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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K Jan 14. 2024

너희는 뭐 하고 노니?

시대의 차이

요즘 아이들은  하 놀까..?


추억의 그 시절을 되짚어 보면 나의 유년시절은 참으로 즐겁고 행복했다.


놀이터에 나가면 항상 함께 놀 친구들이 많았었다. 동네 친구들이 전부 학교운동장이나 놀이터로 나오기 때문이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는 다양한 장난감을 팔았동네 구석구석 뛰어다니며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들이 무궁무진했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 수업을 마치고 각자의 스케줄로 바쁘다. 학교 앞에는 노란색 학원버스들이 줄지어 있고 차가 출발하기 전까지 약 10여 분간이 유일한 놀이시간이다.


아들은 그 짧은 시간을 놓치지 않고 친구들과 신나게 놀았다. 중학생이 된 지금도 수업이 끝나고 친구들이 학원 가기 전까지 열심히 운동하고 온다.



"엄마, 친구들이 롯데월드 가자는데  같이 가도 돼요?"


중학교에 갓 입학을 무렵 아들이 뜬금없이 물었다. 내 눈에는 아직 어린데 가족끼리도 안 가본 놀이공원을 친구들과 함께 간다니.. 상당히 낯설었다.


에버랜드나 서울대공원은 자주 갔어도 롯데월드는 한 번도 함께 가본 적이 없다.


놀이기구 타는 것을 무서워하는 녀석 위해 늘 주인공은 놀이기구가 아닌 그 주변에 있는 동물들 때문이다.


바이킹 타고 다리가 달달 떨린다는 녀석이 놀이공원에 가겠다고?


조금 의아했지만 친구들과 함께라면 없던 용기도 생기게 마련이니까 흔쾌히 티켓을 예매해 주었다.


예쁜 신데렐라성 앞에서 더 예쁘게 사진 찍어오라는 은 당부와 함께~!


지하철노선도도 볼 줄 모르는 녀석인데 잘 찾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나의 걱정과 달리 친구들과 씩씩하게 놀이공원으로 향했다.


녀석이 무사히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냈다. 진짜로 신데렐라성 앞에서 예쁘게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다.


사람은 없고 토끼머리띠만 아주 예쁘게..

신데렐라성의 봄 그리고 토끼머리띠!!


어찌 됐든 안심하고 내 일에 집중기 시작했다. 


녀석은 친구들과 즐겁게 놀면서 내면으로는 놀이기구와 열심히 싸우고 있을 것이다. 위기에 휩쓸려서 뭐 하나라도 탔다면 반은 성공한 것이다.


잠시 뒤, 결제문자와 함께 맛있는 점심메뉴도 사진 찍어 보내다. 처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놀이공원에 가 꽤나 거운 모양이다. 진에서 현장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비록 파스타 면발만 나온 사진이지만..



하지만 머지않아 녀석에게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점심값을 결제하고 주머니에 넣었는데 어디에서 떨어졌는지 주변을 샅샅이 찾아봐도 없다고 했다. 걱정됐는지 혼자 떨어져 나와 백방으로 수소문했다고 한다.


하~ 얕은 주머니에 지갑을 넣고 다닐 때부터 그렇게 불안 불안했는데 결국 일이 터진 것이다. 메고 있는 가방 폼이냐고!


온갖 회로가 뒤엉켜버린 머릿속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뜨겁다. 일단 아이를 진정시켜 본다. 걱정 말고 친구들이랑 다시 만나서 놀고 있으라고 했다.


먼저 내가 해야 할 일은 녀석의 체크카드에 있는 돈부터 옮겨놓는 것이다. 그러고는 곧장 분실신고를 위해 카드사에 전화했다.


보통 '0'번은 상담사와 연결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기계음만 들려오고 '0'번의 옵션은 없었다. 몇 번의 시도에도 상담사 연결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얼굴이 점점 불타는 고구마가 되어 갔다.


여러 번 전화를 걸었다 끊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기계음의 목소리에 익숙해지자 뭐라고 말하는지 들리기 시작했다. 시키는 대로 차근차근 번호를 눌렀다. 질문에는 네, 아니오라고 대답하는 것도 있었다.


엉겁결에 낯선 AI와의 첫 통화가 시작된 것이다.


엄청 또박또박 정확한 발음으로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 AI와 대화를 한 끝에 카드분실신고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전화가 끊어지기 무섭게 확인문자가 날아왔다.


이미 오래전부터 세상은 변화되고 있었고 그 중심에서 살아왔기에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것에 큰 어려움을 모르고 지내왔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기계음과의 통화는 날것 그대로의 충격이었고 새삼 내 나이를 실감하는 좌절을 맛보았다.


엄마가 카페에서 키오스크로 첫 아이스커피 주문을 성공했다고 했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속이 후련함과 동시에 기분이 아주 희미하게 언짢았다.


내가 열심히 기계와 싸우고 있는 동안 소식을 접한 남편이 걱정돼서 회사에서 일하다 말고 뛰쳐나왔다고 했다.


음.. 일하기 싫어서 나온 건 아니겠지?


친구들에게 교통비를 빌리면 집에 충분히 올 수 있는데 아들이 처음으로 멀리까지 가서 난관에 부딪히자 걱정이 앞선 모양이다.


남편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 마침 커다란 풍선을 타고 있던 아들은 세상 아무 걱정 없이 무해한 웃음을 지으며 친구들과 장난치고 있었다고 한다.


정말 감사하게도 은인이신 어떤 분께서 지갑을 분실물센터로 가져다주셨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곳으로 달려간 남편은 무사히 지갑을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세상엔 정말 고운 마음씨를 지닌 사람들이 많다. 바르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극적인 기사들보다 더 많이, 더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


퇴장송을 들으면서 나오겠다던 아들의 야심 찬 계획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한바탕 소동이 있은 뒤 녀석은 꽤 오랫동안 잠잠했다.


가끔씩 친구들과 만날 때면 동네에서 볼링을 치거나 롤러스케이트장에 다. 요즘 새롭게 빠져있는 스포츠다.


한동안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것이 있었다. 마라탕을 먹고 후식으로 탕후루를 먹은 뒤 인생 네 컷을 찍는 것이다.


어찌 보면 청소년 문화라기보다는 어른들의 문화와 조금 더 닮아있을 수도 있겠다.


요즘 시대에는 소비를 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놀이가 거의 없다. 어쩔 수 없으니 기왕이면 의미 있게 소비하며 놀라고 늘 얘기한다.


의미 있는 소비, 과연 무엇이 있을까..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한창 뛰어놀 나이



어린 시절 나는 무얼 하며 놀았을까?


놀이터가 가장 즐거운 곳이었는데 어느 순간 찾지 않게 되었다. 친구들과 만나도 딱히 갈 곳도 놀 것도 없었다.


한창 전통문화에 빠져 있던 나는 재밌는 것을 찾다가 친구들과 고궁투어를 시작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고궁에 가는 것이 그렇게 좋았다.


도심 한복판에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 세계로 들어간 기분이었다. 그 시대에 사람이 살았던 궁궐이 여전히 굳건하게 남아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집에 있던 LP판으로 가야금병창을 처음 접하게 되면서 라디오 공개방송도 찾아갔던 기억이 난다.


풀숲이 무성하게 자라있던 시절의 여의도공원 역시 친구들과 가벼운 소풍을 즐기기에 적합한 장소였다.


한 번은 대학생들이 가는 MT가 궁금해서 기차 타고 강촌에 갔었다. 구곡폭포도 보고 자전거를 타기도 했었다. 능내역  기찻길에서 친구들과 함께 한 시간은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있다.


그 당시 청량리역은 우리의 놀이터였다.



요즘 아이들은 무얼 하면서 까..?


사실 친구들이랑 매일 만나서 놀 시간이 없는 게 현실이다. 한창 뛰어 놀 나인데 스케줄이 어른들보다 꽉꽉 차 있다.


방학을 맞이한 요즘 방학식 기념으로 하루동안 신나게 놀고 난 뒤 매일 같이 집에 있다.


맘 편히 나가서 놀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다들 내신성적 반영을 앞두고 예습에 바쁘기 때문이다.


녀석도 이번에는 수학공부에 진심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밀린 1학년 공부를 먼저 했으면 좋겠는데 마음이 급한지 2학년 것만 열심히 풀어온다.


그래도 좋은 변화가 시작된 거 같다. 문제집이라면 쳐다보지도 않던 녀석이 스스로 공부를 해오니 말이다.


그런 아들에게 아직은 조금 더 놀아도 괜찮다고, 세상에는 공부만큼 중요한 것들이 많다고 말해주고 싶다.


공부할 땐 열심히 집중해서! 놀 땐 누구보다 열정적으로!라고 말이다.


한번 흘러간 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의 순간을 후회 없이 가슴 뜨겁게 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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