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새로운 세계에 내던져진 내가 헤쳐나가는 법

중국 유학생에서 스타트업 대표까지

by 구미

그렇게 편입시험에 합격한 대학교.

2-2학기로 첫날 나는 드디어 꽃길만 걸을 줄 알았으나 설레기보다는 막막함이 더 컸다.


모든 게 낯설고 어려웠다. 중국어는 수업에서 배우던 단어와는 차원이 달랐고, 사람들이 사용하는 억양과 속도는 너무나 빨랐다. 가끔, 중국인 친구들이 웃으며 농담을 주고받을 때 나는 그들 대화 속에 낄 수 없었다. 이방인처럼 그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내 목적은 그저 중국으로 유학을 가는 것뿐. 아무런 대책도 방법도 없는 22살이었다.

그저 생각한 거라곤 방학 때 한국으로 귀국해 풀타임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 모으기 뿐.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중국을 간 걸까?
중국을 가면 답이 있는 줄 알았을까?


처음 몇 달 동안은 하루하루가 벅찼다.

과제는 쌓여가고, 수업은 쫓아가기 힘들었고, 기숙사 생활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상해에서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나서 함께 놀고 생활해서 기뻤지만 친구들에게 내 주머니가 비어있다는 걸 티 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당시 주머니에 6천 원밖에 없어도 친구들이 5천 원짜리 커피를 마시러 가자고 하면 갔다. 지금 보면 너무나도 철이 없다. 하지만 이건 내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로 가진 돈이 바닥난 때가 있었다. 나는 이제 현실적인 문제에 맞닥뜨리게 됐다.

이제는 진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했다.


졸업 전, 한국인 유학생 대상으로 진행되었던 SNS 마케팅 대회. 마케팅에 대한 전문 지식도 없고 여건도 없었지만 도전해 보기로 했다. 1등 하면 한 달 치 생활비를 얻을 수 있었다.


이 때 알게 되었던 건, 아무것도 없을 때
오히려 용감해진다는 것이었다.

나는 당장 내일 먹을 한 끼 돈이 없다는 게 제일 무서웠다.



그렇게 마케팅 대회에 참가했고 한국의 스킨케어 브랜드 듀이트리(dewytree)와 함께했다.


틱톡(抖音), 샤홍슈(小红书), 타오바오 라이브(淘宝直播)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우리 브랜드를 알리는 데에 힘썼다.




또한 당시 우리 브랜드를 알리는 데에 어떤 방법이 좋을까 생각하던 중, 듀이트리 마스크팩을 길에서 100명에게 나눠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100명에게 마스크팩을 나눠주며 우리가 맡은 브랜드를 홍보하는 일에 열을 올렸다.



마케팅 대회에 참여하면서 처음으로 SNS 콘텐츠를 진지하게 만들어 보게 되었다. 나만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중국 시장을 겨냥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현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영상을 찍고 편집했다. 밤새워 작업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수정해 나가면서 콘텐츠 제작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그 모든 과정이 힘들었지만, 우리의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전해질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렇게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한 결과 우리 팀이 1등을 했고! 나는 바로 좋은 기회로 이어질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막 졸업한 한국인 유학생을 회사가 쉽사리 받아줄 리 없었다.


그렇게 취업박람회도 기웃기웃하고 토익공부도 하면서 취업을 준비하던 중 우연히 본 공고. 샤홍슈에서 활동하는 왕홍의 PD 구인공고였다.


그동안 단순히 공부하고 졸업해서 안정적인 직장을 찾는 게 목표였는데, 이제는 나만의 스토리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더 많은 것을 배워보고 싶었다. 제대로 영상을 배워본 적은 없었지만 평소에 센스 있는 영상을 보는 걸 좋아하고 촬영을 즐겨했기에 무작정 지원해 보았다. 테스트 영상을 만들어서 전달드렸는데 결과는 합격.


그 당시에는 그저 흥미로 시작했을 뿐인데, 나중에 이렇게 나의 재능과 직업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렇게 내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다.


중국에서 왕홍 PD로 근무하며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었다. 내가 기획한 콘텐츠가 반응이 있고 브랜드사와 협업까지 이루어졌을 때 너무나도 기뻤다.


내가 만든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때. 이 과정에서 처음으로 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 일을 길게 하겠노라 다짐했다.


낯설고 고단했던 중국에서의 생활은 나에게 너무나도 값진 자산이 되었다. 그동안의 고생이 하나하나 쌓이면서, 나는 더 강하고 단단해졌다. 상해의 거리에서 길을 잃을 때마다, 혼자서 외로운 밤을 보낼 때마다 조금씩 성숙해졌다. 유학생활을 버티며 깨달은 것은 하나였다. 모든 경험은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 그때의 방황과 실패, 노력과 성취가 모두 나를 지금의 자리로 이끌어주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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