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주문
딸아이의 얼굴에는 늘 장난기 가득한 웃음꽃이 만발한다.
해맑은 미소를 바라보면 나도 덩달아 얼굴이 활짝 펴지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이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정신없이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 요 녀석이 만들어 주는 에피소드들은 소설의 한 장면처럼 내 머릿속에 차곡차곡 저장되고 있다.
어느 날, 물이 반쯤 담긴 컵을 들고 딸아이가 내게 다가왔다.
"엄마, 딸꾹질 멈추는 방법 알아?"
"그야... 숨 참고 있거나 물 마시면 되지?"
"그냥 물만 마시면 안 돼. 봐봐. 나 지금 딸꾹질 나오고 있잖아. 보여줄게."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일부러 딸꾹질을 흉내 내는 녀석. 오늘은 또 무슨 꿍꿍이일까.
수줍게 웃던 딸아이는 갑자기 이렇게 외쳤다.
"Frog is drinking water."
그러고는 손에 들고 있던 물을 꼴깍꼴깍 마셨다.
나는 그런 모습을 빤히 바라봤다.
얼굴이 상기된 꼬마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딸꾹질이 진짜로 멈췄다고 신기해했다.
"에이, 그런 게 어딨어. 진짜 딸꾹질이 나온 거 맞아? 연기한 거 아냐?"
"아니야~~ 나 진짜로 딸꾹질 나온 거 맞아."
생글생글 웃으며 엄마의 말을 부정하는 얼굴에는 장난기가 잔뜩 묻어 있었다.
며칠 뒤, 녀석은 또다시 딸꾹질이 난다며 물 한 컵을 들고 와 똑같이 행동했다.
그때까지도 나는 쉽게 믿지 못했다.
숨을 참아도 보고, 놀라게도 해 보고, 물도 마셔 봤지만 딸꾹질은 쉽게 멈춘 적이 없었으니까.
그 마법 같은 한 문장이 정말 효과가 있다는 게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개구리가 물을 마신다는 소동이 한바탕 지나간 뒤, 다시 잔잔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이었다. 창문을 열고 찬바람을 맞는 순간, 갑자기 딸꾹질이 나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딸아이를 찾았다.
"꼬마야, 딸꾹질 멈추려면 뭐라고 말해야 한댔지?"
새로운 구경거리가 생긴 듯, 잔뜩 흥이 오른 녀석은 얼른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 오며 말했다.
"Frog is drinking water! 이렇게 말하고 이 물을 다 마셔봐."
여전히 의심이 가득했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녀석이 시키는 대로 따라 했다.
"Frog is drinking water."
목을 타고 내려간 물이 온몸으로 퍼지는 것 같았다. 컵에 담긴 물을 다 마시고 조심스레 숨을 쉬어 보았다. 신기하게도, 내 몸은 더 이상 반응하지 않았다.
개구리의 마법이 통한 것이다.
"어머, 이게 되네? 진짜로 멈췄어!"
호들갑을 떠는 나를 보며 녀석은 깔깔 웃었다.
"엄마, 개구리야?"
"그런가 봐..."
마법의 주문이 정말 세상에 존재하는 걸까? 직접 겪고 나니, 믿을 수 없는 일이 현실이 되어 얼떨떨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이번에는 아들이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거 해봐. 개구리."
나는 아들에게 마법의 주문을 알려주듯 넌지시 말했다.
어느 정도 믿음이 생겼지만, 나 역시 다시 한번 확인해 보고 싶었다.
물을 가지러 간 녀석은 혼자 조용히 주문을 외우고 물을 마셨다. 잠시 후 돌아온 녀석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무심히 말했다.
"플라시보 효과인가. 진짜로 멈췄네."
어리둥절한 아들의 얼굴을 보며, 나는 어느새 딸과 똑같은 표정으로 깔깔 웃고 있었다.
아들의 말대로 믿음의 결과일 수도 있고, 그저 우연의 일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구리가 물을 마신다'는 주문 하나로 우리는 잠시나마 같은 마음으로 웃었다.
앞으로도 딸꾹질이 날 때면, 우리 가족은 아마 개구리를 찾게 될 것이다.
우리 집에만 있는 작고 엉뚱한 마법을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