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볶은 김치랑 계란이요."

아빠 육아일기

by 도도쌤

"딸, 저녁 뭐 먹고 싶어?"

"아빠, 볶은 김치랑 계란."

"딸, 그것만 있으면 돼요?"

"네. 볶은 김치 좋단 말이에요."

우리 딸 씻은 볶은 김치 하나만 있어도 밥 한 끼 뚝딱다.


밥을 하고, 김치를 씻고 볶고, 된장국을 만들고, 계란 프라이를 했다. 오랜만에 저녁 같은 저녁이다. 딸 아들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배가 많이 고팠는지 무섭게 달려든다.


"딸, 입에 한꺼번에 너무 많이 넣지 말고"

"손 쓰지 말고 젓가락 써야지."

"천천히 먹어야지."

딸아이 너무 급하게 먹어서 걱정돼서 이야기해줬는데 딸내미 내게 이런다.

"아빠 그거 잔소리 같은 거예요?"

'헉!' 순간 뭐라고 해야 좋을까 싶다. 순간 기지를 발휘한다.

"아니 이건 잔소리가 아니고 딸에게 좋은 말 해 주는 거야. 딸 안 좋은 거 해도 그럼 아빠 이야기해주지 마까?

"아니 아니 그건 아니고."

"그러니까 이건 잔소리 아니고 좋은 말이야. 알겠지?"

"네. 알았어요."

우리 딸 이제 잔소리가 뭔지도 대충 아는 모양이다. 겨우 수습했다. 좋은 말이라고 앞으로 계속 이야기해줘야겠다. 하하하.


너무 맛있게 먹었는지 손과 얼굴에 밥풀과 계란 조각이 더덕더덕 묻어 있다. 한 그릇 뚝딱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딸이다. 손 씻으러 가는 줄 알았더니 책 보러 간다.


"딸 다 먹었으면 이제 손 씻어야지. 얼른 손 씻어요. 얼굴도 씻고요. 비누로 씻어야 해요."

나도 모르게 매일 하던 '좋은 말'이 나온다.

"어."

우리 딸 높임말을 잘 쓰는데 갑자기 '어' 하는 게 아니겠는가... 얼른 딸아이 보고 말한다.

"네 해야지. 딸."

이유가 있었는지 우물우물 거리며 딸내미 이런다.

"입에 음식 있어서 그래요."

"아... 아빠가 몰랐네." 자세히 보니 딸아이 입에 음식을 씹고 있다. 그러면서 얼른 화장실로 씻으러 가는 딸이다.


장난감 가지고 한참 놀다 누나보다 저녁을 늦게 먹은 아들. 한 숟갈 한 숟갈 천천히 먹더니 겨우 밥을 다 먹었다. 들도 볶은 김치를 손으로 집어 먹어서 그런지 손 주위가 엉망이다. 의자에서 일어나는 아들에게 "아들 손 씻어야지!" 그랬다.

그러자 아들 이런다.

"어"

"아들 '네' 해야지."

예 잘하는 아들까지 오늘 왜 이러나 싶다. 근데 이내 우리 아들 날 빵 터트린다.


"입에 음식 있어서요."


"크크크크크크크"

"하하하하하하하"

장난감 가지고 놀고만 있는 줄 알았는데 좀 전에 내랑 누나랑 이야기 한걸 다 듣고 있었던 아들이다. 막 도착한 우리 와이프랑 나 그 광경을 보고 한참을 웃었다.


누나 따라쟁이에

순간 센스쟁이에

우리 아들 많이 컸다.

덕분에 큰 웃음도 주시고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