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육아하시는 부모님들 진짜 존경합니다."

아빠 육아일기

by 도도쌤

"아빠, 뽀로로보다 더 좋은 데 가자! 어서, 어서"

"뽀로로보다 더 좋은 데! 어서."


첫날부터 '뽀로로앤타요 테마파크'를 가자고 하는 아이들. 두 달 전에 갔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 그래서 이번엔 아내와 '코코몽에코파크'로 정했다. 미리 이름을 알려주지 않고 그냥 아이들한테는 '뽀로로보다 더 좋은 데'라고 말을 했던 거다. 러니 제주도 도착 첫날, 이튿날 쉴 새 없이

뽀로로보다 더 좋은 데 꼭 가는 거예요.

고 우리 아들 딸 하루에도 몇 번씩 신신당부를 던 거다.


드디어 아이들과 약속한 셋째 날이 왔다. 아내가 짐 정리와 설거지를 하는 동안 아이들 데리고 리조트 근처 산책을 한다.

"아빠, 뱀이다."

"어디? 어디?"

"저기 저기 있잖아."

"어디? 어디?"

암만 봐도 뱀은 보이지 않는데 아들이 뱀이라고 하니까 괜히 나까지 무섭다. 게다가, 날씨도 흐려 빗방울도 한 방울씩 날리기 시작한다.

"아빠, 가자"

"아빠, 빨리 가자! 무서워!"

제주도에 뱀이 많다고 하는데 물려서 여행도 못하게 될까 봐 바로 아이들 손잡고 리조트로 돌아온다. 산책 중에 뽀로로보다 좋은 데가 코코몽이라고 알려주니 이젠 '코코몽 가자, 코코몽 어서 가자!'라고 한다.


짐 정리 싹 다하고 기분 좋게 코코몽 파크로 가는 우리 가족. 그런데 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더니 소나기성 비가 세차게 쏴쏴 하며 쏟아진다. 낌새를 알아차린 우리 딸 바로 이런다.

"코코몽은 실내가 아니잖아! 못 놀아! 뽀로로 가자! 뽀로로!"

누나 예찬론자에 누나 따라쟁이 아들내미도 질 수 없다. 기세를 이어간다.

"뽀로로, 뽀로로, 뽀로로..."

우리 딸 한 술 더 뜬다.

"뽀로로가 훨씬 좋아! 얼른얼른!"

차가 아이들 뽀로로 소리에 휘청거린다. 할 수 없이 소낙비도 피할 겸 길가에 비상 깜빡이를 하고 잠시 멈춘다. 코코몽 예약은 바로 취소를 한다.

"가격이 두밴데.." 아내가 그런다.

가격이 아이 둘, 어른 둘 합해서 10만 원 가까이한다.

"우리 오늘 점심 저녁은 편의점에서 그냥 사 먹자! 크크크크크!" 내가 농담을 하니 아내도 웃는다. 차 타고 오는데 비가 그치고 해가 쨍하게 난다. 코코몽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그렇게 뽀로로파크에 왔다. 주차장엔 이미 차량이 만원이다.

'헉! 이렇게 비싼 가격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아이들 키우는 우리 부모님들 제주도 왔는데 좋은 곳 구경도 못 다니시고, 육지에도 많은 키즈파큰데... 제주도 와서까지... 이 상황에 내가 마음이 다 아프다.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는 자녀를 키우는 우리 부모님들 다들 파이팅!'

속으로 외치며 입장을 한다.


저번에 왔을 때 비가 와서 못 탄 야외 바이킹부터 탄다. 기다리는데 내가 가슴이 쿵쾅쿵쾅거린다. 어린이용 바이킹이 아니라 진짜 놀이동산에 있는 바이킹 수준이다. 바퀴 돌아가는 소리가 웽웽웽 귀에서 요동친다.

"우리 아들 탈 수 있겠어?"

"용기 내서 타 볼래요."

'헉!'

"진짜 탈 수 있겠어? 아들?"

"네, 타 볼래요."

110센티 막대를 겨우 통과한 아들내미다. 맨 뒤에 타면 무서울 것 같아 맨 앞자리에 탔다. 우리 반대편 가족도 맨 앞에 앉았다. 안전바가 내려왔는데 내 허벅지가 꽉 낀다. 최대한 옆으로 벌렸는데도 찡긴다. 아프다.

"아들, 꽉 잡아야 해! 탈 수 있겠어?"

마지막으로 아들내미에게 물어본다.

"네!"

다섯 살 아들내미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


바퀴가 한 번 돌고, 두 번 돌 때까진 약간의 설렘과 긴장감이 돈다. 앞에 보이는 가족들이 해맑게 웃음을 짓는다. 세 번, 네 번 바퀴가 휑하게 돌더니 바이킹 배가 제법 올라간다. 오줌이 갑자기 마렵다! 70도에서 90도까지 배가 일직선으로 세워진다. 그러자, 앞에 있는 아주머니가 손으로 엑스(X) 표시를 하면서 "못 타겠어요!" 하며 소리친다. 그 소리에 옆에 있는 딸이 엉엉 울기 시작한다. 손으로 연신 엑스 표시를 하시는 아주머니와 딸 우는 소리에 바이킹이 멈췄다.


그 아주머니가 너무 고마웠다. 속으로 나도 엑스 표시를 하고 싶었다. 신기한 건 우리 아들 딸 울지도 않고 있었던 것이다.

"아들 대단한데! 안 무서웠어? 아들?"

"네, 용기 냈어요."

"우리 딸은?"

"쉬 나올 것 같았어요."

뽀로로 파크에 입장하자마자 바이킹으로 신고식을 제대로 치렀다. 내 다리가 다 후달달 거린다. 다섯 살 아들내미 용기 내어서 울지도 않고 탄 바이킹. 진짜 많이 컸다.


실내에 입성. 예상처럼 사람이 많다. 재미있는 놀이기구는 줄이 기본 10명 이상이다. 저번에 왔을 때 제일 재미있게 논 트램펄린 있는 곳으로 먼저 이동했다. 그곳에서 2시간 동안 정말 미친(?)듯이 뛰어노는 아들 딸이다. 한 번씩 물만 먹고 노는 데로 다시 간다. 걸어서 가자고 하면 항상 다리 아프다고 하는 딸은 찾아볼 수가 없다. 하염없이 폰을 보시는 우리 부모님들이 많이 보인다. 난 대신 글을 쓴다. 그나마 '생산적 소비'를 하고 있으니 기분이 낫다.


블록놀이 코너에서도 한 참을 놀고, 낚시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짜장면도 먹으니 어느새 해가 지려고 한다. 11시에 들어와서 5시에 나간다. 6시간을 여기에 있었다. 10만 원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긴 든다. 중간에 제주도에 와 있는 동생이 보내온 '새별오름 핑크 뮬리 사진'이 눈에 어른거린다. 제주도 예쁜 경치도 구경 못하고 아이들이 어디 있는지만 열심히 살는 나다.

"징징징" 우는 아이를 달래는 부모님, 다칠까 봐 아이 뒤꽁무니를 졸졸졸 따라다니는 부모님, 유롭게 폰을 보는 부모님. 다들 각자 치열하게 아이들을 돌보고 계신다.


'대한민국 육아하시는 아버지 어머니 그대들은 정말 최선을 다하고 계십니다. 짝짝짝!'


'새별 오름 보고 싶다. 근데~'

'핑크 뮬리도!'

'나도 제주도 예쁜 곳 구경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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