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에 이끌려 우연히 들른 곳이 제주 맛집 이라니!'
아빠 육아일기
"언제 다 와요?"
"다리 아파 못 걷겠어요."
딸 말이 맞다. 나도 다리가 아프다. 10분을 넘게 걸었는데 아내가 검색한 맛집이라는 곳이 나오지가 않는다. 코너를 도는 순간 상상도 못 해 본 맛있는 냄새가 내 코를 강타한다. '어! 여긴가!' 싶어 아내에게 바로 물어본다.
"여기 맞아요?"
"아닌데.... 지도엔 저 안쪽이라고 나오는데...."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조금 더 걸었는데 원하는 맛집이 나오지가 않는다.
"아내, 우리 그냥 여기서 먹으면 안 될까? 냄새가 너무 좋은데.."
"그래, 그냥 여기서 먹자!"
정작 검색한 맛집은 못 찾고, 배가 너무 고파 냄새에 이끌려 들어간 곳, 테이블이 7개 정도 되는 조그맣고 오래된 식당이다. 벽 곳곳에 맛있게 먹었다는 싸인이 걸려있다. 왠지 맛집을 찾은 느낌이다.
세 팀 정도는 이미 맛있게 먹고 있고 한 팀은 제육볶음을 막 받았다. 얼핏 봤는데 비주얼이 장난 아니다. 치우지 않은 남은 반찬들을 보니 애들이 먹을 수 있는 콩나물과 깻잎이 보인다. 빨간 제육볶음이 주 메뉴라 걱정됐는데 반찬 보니 아들 딸 먹을 수 있겠다 싶다.
손을 깨끗이 씻고 제육볶음 2개와 김치찌개를 하나 시켰다. 딸내미 좋아하는 상추도 나온다. 이어 등장한 오늘의 메인 요리 제육볶음 등장에 내 마음이 다 흥분된다.
'두둥!'
제육볶음미니 솥뚜껑 위에 얇으면서 두툼하게 썰은 돼지고기와 길쭉길쭉하게 썰은 파와 큼직큼직한 양배추와 양파가 매콤한 양념장에 묻혀 나왔다. 눈으로만 봤는데 맛있다. 얼른 상추에 싸서 한 입 가득 먹고 싶지만 아이들이 먼저다. 일단 애들 배부터 채워야 한다. 아이들을 키우는 모든 부모의 마음이 아니겠는가....
"아빠! 쌈장! 쌈장!!"
상추 한 장을 식탁 위에 올리더니 뭔가 허전했는지 쌈장 쌈장 한다. 상추 위에다 쌈장을 숟가락으로 고루 펼치고 그 위에 삼겹살 고기와 밥 각종 야채를 올려 먹어야 하는데 그 중요한 순간에 쌈장이 없던 것이다.
쌈장이 없으니 불안 불안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러다 아이들 짜증은 짜증대로 내고 점심도 못 먹이고 제육볶음은 그림의 떡이 되는 건 아닌지 심히 걱정이다. 가까이에 '셀프 반찬 코너'가 보인다. 얼른 달려가 보니 쌈장이 떡하니 있다. '휴~' 살았다 싶다. 간 김에 콩나물도 넉넉히 떠서 딸 식탁 앞에 가득 올려놓는다.
"자! 이제 먹어 볼까?"
상추, 밥, 쌈장, 내가 물에 헹궈 잘라 놓은 고기, 모든 재료 세팅이 완료되자마자 딸내미 군침을 흘리며 말한다. 상추 위에 쌈장을 숟가락으로 정성 들여 펼치는 모습에 기가 막힌다. 모든 재료를 적재적소에 넣어서 정성스레 입안 한가득 넣는다. 우걱우걱 씹으며 허기를 달랜다. 그 모습이 영락없는 아내 모습이다. 하하하하하!!
누나 따라쟁이 아들도 상추 위에 씻은 고기와 밥을 넣어 한 입 가득 씹는다. 집에서 익힌 스스로 쌈 싸 먹는 기술이 제주도 식당에서 이렇게 유용하게 사용될 줄이야...
그동안 매일매일 흘린 반찬들을 닦으며 마음을 닦으며 혼자 먹는 습관을 들였다. 스스로 먹는 아이들 덕택에 우리 아내와 나 밖에 나와서도 밥 먹는 숨통이 트인다.
나도 얼른 딸내미 따라 상추에 고기 한 점과 콩나물 가득 그리고 양파와 파 하나를 넣어 입에 넣어 본다.
"캬~"
'이게 무슨 맛이지...'
불맛에 매운맛에 사르르 입에서 녹는다. 두툼한 돼지고기의 식감과 각종 야채의 조합이 건강한 느낌을 더해 준다. 우리 아내 나처럼 한 입 먹더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제주도 와서 제일 내 입맛에 맞네!"
하며 호호 매운맛을 다시며 맛있게 먹는 아내다. 딸 아들 상추 사랑에 상추를 한 번 더 부탁한다. 그 많던 상추들도 맛있는 제육볶음과 함께 아내 뱃속과 내 뱃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런데 김치찌갠 국물이 너무 시어서 좀 별로였다.
맛뿐만 아니라 가격도 매우 정직하다. 제육볶음 1인분에 7,800원이다. 제주 여행하다 보면 1인분 가격이 기본 10,000원 이상인데 비해 이 집 가격은 정말 훌륭하다. 이런 맛집을 이렇게 우연히 발견하게 될 줄이야. 맛있게 배부르게 먹은 아내도 기분이 좋았는지 쿨하게 현금으로 계산했다.
다 먹고 밖으로 나와 그제야 상호명을 확인한다.
돼지구이연구소
혹시나 싶어 검색을 해 봤는데 맛집이다. 냄새에 이끌려 우연히 들른 곳이 맛집이라니 운이 참 좋다. 맛있게 배불리 먹었더니 세상이 다 즐거워 보인다. 아들내미 딸내미 손잡고 걸어가는 길이 마냥 즐겁다.
편의점에서 들러 식후 땡 녹차 아이스크림은 입에서 살살 녹는다. 아들내미 태어나서 처음 녹차맛을 보더니 다 달라고 한다. 다 먹지도 못하고 뺏겼다. 하하하하하.
그렇게 강력한 냄새에 이끌려 우연히 알게 된 맛집 '돼지구이연구소', 제주도 가서 매콤한 맛이 생각날 땐 꼭 들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