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무지개를 남기다.

사라지기 전의 생각들을 붙잡는 기록

by JULIE K

비 온 뒤 맑게 갠 하늘을 본 적 있나요?


탁한 비구름이 지나간 자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맑고 청량한 푸르름으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가끔, 운이 좋은 사람들은 그것을 발견합니다.


반짝, 하늘을 오색 찬란하게 수놓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홀연히 사라지는 무지개를요.



제가 만든 김치볶음밥이 정말 맛있다며 늘 반겨주던 친구와 영국에 잠시 머물던 때였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먹기 위해 친구의 집을 찾았지요.


문을 두드리려다 문득 뒤를 돌아섰을 때, 아래로 펼쳐진 전원주택 지붕 너머로 무지개 하나가 제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난생처음 보는 듯 선명하고 신비로운 빛이었습니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는데, 반대편 하늘에 또 하나의 무지개가 걸려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렇게 두 개의 무지개가 흐린 하늘 위에서 잠시 반짝이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날의 풍경은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문득, 우리의 생각도 이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을 걷다가, 운동을 하다가, 설거지를 하다가, 심지어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순간에도 생각은 번쩍이며 떠올랐다가 금세 사라집니다.


분명 떠올랐던 것 같은데 돌아서면 단어 하나조차 붙잡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사라져 버리는 생각들은 마치 무지개처럼 잠깐 빛나다가 흔적만 남기고 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이 무지개 같은 생각들이 사라지기 전에 하나씩 글로 남겨보려 합니다.


자주일지, 가끔 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생각은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까요.


시간이 흘러도 기억 속 깊은 곳에 남아 있는 그날의 무지개처럼 사라지기 쉬운 생각들도 이곳에 오래 남겨두고 싶습니다.


그저,
사라지기 전에 붙잡아 두고 싶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