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

by 조효복

관람객



말수가 줄었고 눈동자에선 생각이 보인다고 했지요

마르지 않는 물빛 동공은 낯설고 멀다고


열리지 않는 마음 같은 거 시간이 지나야 한다는데


마주 서면 없던 문이 생겨나

처음의 마음처럼

각자의 손잡이를 놓지 않는 우린


둘 이상의 얼굴을 가졌군요 동시에 밀려드는

나와 파도를 구분할 수 있겠습니까


눈동자에서 마음을 읽습니다

모르는 사이처럼 친절합니다 간격을 신뢰합니다

서로를 설명하지 않지요

마주하고 선 비슷한 동세의 조형물처럼


만지고 싶은 얼굴로

바람 한 줄 없이 눈동자에 너울이 이는군요


모네가 그린 건초더미에서 칸딘스키는 건초를 보지 못했습니다

오로지 빛을 보았고 추상을 보았지요

바그너의 오페라에서도 수많은 색을 보았다는데


희고 푸른 파도의 모습으로

나란한 물결인 채로 너른 해변을 가졌군요


바다를 향해 놓인 수조 속에서 빈 입을 벙긋거리는 물거품 같아


한 번도 넘쳐본 적 없는 난

물비늘처럼 반짝 떠다니는데


조금 멀리서 보면 더 잘 보일 겁니다

열지 않으면 벽이 되는 문 앞에서 내내 서성입니다






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2025.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