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데리러 왔다. 아이들 데리고 출입문을 나선다. 여느 때와 같이 우리 딸 당골 물음이 시작된다.
"아빠 오늘 차는?"
"아빠 안 들고 왔는데..."
"나 다리 아파아아아아. 이잉잉잉잉 이잉잉잉잉. 왜 차 안 들고 왔어?"
나을 원망하는 딸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내 귓가를 강타한다.
"아빠 일 늦게 마쳐서."
하얀 거짓말을 딸에게 한다. 아이들을 최대한 걸리려고, 사람 사는 세상 좀 보라고, 아이들과 손 잡으며 걸어가며 얘기하고 싶어서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무엇보다 집에 가서 다시 큰 차를 가져오는 게 귀찮은 게 제일 컸다.
"다리 아픈데.. 다음엔 꼭 차 가지고 와."
"어 알았어.우리 딸."
다리 아픈 딸과 아들을 이끌고 저벅저벅 터벅터벅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를 20분 동안이나 걷는다.
차를 팔았다. 다리 아픈 딸을 태워줘야 하는 차를 팔았다. 7개월 딱 타고 말이다. 차 판다고 그러니 애들 크면 큰 차 필요하다며 하나같이 다 말린다. 그래도 팔았다. 주차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가 컸다. 심지어 우리 딸 아들 저 구석 조금 넓은 임산부 자리에 주차라도 하면 "분홍색 안 돼요! 안 돼요!" 하며 사정없이 나를 뭐라 했다. 한 바퀴 돌고 안 되면 다시 지하로 내려간다. 조금 큰 주차칸에 주차를 하려고 애를 쓴다. 와이프는 여기 해라 나는 좁아서 안 된다며 주차할 때마다 신경전이 오갔다. 그런 차를 팔았다. 시원 섭섭하다. 첫 나의 중고차가 기름 질질 세며 끌려가던 모습이 갑자기 떠올랐다. 다행히 이번 차는 기사분이 오셔서 영접해 가셨다. 당분간 차가 올 때까지 그냥 살아야 한다. 어린이집 아이들 하원이 조금(?) 걱정이 된다.
출근한다고 나서는데 부인 아들 딸 세 명 다 나를 반겨준다. 인사를 한다.
"딸 아빠 어제 차 팔아서 차 살 때까지 걸아 다녀야 해."
이해가 되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딸이다.
가려고 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가만히 듣고 있던 우리 아들 누나한테 세게 한 방 날린다.
"누나 다리 아파도 참아."
"알겠어."
누나가 씩 웃으며 동생에게 말한다.
아들내미 씩씩한 남자가 다 되어 가고 있다. 평소 누나 다리 아프다고 징징거리는 걸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가 누나한테 한 방 날린 거다.
흐흐흐흐흐흐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내내 '누나 다리 아파도 참아'가 계속 생각나서 실실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