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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독감

by 상아

독감에 걸렸다.

일 일 돈 일 공부 연애 일

갓생스러운 일상을 2~3주나 했을까

줄어든 체력이 발목을 잡는다.

가방이 걸린 오른쪽 어깨로 자꾸만

자꾸만 기울어진다.


조퇴 땡땡이 일 일 연애 쉼

약간의 죄책감을 가진 채

집으로 당겨지는 몸과 마음

이러면 안되는데 반

이제야 살겠다 반

띠링- 이번 달 학원비 135,000원이 결제됐다

띠링- 무료 체험하다가 구독 취소를 잊은 어플이 결제됐다


목소리가 안 나온다

아-아- 해도 바람 빠진 풍선마냥 스러지는 소리

일 일..

안되겠다. 직장에 독감에 걸렸다 어필을 한다.

해냈다.

일 일 쉼 쉼 연애 쉼 쉼

5일이나 휴가를 얻어냈다.

걸걸한 목소리에 꽉 막혀버린 코

그래도 침대에 누울 때마다 "행복하다"

생각이 아니라 말로 한다

오전 11시 35분에 집에서 하는 혼잣말

행복하다


폰에 뜨는 시간, 저녁 9시 15분

전화를 받고 낮잠에서 깼다.

잠은 충분히 잤다.

넷플릭스도 아까 다 봤다.

그제서야 생각나는 책

미뤄둔 100일 독서, 필사 챌린지

침대맡에 둔 책과 펜을 든다


집에서 꼼짝없이 누워있다가 어쩐지

심심한 기분이 들어

오후 늦게 대학원에 나선다

갓 샤워한 몸, 담뿍 바른 로션에 바람이 부니

착착 달라붙는 청바지

느낌이 좋다.


천천히 느슨히 돌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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