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 모처럼 만에 기분 좋게 샤워하러 화장실에 왔다.평소 딸아이 샤워시키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아빠, 이 책만 다 읽고요."라고 말하던지, 너무 책에 집중해 샤워하자는 말에 대답도 안 하는 딸이다. 그러다 밥 다 먹고 아이도 잠 오고 나도 잠 오고 겨우겨우 샤워하기가 일쑤다.
그런데 하원후 집에 오자마자 딸아이 좋아하는 초콜릿 빵과 달달한 식혜를 먹어서 그런지 아니면 어린이집에서 받아온 추석놀이 종합세트 때문인지 그렇게 샤워하기 귀찮아하는 딸인데 쿨하게 한 번에 샤워하러 왔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니 기분이 더 좋은 모양이다. 갑자기 노래 부르듯 이런다.
"전 아빠, 엄마, 김♡♡할머니, 정♡♡할머니 , 태*이, 태#이 @@삼촌 이렇게 제일 좋아요."
최근에 태*이 집에 놀러 갔다 오고 나서 친구와 삼촌도 추가되었다.
"근데 아빠, 그중에 누가 제일 좋은지 알아요? 아빠, 엄마가 제일 제일 좋아요."
"아이고! 우리 딸 고마워!!!"
"근데 외할머니는 누구예요?"
어린이집에서 배운 건지 책에서 본 건지 할머니도 다른 할머니가 있다는 걸 안 모양이다.
"김♡♡할머니지."
"그럼 정♡♡할머니는 친할머니예요?"
"어! 맞아. 아빠 엄마야! 김♡♡할머니는 엄마 엄마야!"
갑자기 조용하다. 아빠 엄마, 엄마 엄마 개념이 어려운 모양이다. 뜬금없이 이런다.
"근데 아빠, 친할머닌 왜 친할머니야?"
"음.... 아빠 엄마를 친할머니라고 해."
잠시 생각하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불쑥 이런다.
"친... 친해서 친할머니 아니에요? 아빠?"
"하하하 맞네 우리 딸."
"친한 할머니라서 친할머니네. 맞죠 아빠?"
뭔가 새로운 것이라도 깨우친 듯 뿌듯해하는 딸이다.
"딸 그럼 외할머니는 왜 외가 붙었을까?"
"음..."
한참을 생각하더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 모양이다.
"김♡♡할머니가 이거 뭐야 하고 자꾸 물어보니까 왜 왜 왜 왜할머니지 맞지? 아빠?"
"아? 김♡♡할머니가 자주 이거 뭐야 하고 물어보는구나!
"네. 왜 그런지 항상 왜 왜 왜 그러세요."
"그래서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다 또 이런다.
"그리고 아빠 외할머닌 외국에서 와서외할머니 아닐까?"
"....."
우리 딸 그렇게단어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졌다. 단어가 어떻게 만들어진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그만큼 생각이 깊어졌단 뜻이다. 생각지 못한 친할머니 외할머니 물음에 딸아이와 유쾌하게 대화한 것 같다. 기분 좋게 샤워하고 추석놀이 종합세트를 열고 신나게 노는 딸과 아들이다.
친할머니가 친한 할머니라서, 외할머니는 왜왜왜 물어봐서 외할머니인지처음 알았다. 외국에서 와서 외할머닌.... 아직.... 뭐라고 아무 말도 못 해줬다. 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