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 끝에 찾은 나만의 공부법
처음에는 정말 막막했다.
어떻게 공부를 시작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모든 수업이 녹음 가능한 것도 아니었고, 녹음을 하더라도 학생들의 말소리와 교수님의 억양, 마이크의 잡음이 뒤섞여 복습이 쉽지 않았다. 프랑스어로 심리학 수업을 듣는다는 건, 단어 하나하나가 낯설고 문장 구조조차 익숙하지 않은 세계 속으로 뛰어드는 일이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단순했다. 들리는 단어는 모두 적기.
의미를 몰라도, 문장을 다 따라가지 못해도, 일단 손으로 쓰는 게 첫걸음이었다. 생각을 하는 순간 단어를 놓치기 때문에 일단은 적는 것에 초점을 두고 수업을 들었다.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의 노트와 비교해 빠진 부분을 채우고, 교수님이 언급한 논문이나 책을 도서관에서 찾아 읽었다. 그리고 새롭게 알게 된 부분을 노트에 적고 또 적었다. 그렇게 조금씩, 하나의 강의가 나만의 노트로 변해갔다.
하지만 오랜만에 다시 시작한 공부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도 몰랐다.
노트를 줄글로 써야 할지, 핵심만 요약해야 할지, 색깔을 써야 할지조차 감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유튜브와 블로그에서 “노트 정리 하는 법”을 검색해 봤다. 그러나 결국 깨달은 건 하나였다. 결국 나에게 맞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
처음에는 노트에 한국어를 쓰지 않으려 했다. 프랑스어로만 생각하고 정리해야 실력이 늘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하니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문장은 눈에 들어와도 머릿속에 의미가 남지 않았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다. 교수님의 강의를 프랑스어로 정리하고, 관련 논문과 교재의 내용을 덧붙인 뒤,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은 한국어로 보충했다. 그 결과물이 나의 첫 번째 노트였다.
공부를 시작한 초반에는 어떻게 외워야 할지도 몰라서, 모든 노트를 손으로 한 글자씩 써가며 외웠다. 노트를 다 쓰고 나면 다시 베껴 쓰기를 반복했다. 손은 아팠지만, 신기하게도 그렇게 하면 훨씬 잘 외워졌다. 머리보다 손이 먼저 기억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공부하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들었다. 하루 종일 써도 한 과목을 끝내기 어려웠고, 다른 과목을 복습할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점점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첫 번째 노트를 복습하며 구조를 나눴다. 표를 만들고 챕터별로 구별했다. 마치 작은 책을 만드는 것처럼 구성했다. 한 챕터를 끝낼 때마다 요약본을 만들고, 그것을 소리 내어 읽었다. 단어를 외우는 대신 문장을 통째로 입에 익히려 했다.
아이패드로 공부하면 분명 편했지만, 나는 종이 노트를 더 좋아했다.
페이지를 넘기며 모르는 부분을 적고 지우기도 하고, 여러 장을 동시에 펼쳐볼 수 있다는 게 내게는 더 잘 맞았다. 그래서 시험 기간이면 항상 무거운 가방을 들고 다녔다. 도서관에서, 카페에서, 내 자리엔 늘 노트와 프린트된 자료가 가득 쌓여 있었다.
형식이 조금 자리 잡히자, 이번엔 내용의 어려움이 다가왔다.
처음에는 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단어를 중심으로 공부했다.
모르는 단어를 발견하면 프랑스어 뜻과 한국어 뜻을 나란히 적고, 예문을 찾아 몇 번씩 써보았다. 같은 단어가 수업, 논문, 대화 속에서 어떻게 다르게 쓰이는지를 비교하며 익혔다.
처음에는 모르는 단어가 더 많았기에 이 방법이 최선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다. 프랑스어가 점점 편해질수록 단어를 외우기보다는 문맥을 읽고, 문장을 이해하며, 의미의 흐름을 따라가게 된 것이다.
학년을 거듭할수록 노트를 작성하는 방법과 공부 방식도 점점 정확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나는 쓰면서 외우는 것과 설명하면서 외우는 방식이 가장 잘 맞는다는 걸 깨달았다. 마지막 학년 마지막 학기에는 화이트보드를 사서 수업을 하는 것처럼 공부하기도 했다. 강의 내용을 칠판에 적고, 직접 설명하며 다시 외우는 방식은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나는 원래 노트를 예쁘게 정리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편이라, 화이트보드는 정리 부담 없이 마음껏 반복하고 복습할 수 있는 최고의 도구였다.
노트정리의 목적이 처음에는 단순히 ‘알아듣기 위한 정리’였다면, 이제는 ‘이해를 통한 구조화’로 변해갔다. 강의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도식화하고, 개념 간의 관계를 선으로 이어 보기도 했다. 때로는 친구들과 스터디를 만들어 토론하면서, 내가 이해한 내용을 직접 설명해 보는 연습도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언어 실력뿐 아니라 생각의 깊이도 달라졌다.
공부는 여전히 어렵고, 이해하지 못하는 문장은 여전히 많지만, 예전처럼 두렵지 않다. 그 과정을 통해 조금씩 ‘프랑스어로 사고하는 나’를 만들어가고 있다. 프랑스어로 심리학을 공부한다는 건 여전히 쉽지 않지만, 그 속에는 매일 조금씩 성장하는 내가 있다.
처음엔 꿈을 위해 시작한 공부였지만, 이제는 나를 확장시키는 여정이 되었다. 언어와 지식, 그리고 나의 사고가 함께 자라 가고 있다는 걸 느낄 때면, 힘들었던 모든 시간이 괜찮아진다.
아직도 책을 펴면 여전히 모르는 단어가 가득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 속에는 내가 지나온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앞으로 나아갈 이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