를 아들 딸 둘이서 나누어 먹고 금세 잠들어 버렸다.
아침에 일어나 운동장을 돌고 아침 샤워를 기분 좋게 했다. 주방에 뭐 먹을까 하고 기웃거리니 천도복숭아 3개가 싱크대 위에 올려져 있다. 자세히 보니 요 녀석들 삼분의 일 정도가 뭉클 어지고 푸르뎅뎅하다. 빨리 해치워 먹지 않으면 버려질 것 같다. 칼로 썩은 부분을 도려내고 온전한 부분만 껍질 벗겨 접시에 담는다. 우리 아들 딸 천도복숭아 냄새 맡았다. 급하게 달려오더니 하나씩 덥석 베어 문다. 아침이라 입맛이 별론갑다. 하나씩 먹고 블록으로 비행기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아빠! 이거 제가 만든 거예요."
"우리 딸 비행기 엄청 멋있네."
"제가 아침에 이거 만드느라 고생 좀 했죠."
"아빠! 저도 비행기 만들었어요."
"우리 아들도 비행기 아빠보다 훨씬 잘 만드네."
"블록 박사예요. 제가."
옷 갈아입고 출근 준비를 하러 나온 부인 식탁 위에 천도복숭아 깎아 놓은 것이 보인다. 얼른 하나 먹어본다.
"몇 개 썩어 있어서 깎아 놨어요."
"아! 어제 썩은 거 골라났는데 잘했어요."
아이들 아침밥으로 된장국, 물김치 그리고 계란밥을 해 주었다. 아들은 두 그릇 뚝딱, 딸은 반 그릇만 먹는다.
우리 부인 천도복숭아가 다시 먹고 싶은 모양이다. 아들에게 먼저 물어본다.
"엄마 이거 하나 먹어도 돼?"
"안 돼에에에에에에"
밥을 두 그릇이나 먹고 배가 부른데도 천도복숭아를 고집하는 아들이다. 우리 부인 슬 다시 떠 본다.
"아들 많이 먹었잖아."
"그래도 안 돼!"
아들 상당히 단호하다.
내가 궁금해서 아들에게 물어본다.
"아들, 왜 엄마가 먹으면 안 돼?"
"아빠가 다시 깎아야 되잖아."
우리 부인과 나 하하하하하하 어이가 없어서 웃는다.
뭐라고 대답할지 궁금해서 또 물어본다.
"아빠가 다시 깎아주면 돼 그럼?"
"엄청 많이 깎아 주면....(돼)"
크크크크크크 부인과 나 헛웃음이 난다.
끝까지 천도복숭아를 혼자 먹으려는 아들의 귀여움이 보인다.
그러자 우리 딸 듣고 있더니 이런다.
"나는 돼"
그러면서 천도복숭아 한 조각을 들고 설거지하는 엄마 입에 넣어준다.
"딸 고마워요!"
우리 부인 딸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그 와중에 우리 아들 궁시렁 거린다.
"안 돼! 안 돼! 안 돼!"
부인에게 위로의 한 마디를 날려준다.
"부인 결국 먹었네요."
"맛있네요. 딸이 주네요."
설거지 다 끝난 부인 아들에게 한 번 더 물어본다.
"복숭아 엄마 하나 주면 안 돼?"
"아니이이이이이이이이이"
그렇게 엄마에게 복숭아를 안 주고 옷도 안 갈아입겠다고 고집을 부리더니 겨우 겨우 옷 갈아입고 어린이집 버스시간 다 되어서 급하게 나서는 아들이다. 식탁 위에는 다 먹겠다고 남겨 놓은 천도복숭아 조각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아들의 천도복숭아 사랑을 고스란히 느낀 아침이다. 출근하는 부인에게 몰래 가서 남은 복숭아 한 조각 넣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