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 책장 위에 어린이집에서 만든 아들 딸 작품들로 빼곡하다. "딸 이거 이젠 버려도 돼?"라고 물어보면 "안돼! 내가 소중히 만든 거란 말이야. 절대 버리지 마!"라고말하는 딸이다. 아들도 마찬가지다. 버리지도 못하고 정리하기도 힘들어 갈수록 쌓이고만 있다. 한 번은 포클레인 레고를 말없이 정리했다가 그거 찾아달라고 하는 바람에 아들 딸에게 대역죄인이 되어 "아빠가 잘못했다."만 수십 차례 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늘어만가는 전시품들을 어떻게 할지 몰라 항상 고민만 하고 있다.
아들 딸 데리러 어린이집에 왔다. 아들 손에 뭔가가 있다. 수업시간에 즐겁게 만든 바로 그 작품이다. 그 보물을 꼭 쥐고선 아빠에게 꼭 자랑을 한다. 보물 자랑을 제대로 안 들어줬다간 큰일 날 수가 있다. 진심으로 반응해주고 칭찬해줘야 한다. 안 그러면 우리 아들 또 케이오 펀치를 날린다.
"아빠, 듣고 있어요?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제발 보세요."라고....
오늘은 자세히 보니 보물이 두 개나 된다. 양손에 꼭 쥐고 자랑하러 달려 나오는 아들이다.
"아빠! 내가 나비 만들었어요. 보세요. 팔랑팔랑 날개 엄청 멋있죠?"
"우리 아들 나비가 진짜 멋있네."
"네! 대왕 날개 나비예요." "아들, 근데 오른손에 들고 있는 건 뭐야?"
"아이스크림 만들었어요."
"와우! 정말 잘 만들었네!"
"클레이로 만들었어요.제가 색깔 다 섞어서 만들었어요."
"진짜 아이스크림 같네!"
(이 정도 반응이면 정말 잘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예상치 못한 아들 말에 빵 터진다.)
"아빠! 진짜로 먹으면 안 돼요."
"하하하하하! 안 먹을게! 하하하하하!"
(농담도 이제 제법 할 줄 아는 아들이다.)
"아빠 여기 하트 보이죠? 이건 선생님이 만들어준 거예요."
아들내미 선생님이 만들어준 하트가 마음에 들었는지 꼭 집어서 보여준다. '아빠 진짜로 먹으면 안 돼요.'가 귓가에 자꾸 맴돈다. 그러면서 자꾸 흐흐흐하며 나도 모르게 미소 짓는다. 아들내미 진짜 가짜도 알고, 농담도 할 줄 알고 진짜 많이 컸다.
아들 때문에 작품 때문에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아주 즐거웠다. 하지만 오늘 책장 위 전시품 두 개가 추가되었다. 언제 저 소중한 보물들을 정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이들만 즐겁다면 쌓여가는 보물쯤 당분간 한 가득 쌓아놔도 괜찮지 않을까? 나만 신경 끄면 될 것 같다.가짜 아이스크림 사진 하나 찍는다. 추억을 하나 또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