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부터 수상한 두쫀쿠

시끄러운 맛에 대하여

by 이수정

"두바이 과자는 무슨 맛이야?"

저녁밥을 먹다 말고 이제 막 여덟 살이 된 아들이 물었다.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두바이에서 온 과자는 무슨맛이냐고."

어휘는 부족해도 제법 조리 있게 말하던 아이라, 평소와 다른 질문에 조금 당황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의미를 파악하려고 머리를 풀가동했다. 하지만 나보다 한발 먼저 알아챈 사람은 남편이었다.

"두바이 쫀득 쿠키 말하는 거 맞지?"

"응! 그거!"

어느 순간부터 나의 알고리즘에 자주 등장하던 두쫀쿠였다.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유행을 곧잘 따라간다. 반면 남편은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유행에 둔하다. 관심도 없다. 아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남편이 알고 있는 것이 더 신기했다.

"자기가 두쫀쿠를 어떻게 알아?"

"유행인지 며칠 전부터 쇼츠에 계속 뜨더라고. 나는 지호보다 당신이 먼저 찾을 줄 알았는데 아무 소리 없더라. 조만간 둘 다 찾을 것 같아서 미리 주문했지. 되게 비싸더라. 두 개에 이만 원이나 하던데? 하나는 지호 먹고, 하나는 당신이 먹어."


그동안 쇼츠에 반복적으로 나와서 호기심에 직접 만들어보려고 했다. 재료들을 알아보니 원가가 두 배 이상 비싸져 있었다. 어쩐지 허니버터칩이나 탕후루처럼 지나치게 유행하는 것 같았다. 덕분에 다들 좋다고 하면 한발 물러서는 나에게 두쫀쿠는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그런데 남편이 주문했다는 말에 호기심이 일었다. 배송이 오는 게 기다려지기까지 했다. 유명한 가게에서 주문해서 며칠은 걸린다고 한다. 덕분에 두쫀쿠가 어떤 것인지 정확히 확인해 볼 시간이 생겼다.


두쫀쿠는 '두바이 쫀득 쿠키'라는 이름부터 수상하다. 무엇보다 두바이에서 만든 과자가 아니다. 국내의 어느 쿠키 점에서 두바이 초콜릿을 응용해 만들었다고 한다. 게다가 쿠키도 아니다. 실처럼 가느다란 아랍의 전통 면인 카다이프에 피스타치오 페이스트를 섞어서 소로 만들고 녹인 마시멜로로 감싼다. 그 위에 카카오 파우더를 뿌려 마무리한다. 밀가루는 조금도 들어가지 않는데, 왜 쿠키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모르겠다. 이름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먹어보고 이 디저트를 판단해야겠다. 배송을 기다리는 이유가 한 가지 더 늘었다.



그날부터 목이 빠지게 배송을 기다렸다. 주문하고 이틀이면 받아볼 수 있던 다른 상품들과는 달리 아직 배송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과열된 인기 탓에 주문 폭주로 순차 배송이라고 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기대는 커졌고, 괘씸함도 같이 자랐다. 그깟 과자가 대수라고 이토록 사람을 기다리게 한단 말인가. 기다림은 남편의 상냥함 덕분에 너그러워지려던 평가 기준을 점점 깐깐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기다리던 것이 일주일 만에 도착했다. 배송된 작은 아이스박스를 여니, 어린이 주먹만 한 화과자 케이스 두 개가 덩그러니 들어있었다. 이 녀석이 얼마나 맛있는지, 무엇이 사람들을 이토록 열광하게 만드는지 자세히 파헤치고야 말겠다.


가루가 떨어질까 조심스레 뚜껑을 여니, 쌉쌀한 카카오 파우더 향이 진하게 풍겼다. 기왕 하는 김에 남들이 하는 거 다 해보자는 생각에 접시로 옮겨 담았다. 소셜미디어의 많은 사람이 그러하듯 칼로 반을 잘라보았다. 겉보기에는 물컹할 것 같았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부드럽게 잘렸다. 단면의 초록색 속 재료가 갈색 껍질과 대비되어 선명했다. 말차의 색깔과도 비슷해서 씁쓸할 것 같았다. 아직은 크게 호감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음식에서 중요한 것은 맛이다. 청국장이나 닭발처럼 외형은 못생겼어도 맛있는 음식은 많다.


첫입을 크게 물어 입술에 카카오 파우더를 듬뿍 묻혀 브라운립을 만드는 것이 인증사진으로 유행이라고 한다. 하지만 입가에 묻는 것을 싫어하는 나는 네 조각으로 잘랐다. 먼저 껍질만 벗겨내서 파우더가 묻지 않게 조심히 입으로 넣었다. 입안 가득 쌉쌀하지만 기분 좋은 카카오 향이 퍼졌다. 떡과는 다른 쫀득함이다. 마시멜로를 썼으니 달 것으로 예상했지만, 껍질 반죽을 할 때 카카오 파우더를 넣어 달지 않게 조절을 한 것 같다. 질겅질겅 씹히는 것이 아니라, 쫀득하게 끊어지며 목으로 넘어가는 것도 부담이 없다.


만족하며 이번에는 껍질이 벗겨진 속 재료만 입에 밀어 넣었다. 피스타치오 향이 먼저 퍼지고, 뒤이어 카다이프가 씹혔다. 처음 먹어보는 카다이프는 고소했다. 페이스트에 버무려서 눅눅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바삭하게 씹혔다. 마치 잘게 부순 시리얼을 씹는 것 같았다. 경쾌한 식감과 녹진한 피스타치오 페이스트가 어우러진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견과류 특유의 깊고 진한 고소함이 마음에 들었다. 입안의 체온에 천천히 녹아내렸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의 만화가가 말하길, 맛있는 것 더하기 맛있는 것은 더 맛있는 것이라고 했다. 겉 재료와 속 재료를 함께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기대하며 온전한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그러나 나의 기대는 무참히 무너졌다. 그 맛을 음악으로 표현하자면 시끄러웠다. 겉 재료의 카카오 향과 속 재료의 견과류 향이 한 치의 양보 없이 싸우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쫀득한 껍질과 바삭한 카다이프가 각자 자기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고소한 피스타치오는 카카오의 향에 흐려졌다. 속 재료의 바삭함 때문에 쫄깃한 겉껍질은 질깃하게 느껴졌다. 향도, 식감도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주기 어려웠다. 각각 맛있던 두 재료는 함께하자, 오히려 힘을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은 멈추지 않았다. 맛있어서가 아니라, 이해하고 싶어서였다. 왜 사람들이 이 과자에 열광하는 것일까. 내가 놓친 무언가가 있는 걸까. 이번에는 아무 생각 없이 천천히 씹었다. 맛이 달라지는 일은 없었다. 마지막 한 조각까지 다 먹고 나서야 웃음이 났다. 기대가 컸던 것일까, 아니면 유행이 내 입맛보다 앞서 있었던 것일까. 맛이라는 건 결국 아주 개인적인 것인데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인생 디저트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한 번 먹어본 것으로 충분한 음식일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나는 후자였지만, 녹진한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는 마음에 들어 한 통 주문했다.


빈 케이스와 접시를 정리하며 남은 카카오 파우더를 털어냈다.

“엄마. 맛있었어?”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응. 시끄러운 맛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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