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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내게 주어진 작은 확신

by 별다기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친구와 카톡을 하는 화면 위로 팝업 알림이 떴다.

무더운 여름 버스 안 에어컨 바람은 거의 나오지 않고

창문은 꼭 닫혀있는데도 내게는 바람이 불었다.

어딘가 시원하고 기분 좋은 느낌.


고된 운동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 몸은 천근만근이어도

걸음은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



‘작가님’이라니.. 얼마나 듣고 싶던 호칭이었는지!

설렘을 만끽하는 와중에, 위화감과 압박감이 찾아와 혼란스러워졌다.


브런치라는 공간에는 나보다 글을 사랑하고 잘 쓰시는 분들이 수두룩 빽빽하게 계시는데

감히 내가 명함이라도 내밀 수 있는 실력일까..?

이는 이십춘기의 고질병 - 나를 남과 비교하는 마음 -이다.


조금 더 어렸다면 이런 불안과 걱정에 잡아먹혀서 지금 이 글도 쓰지 못했겠지만,

'브런치팀에서 나를 작가로 통과시킨 이유가 있겠지.' 하며 부정적인 감정은 덮어뒀다.

그 대신, 글쓰기에 대한 내 애정의 연대기를 회상해 보았다.



원래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

잘 쓴다는 확신은 없었다.

고3 때 시 쓰기에 푹 빠져 남산 도서관 공모전에서 은상을 받았던 것?

대학생 때 교내 신문 공모전에 응모해 시 1편을 싣고 5만 원의 원고료를 받았던 것?

디자이너임에도 팀장님께 ‘자소서 보니까 너 글 잘 쓰더라 ‘라는 말을 듣는 것?

일기처럼 썼던 블로그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글이 시 같아서 좋아요’라는 진심 어린 댓글을 받는 것?


글쎄, 그런 것들은 내게 큰 기쁨을 주었지만 확신을 주지는 못했다.

솔직히 앞으로도 내게 얼마만큼의 인정이 더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목요일 낮에 겨우겨우 작가 신청서를 보냈는데

하루 만인 금요일 낮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사실이...

내게는 큰 확신이 되어줄 것 같다.

내가 준비한 것은 3편의 글과 그림, 자기소개와 글의 목차뿐.

첨부할 수 있는 SNS 주소는커녕 작가 경력이나 포트폴리오도 없어서 내심 불안했다.

'에이, 안되면 취업준비나 열심히 해야지.'

그러면서도 3일 동안 몇 시간이고 스터디카페에 앉아 3개의 글을 다듬고 그림을 그렸던 노력을

누군가가 잘했다고 칭찬해 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브런치에서의 내 행보가 어떻게 될지 현재로선 알 수가 없다.

목표를 정해볼까도 싶었지만 순수하게 '글 쓰기'를 좋아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내가 그 과정을 즐길 수만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일상에 치여서 글 쓰는 시간이 줄더라도, 나는 언제고 글을 써왔으니까.


그동안 글쓰기에 대한 내 사랑이 일방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글도 조금은 나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신호를 오늘에서야 받은 것 같다.

그러니 조금은.. 내게 확신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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