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부모님께 결혼 승낙을 받았다.
이제 우리 가족 차례다.
어머니는 내가 누굴 만나는지 모르신다.
그저 여행 좋아하는 아들로 여기신다.
여행에 늦바람 난 아들이
일본, 베트남, 조지아, 아르메니아 등
안 가는 곳이 없다.
러시아까지 다녀왔다.
어머니는 그러려니 하신다.
내가 하는 일에 딱히 반대하시는 일이 없다.
그래도 떨린다.
생김새가 달라도 너무 다른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실까?
그녀는 겨울 방학을 이용해 한국에 오기로 했다.
그녀를 우리 가족에게 소개하려 한다.
너무 빠른 듯싶지만 우리는 마음이 맞았다.
34살 한국 남자
23살 러시아 여자
1년 남짓 만난 후 결혼을 준비한다.
먼저 누나에게 전활 걸었다.
놀라지 말고 들어
내 한마디에 누나가 긴장한다.
서로 진지한 얘기는 잘 나누지 않는 편이다.
그녀에 대해 이야기했다.
러시아인이고 연애 중이다.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내 편이 돼 달라.
어머니께 소개할 때 분위기를 띄워달라 부탁했다.
누나는 호주에서 대학을 다녔다.
영어가 유창하다.
그녀와 잘 소통할 수 있다.
어머니께 정확히 통역해 드릴 수 있다.
누나가 있어 다행이다.
혼자 어머니 댁을 찾았다.
맥주를 홀짝이며 어머니와 대화를 시도했다.
나 결혼할 여자가 있어
그래? 누군데?
별로 놀라지도 않으신다.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아들이니
결혼할 여자가 있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한국인이 아니야
으응~일본인이지?
일본 여행을 자주 다녔다.
어머니와 두 번이나 다녀오기도 했다.
일본 여자들 참하다며 신붓감으로 딱이라고 하셨던 적도 있다.
아니야
그럼? 베트남? 중국?
내가 다녀온 나라를 되짚으신다.
러시아 여자야
어머니의 얼굴색이 바뀐다.
웃음기가 사라졌다.
자리를 박 차고 일어나 갑자기 설거지를 시작하신다.
놀라신 눈치다.
아무래도 외모 때문에 걱정이시겠지.
네가 알아서 해. 내가 무슨 말을 하겠니.
말려도 소용없다는 걸 아신다.
그럼에도 실망감을 감추시지 않는다.
평범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선택한 길이다.
뒤에 들으니 누나를 붙잡고 하소연을 하셨다 한다.
누나는 요즘 서양 여자와 결혼하는 남자들 많다~
걱정 마시라 다독였다.
그렇게 사전 준비를 마쳤다.
이제 그녀가 한국에 오면 가족과 만나기만 하면 된다.
내가 결혼을 하다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