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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K Jan 23. 2024

이 세상에 너희 둘

현실 남매

"엄마, 오늘은 오빠가 좀 착해진 거 같아. 싸우지 않고 잘 지냈어."


"그래? 뭐 하고 있었는데?"


"오빠랑 보드게임 같이 했어!"


딸아이가 외출하고 돌아온 나에게 달려오며 밝은 표정으로 말다.


매일이 전쟁인 요즘 보기 드문 현상이다.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아이는 가끔 혼자인 외로울 때마다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버릇처럼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오빠가 된 아이는 작고 귀여운 동생 세상 누구보다 예뻐했다. 외출할 때도 자그마한 손을 꼭 잡고 걸었고 무엇을 하던  동생과 함께 다.


남매의 표정은 항상 맑음이었다.

사이좋던 오누이



조용하지만 강했던 둘째밤중에 깬 적이 거의 없다. 육아를 하면서 모두가 희망하는 통잠 자는 아기에 당첨된 것이다.


때 되 잘 먹고 잘 자고, 온순한 아기는 그렇게 하루가 멀다 하고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랐다.


하루는 심해하는 아이들을 위해 사과풍선을 만들어 다.


사과모양을 한 풍선이 신기했던 아들이 즐겁게 놀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작은 녀석이 오빠의 머리채를 홱! 하고 낚아채는 것이 아닌가!!


겨우 목을 가누며 기어 다니는 아기의 손목 스냅은 엇보다 빠르고 정확했다. 자서 재밌게 놀고 있던 오빠에게 샘이 나서였을까? 아니면 그냥 우연히 일어난 일일까..!

엄마는 웃겨서.. 미안~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 보 아이들만의 서열싸움이 시작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어릴 때부터 알게 모르게 둘 사이에 묘한 기싸움이 있었던 것 같다.


작지만 당찬 꼬마아가씨는 어디 가도 절대 지는 성격이 아니다. 반면 오빠는 여리고 섬세한 편이다.


조금 많이.. 그랬었다. 


자기 것은 절대 뺏기지 않고 사수하는 동생과 달리 오빠는 대의를 위해서라면 포기하고 양보하는 성격이었다.


그런 둘이 놀다가 가끔 싸움이 나 작은 녀석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놀고 있거나 딴청을 부리고 있고, 큰 녀석 혼자 뭔가 억울하다는 듯이 방방 뛰며 울고 있었다.


현실남매의 민낯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둘은 사이가 좋았다. 성격이 정 반대인 두 아이가 살면서 가끔씩 부딪히기는 했어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오빠는 여전히 살뜰히 동생을 챙겼고 동생도 그런 오빠를 믿고 잘 따랐다.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 줄 것 같던 아이들은 지금 정글 세계에 들어와 있다.


4살의 나이차는 녀석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강한  만이 살아남는 그들만의 리그가 시작된 것이다.



나는 안다. 어느 순간 인간관계가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자연스럽지 않 낯설다.


나 홀로 사막에 떨어져 있는 것 같고 대화가 통한다고 생각는 사람이 없다. 가장 믿고 의지했던 부모조차도 내 마음을 이해해 주지 못한다. 


그러다 보 말과 행동이 내 뜻과 반대로 나다. 순간적으로 나오는 것에 깜짝 놀라고 후회를 해보지만 금세 익숙해지면 당연한 것이 된다. 사회생활 학습이 덜 된 시기에는 그 표현이 상당히 거칠고 반항적이다.


나와 비슷한 또래 친구들만이 나를 진정으로 이해해 , 세상의 중심이 가족에서 친구에게로 뻗어나가는 것이다.


그런 시기가 누구에게나 있다. 요 녀석들이 지금 그 시기에 있는 듯하다.


눈만 마주치면 으르렁대는 녀석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싸운다. 심지어 식사 중에도 말싸움은 끊이지 않는다. 느 한 명이 이르는 것을 시작으로 싸움은 점점 더 격해진다.


잘못은 상대방에게 미루고 억울한 입장만 주장한다. 머리가 좀 큰 녀석이 비아냥거리면 작은 녀석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맞대응한다.


서로 양보하고 존중하던 아이들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전쟁이 따로 없다.


차라리 울고고하며 싸우던 시절이 좋았다. 마지막은 부둥켜안고 미안하다고 하면 단순하게 해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도의 말싸움은 창과 방패처럼 어느 한쪽으로 기우는 법이 없다. 평행선을 끝없이 달리는 현실남매의 기싸움은 더 이상 엄마의 강력한 훈육 통하지 않는다.


날 선 말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오간다.


가만히 듣고 있자면 말도 안 되는 트집으로 말다툼하는 것이 다반사다. 어쩔 때면 둘의 정신연령이 의심될 만큼 유치하기 짝이 없다. 굳이 나서서 시시비비를 가려 줄 필요가 다.


하지만 녀석들은 심각하다. 이미 시작된 억지스러운 이 상황에서 내가 이겨야 하는 것이다. 해와 용서는 다른 세상에 있는 말이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녀석은 쉴 새 없이 투닥거린다.


이유는 없다.


끝이 있기는 한 걸까? 의미 없는 이 싸움이 영원하지는 않겠지만 지속되는 감정소모로 지치는 것이 사실이다. 


고래 싸움에 애꿎은 새우등만 열심히 터지고 있는 중이다.

너희 둘 친했었네..



아이들의 지난 사진을 쭉 살펴봤다. 사진 속 녀석들은 다정하게 웃고 있었다. 걱정 하나 없이 믿고 의지하며 함께하 모습을 지금은 찾아볼 수 없어 마음이 헛헛하다.


아주 가끔씩 딸아이의 말처럼 둘 다 온순해지며 휴전상태일 때가 있다. 무심한 듯 툭 던지며 동생을 챙기는 오빠와 엄마처럼 오빠를 챙기는 동생..


잠시잠깐의 스쳐 지나가는 모습들이지만 매의 눈으로 관찰하는 나는 놓칠 리 없다.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이전보다 더 하게 싸우지만 말이다.

다시 마주 볼 날이 오기를..


중학교 2학년 Vs 초등학교 4학년


최악의 조합이 만났다.


아무래도 올해가 가장 힘든 시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어야 하나..


그래! 질릴 때까지 열심히 싸워봐~!

가는 다시 돌아올 거라 굳게 믿으며 기다릴 테니..


이 세상에 너희 둘,

긴 여정의 끝은 행복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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